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한국을 인신매매 2등급 국가로 하향 조정하다

대한민국이 인신매매 방지에 대한 노력이 부족한 2류 국가로 분류됐습니다. 30년 전에나 뉴스에서 듣던 '인신매매'란 용어가 갑자기 튀어나와 의아하신 분도 계실 텐데요. 이번 분류는 단순히 사람을 납치해서 파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이 자신을 파는 행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인신매매 2등급 국가로 하향 조정된 데에는 우리나라의 노동 환경 문제가 작용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미 국무부는 매년 인신매매 보고서를 발표합니다. 지난 7월 19일(현지 시각) 2022년 인신매매 보고서를 공개했는데요. 세계 188개국의 인신매매 근절 노력을 평가한 자료였습니다. 2001년 3등급을 받은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는 매년 1등급을 유지했는데 20년 만에 2등급으로 떨어졌습니다. 2등급으로 하향 조정된다고 해서 미국이 가하는 제재나 불이익은 없지만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평가한 셈이므로 국제적인 국가 평판이 나빠지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UN 인신매매방지의정서에 따르면 인신매매란 성착취나 강제노동 등 착취를 목적으로 폭행, 협박, 기만, 권력의 남용, 취약한 지위의 악용 등을 통해 사람을 모집, 이동, 은닉, 인계 또는 인수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간략히 말해 사람이 노예 상태에 빠지거나 성매매에 이용되거나 강제로 노동해야 하는 경우 인신매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죠.

 

출처 - 연합뉴스

 

1등급은 미국을 비롯해 독일, 영국, 스웨덴 등 30개국인데 아시아에서는 대만, 필리핀, 바레인이 꼽혔습니다. 1등급에서 2등급으로 하향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선뜻 납득하기 어려우실 겁니다. 그런데 보고서를 보면 한국을 2등급으로 하향한 이유가 나와 있습니다.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예전보다 더 나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그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요. 현재 인신매매가 성행한다기보다 이를 근절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예년만 못 했다는 것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 이유로는 인신매매 범죄 기소 건수 감소, 외국인 성매매 피해자 추방 등 불이익, 성매매 관련 업자 조사 없음, 외국인 선원 대상 노동착취 방기, 관계 당국의 피해자 확인 지침 미활용, 법원의 솜방망이 판결 등이 꼽힙니다.

 

출처 - MBC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가 인신매매 2등급 국가로 하향조정된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다. 아동 대상 성 착취를 보자면 N번방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많은 여성과 미성년자를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성 착취한 인면수심의 사건이었죠. 웰컴투비디오의 손정우는 어떻습니까. 미국 정부에서 아동 성 착취로 처벌하기 위해 송환을 요구했지만 우리나라 법원에서 이를 거부했죠. 그래 놓고 1심에서 겨우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여기에 미성년자에게 돈을 미끼로 유인해 성 착취하고 신체 사진을 보내라고 한 후 공개하겠다며 협박해 성매매를 강요하는 등의 형태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이런 범죄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그 나라들은 아동 성 착취 범죄가 적발되면 다시는 사회로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철퇴를 내립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인신매매 가해자에게 1년 이하의 징역형,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있습니다. 또한 외국인 여성을 상대로 취업시켜준다고 사치를 쳐서 입국시킨 뒤 성매매를 시키는 유형입니다. 보고서는 인신매매범들은 미국을 포함한 해외 여성들을 마사지 가게, 살롱, 바, 레스토랑에서 성매매를 하게 한다며 주로 중국, 태국, 러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의 남성과 여성을 강제노동과 성매매로 몰아넣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출처 - JTBC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권 침해도 지적됐습니다.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등 이주 노동자들에게 브로커들이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해 막대한 빚을 지게 한 다음 이를 갚기 위해 강제 노동을 해야 하는 처지로 몰아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정부에 미등록 이주 노동자에 대한 공식 통계가 없습니다. 정확한 수를 헤아리지도 못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게다가 이주 노동자들은 고된 강제 노동 조건 속에서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처럼 열악한 곳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겨울 난방이 되지 않는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캄보디아 여성 이주 노동자가 얼어 죽은 일이 있었죠. 한국 배에서 벌어지는 외국인 선원들의 강제 노동과 열악한 처우는 10년이 넘었지만 해결은커녕 상황 파악조차 어려운 상태입니다.

 

출처 - KBS

 

여기에 장애인 강제 노동 문제도 있습니다. 인신매매범들이 신체적, 지적 장애가 있는 한국 남성들에게 어선과 양식장, 염전, 가축 농장에서 일하도록 강요했다는 지적입니다.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을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문자 그대로 장애인을 노예처럼 강제 노동에 시달리게 했던 사건이죠.

 

출처 - 경향신문

 

한국이 어쩌다가 인신매매 2등급 국가가 되었을까요? 이건 누구 하나의 잘못이 아니라 경쟁과 착취가 너무나 당영한 경제 구조를 만든 우리 모두의 잘못일지도 모릅니다. 농촌, 어촌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값싼 노동력이 필요한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주 노동자가 불가결합니다. 그러다 보니 값싼 노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탈법과 편법이 판을 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겁니다. 우리 개개인이 직접 그들을 착취한 건 아닐지라도 그들이 없었더라면 우리 입에 들어오는 쌀과 생선을 과연 현재 가격에 먹을 수 있었을까요? 우리 경제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노동을 하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방법을 찾는 게 꼭 필요한 일이 아닌까 합니다. 예전부터 우리는 사람을 고용해 노동력을 제공받는 걸 "사람을 산다"고 표현했습니다. 스스럼없이 이런 표현으로 노동력을 폄하하는 것이 이주 노동자뿐 아니라 우리 자신을 착취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요? 이번 2등급 하향 조정을 계기로 인신매매 범죄에 대한 엄격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노동자에 대한 존중을 재고하여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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