윤석열 정부 들어 못 볼 꼴을 많이 보고 계시죠? 이제는 서울 한복판에서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지난 16일 일왕의 생일 기념행사가 서울에서 열렸는데 여기서 일본의 국가인 기미가요가 나왔기 때문이죠. 현재 일본의 국가이기는 하지만 기미가요는 일본제국주의 시절부터 한반도 식민지 통치에 활용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총독부는 황국신민화를 위해 조선인에게 하루 한 번 기미가요를 부르게 강요했습니다. 전범을 기리는 야스쿠니 신사에서는 참배객들이 황국신민 교육칙어를 봉독하고 기미가요를 제창하고 있죠. 기미가요는 일왕을 신격화할 뿐 아니라 그 치세가 영원히 이어지길 바란다는 가사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금기시됐던 노래입니다.
출처 - JTBC
주한 일본 대사관은 한국 내 여론을 고려하여 일왕 생일 축하연은 개최하더라도 기미가요를 부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기미가요를 서울 한복판에서 틀었습니다. 주한 일본 대사관이 발표한 이유는 한일 관계가 좋아졌기 때문이랍니다. 주한 일본 대사관 주최로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일왕 생일 기념행사에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등 주요 대사들과 우리나라 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제2차관이 직접 축사를 했습니다. 일본대사관으로서는 선대 일왕이 서거하고 현재 일왕으로 교체된 후 처음으로 여는 생일 행사였다고 합니다. 그동안은 코로나19 여파로 행사가 중지되었기 때문입니다.
출처 - 왓슈
출처 - 뉴시스
전범국 일본 왕의 생일을 축하는 기념 파티가 식민지배를 받았던 서울 한복판에서 열리는 게 맞느냐는 문제 제기와 비판이 계속 존재해왔습니다. 2018년 일왕 축하연에 당시 조현 외교부 1차관이 참석해 이례적으로 축사까지 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죠. 현재 국무총리인 한덕수는 지난 2013년 한국무역협회장 자격으로 해당 행사에 참석한 사실이 인사청문회당시 드러나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일본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와중입니다. 이런 시기에 사상 최초로 일본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기미가요를 용인한 게 과연 말이 되는 상황일까요?
출처 - 산케이신문
서울에서 기미가요가 울려 퍼질 수 있었던 배경에 어떤 것이 있을까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과 국민의힘이 집권 여당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일본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일왕 생일 축하연을 현장에서 취재한 《산케이 신문》은 "일본 정부는 한국에서 반일 감정 때문에 예년에 국가를 트는 것을 미뤘으나 지난해 출범한 윤석열 정권이 대일 관계개선을 지향하고 일본 정부도 찌그러진 양국 관계를 벗어날 호기라고 판단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기사에 인용된 일본 대사관 관계자는 그간 기미가요를 틀지 않은 것에 대해 참석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배려해왔지만 과도한 면이 있었다며 이제는 한국 국가와 마찬가지로 기미가요를 틀기로 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 KBS
이런 점을 미루어 보면 이젠 일본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가만히 있는 정권이 들어섰으니 하고 싶은대로 하겠다는 말이나 진배없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친일 성향에 대해서는 일본 언론과 정치계도 드물다고 언급할 정도라고 하죠. 올해 일본 정부의 독도 도발과 관련하여 윤석열 정부는 동해영토수호훈련을 축소하여 비공개로 치렀습니다. 일본 정부가 독도 도발을 강화하는 상황인데, 우리나라는 사실상 독도 방어가 목적인 훈련을 포기해버린 셈입니다. 일본이 강하게 나와도 대한민국 정부가 되레 굽히는 자세를 보이니 일본으로서는 신날 만도 합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지난달 29일 자민당과 공동여당인 공명당의 당 대표가 윤석열과 회담한 뒤 인터뷰한 내용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공명당 대표는 "한국의 정권이 방위력 강화와 관련해 일본을 배려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윤석열 정권이 특이한 정권이라는 인식을 표출한 바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대일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 보수계도 일본의 안보정책만큼은 민감하게 대응해왔는데 윤석열 정권은 역대 보수정권과도 크게 다르다고 강조한 겁니다. 일본 여당 대표가 언론 인터뷰를 하며 대놓고 이런 말을 할 정도로 윤석열 정권은 일본이 하자는 대로 다 배려하는 기괴한 정권입니다.
출처 -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출처 - 굿모닝충청
윤석열과 그 일당은 후보 시절부터 친일 의혹이 짙은 이들과 함께 상식 밖의 언행을 일삼았습니다. 그런 자들이 정권을 잡으니 서울 한복판에서 기미가요가 흘러나오고 독도방어훈련 규모를 축소하고 있죠. 이런 상황이라면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한일 대책 회의가 누구에게 유리한 쪽으로 결론 날지 뻔하지 않은가요? '윤석열 정부는 과연 한국 정부인가? 일본 정부인가?' 하는 세간의 비판에 대해 이들은 과연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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