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내내 카카오톡과 관련 서비스 불통으로 답답했던 분이 많으실 겁니다. 본격적인 주말인 15일부터 갑자기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더니 카카오와 관련 있는 카카오택시,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 등 카카오 관련 서비스들이 일제히 제 기능을 하지 않았습니다. '카카오'라는 명칭이 붙지는 않았지만 인수한 서비스인 포털 다음과 티스토리 등의 서비스까지도 되다 안 되다를 반복했고요. 카카오 자회사가 아니어도 카카오톡 로그인 기능으로 작동하는 숱한 앱과 게임을 사용하는 데에도 애로사항이 넘쳤습니다.
출처 - KBS
카카오 관련 서비스 장애의 원인은 화재였습니다. 카카오 서버가 있는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입니다. 경찰의 1차 감식 결과 불은 지하 3층 전기실에 있는 보조 전원 공급장치 30여 개 가운데 하나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전원 공급장치의 배터리와 그 주변에서 발생한 전기적 요인이 화재를 일으켰다고 하죠. 2시간 만에 진화하긴 했으나 카카오톡, 카카오맵, 카카오T, 카카오페이, 카카오버스 등 대대분의 카카오 서비스는 정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남궁훈,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공식 사과를 하긴 했습니다만 이용자들의 불만은 점점 더 커졌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사실상 국가기간 서비스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널리 쓰이고 있는 카카오톡을 비롯해, 우리 삶에 아주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거대 기업의 인터넷 서비스 복구가 이틀이 넘도록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였죠. 화재가 일어난 지 하루가 지난 16일 새벽부터 일부 복구가 되긴 했으나 대부분의 서비스가 아주 제한적이었습니다. 카카오톡의 경우 채팅 텍스트가 가긴 하는데 이미지 파일은 아예 전송이 안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주말이라 카카오톡으로 약속을 잡고 장소와 시간 조율도 해야 하는데 먹통이라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죠. 약속을 다음 카페 등의 카카오 서비스에서 잡은 경우 카페 접속이 아예 안 되니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고요. 택시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T 는 더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기본 기능이 복구되었습니다. 약속 장소를 카카오맵 같은 지도 앱 URL로 받은 경우에도 작동하지 않으니 어딘지 몰라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죠.
출처 - YTN
일반 소비자들이 이런 불편을 겪을 정도인데 카카오를 플랫폼으로 이용하는 자영업자나 기업인들은 직접적인 손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매출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주말 장사를 망친 꼴이니 그 고통은 더 심했겠죠. 카카오T로 영업하는 택시나 대리기사들은 생업에 지장을 겪을 정도였습니다. 카카오페이나 카카오뱅크 이체로 요금을 받아야 하는 카페나 식당 등 자영업자 역시 고객에게 불편을 끼치고 매출을 제대로 올리지 못하는 손해를 봤습니다. 카카오 기프티콘으로 뭔가를 사 먹으려고 했던 소비자들은 먹통이 되어 쓸 방법이 없었고, 이로 인해 자영업자들은 장사를 망치게 됐을 겁니다. 카카오페이지나 카카오웹툰, 음악 서비스인 멜론 등에 콘텐츠를 업로드한 창작자들의 경우 개점휴업 상태가 됐습니다. 이 시기에 큰 프로모션에 들어간 작품이나 이벤트를 시작한 콘텐츠 창작자들은 얼마나 큰 손해를 봤을까요?
출처 - 한국경제
‘디지털 정전’이라고 부를 정도로 큰 문제가 된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는 코로나19 때문에 급속히 전환된 플랫폼 경제 집중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개인 간 메시지를 주고받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부 기관이나 공기관의 메시지까지 카카오톡으로 대체된 상황이다 보니, 일개 사기업인 카카오의 서비스가 무너지자 국가 서비스에 지장이 생기는 뭔가 이상한 상황이 연출된 겁니다. 카카오뱅크와 업비트 등 현실과 가상 화폐 금융 서비스까지 진출한 시점이라 금융까지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니까요. 1분기 기준으로 카카오톡의 월간 활성이용자 수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4743만 명이라고 합니다.
출처 – MBC
카카오의 대처 수준은 이번 사태의 문제를 키웠습니다. 화재 사건 자체야 데이터센터 운영 주체인 SK C&C도 있으니 카카오 혼자만 미리 알고 막거나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하지만 화재를 위기관리에 예상할 수 없는 사고라고 말하는 양현서 부사장의 변명은 상식 밖의 일이었습니다. 화재나 수해는 가장 기본적인 위기 상황인 만큼 당연히 대응 매뉴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대로 된 대처 시나리오나 매뉴얼이 없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서비스 전체가 하루 넘게 제대로 복구가 안 될 정도로 위기관리를 못한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는 카카오의 경영 방식에 큰 문제가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같은 건물에 서버를 두고 있어 화재로 일시적인 접속 장애를 똑같이 겪은 네이버는 곧 복구가 되었으니까요.
출처 - 지디넷
만일 카카오가 서버를 제대로 분산 배치해 관리했다면 이렇게까지 피해가 심대하고 길게 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디지털 세상과 아무런 관계 없었던 조선 시대에 실록을 전국 사고에 여러 복사본으로 남겨 보관했는데,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카카오는 대체 무얼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직장인 익명 사이트인 블라인드에 카카오가 주말에 긴급 호출인데도 직원들을 무급으로 동원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와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때문에 복구가 더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었죠.
출처 - JTBC
이 때문일까요? 카카오 서비스를 대체할 서비스로 속속 갈아타는 이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메신저 앱인 라인은 카카오톡의 대체재로 전날 스토어 인기 순위 7위에서 1위로 급상승했습니다. 카카오맵을 대체하는 네이버 지도, 카카오T를 대체하는 우티 등도 동반 상승했고요. 실제로 해당 서비스는 화재 이전에 비해 수요가 4~7배 증가했다고 하죠. 인터넷 서비스의 역사를 보면 혜성처럼 나타나 잘 나가던 서비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은 한순간의 실수 때문입니다. 프리첼, 싸이월드 등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대체재가 풍부한 상황에서 이렇게 큰 문제를 연달아 일으킨다면 과연 카카오가 이들의 뒤를 따르지 않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출처 - YTN
지난해 카카오가 올린 매출은 6조 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카카오가 그만큼 충실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이용자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왔는지 의문이 드는군요. 최근 있었던 카카오게임즈의 유저 간담회 내용이나 이번 카카오 부사장의 사과 같지 않은 사과와 대처 같지 않은 대처 과정을 보면 이런 생각이 더 짙어집니다.
출처 - 중앙일보
남궁훈,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지난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서비스 멈춤 사태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퇴했고요. 일단 카카오가 공식 창구를 개설해 서비스 이용자들의 피해 신고를 받기로 하고 충분한 보상을 약속했으나 이를 어떻게 이행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최고 대표인 김범수 의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약속한 사회적 책임 완수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입증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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