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버려가며 올바른 행동하는 훌륭한 지휘관들을 잃게 되면 우리는 앞으로 자신의 이익에 눈먼 지휘관들 밑에서 국민을 탄압하는 정권의 하수인으로 후퇴할 것” |
행안부 경찰국 신설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지난 7월 23일 있었습니다. 이 회의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이 회의가 끝나자마자 대기발령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러자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이 지난 24일 경찰 내부망에 앞서 소개한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는 30일에 23일 열린 총경회의의 뒤를 이어 경감, 경위 등을 대상으로 한 전국현장팀장회의를 개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 회의에서 경찰국 신설이 정당한지, 경찰서장 회의 참석자에 대한 징계, 감찰 조치가 온당한지 등을 논의하겠다고 했습니다. 수많은 경찰도 이번 대기발령 조치에 반발하여 본인들도 대기발령하고 감찰조사하라고 자청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출처 - YTN
이번 사태는 윤석열과 한동훈이 검찰독재국가를 꿈꾸며 경찰을 군사독재 시절처럼 행안부 소속으로 만들려다 일어난 사달입니다.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었어도 여전히 강력한 검찰 권력인데, 만에 하나의 상황을 대비하려는 건지 경찰을 수중에 넣겠다는 시도인 셈입니다. 대통령실은 총경회의에 대해 부적절한 행위이며 복무규정 위반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세한 내막은 생각비행이 일전에 소개한 기사를 참고하세요.
윤석열과 한동훈, 검찰공화국 넘어 검찰독재국가 꿈꾸나? : https://ideas0419.com/1296 |
이번 총경회의는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신설 대응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전국 총경 190여 명이 현장 및 영상으로 회의에 참석했고 357명의 총경이 회의 장소로 무궁화꽃 화환을 보내왔습니다. 우리나 전국의 총경 중 절반 이상이 뜻을 같이한 셈입니다. 이들은 4시간가량 진행된 회의를 마치고 '경찰국 신설은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출처 - MBC
불과 1시간 반 만에 경찰청은 회의의 주도적 역할을 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을 장비과로 대기발령했습니다. 이유는 경찰 수뇌부의 만류에도 회의를 강행해 국가공무원법상 복종 의무를 위반한 만큼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었죠. 아울러 현장 회의에 참석한 56명의 총경에 대해서도 감찰하겠다고 발표해 경찰 내부에 기름을 들이부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번 경찰청의 조치 배후에 윤석열 정부의 행안부가 있고, 대기발령 및 감찰지시가 오히려 직권남용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 회의는 휴일에 열렸고 회의에 참석한 서장들도 관할 지방 경찰청장에게 관외 여행 신고를 마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휴일에 사적 용무를 보겠다고 보고를 다 하고 모였고, 근무 시간이 아니었으니 일단의 총경들이 모여 열린 세미나 성격에 가깝습니다. 결국 근무 기강을 해친 집단행동으로 보는 정부 측 입장보다는, 휴일 사적인 용무를 본 것이라는 총경회의 측의 입장이 더 명확할 뿐만 아니라 이번 회의를 근거로 징계한다는 건 초법적인 사례라는 반박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경향신문
'박적박'에 이어 '윤적윤'이 되는 걸까요? 일선 경찰들이 이번 사태를 보면서 반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왜 검찰은 되고 경찰은 안 되냐"는 겁니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올해 초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 국면에서 검찰 인사방침과 수사권조정 반발, 법무부 장관 수사 지휘 거부 등을 이유로 평검사 회의, 부장검사 회의, 검사장 회의, 고검장 회의까지 무려 일곱 차례에 걸쳐 전국 대부분의 검사가 참석해 잇달아 열린 검찰의 집단행동을 지지한 바 있습니다. 이런 회의를 열었다고 징계를 받거나 감찰을 받은 검사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와 똑같은 취지로 처음으로 열린 경찰서장 회의에 대해서는 2시간도 안 돼 징계와 감찰 결정을 내렸으니 황당하지 않겠습니까? 윤석열 정부가 '내로남불'의 이중잣대를 들이댄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검찰독재를 하고 싶다는 속마음이 표현된 건가 싶어서 보는 사람의 낯이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출처 - KBS
국가공무원노동조합경찰청지부와 경찰청주무관노동조합은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류삼영 총경 대기발령을 철회하고 전국 경찰서장 회의 참석 총경에 대한 감찰조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류 총경 대기발령이 행안부 장관이 인사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증거를 스스로 제시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대로면 국민을 바라보고 국민에게 충성해야 할 경찰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행안부 장관에게 정치적으로 예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부적절한 모임으로 치부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참석 자제를 요구하며 회의 도중 해산지시를 내린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를 비판했습니다.
출처 - JTBC
왜냐하면 이 회의 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로 약속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돌연 약속을 깨고 해산지시를 내리고 징계 및 감찰을 지시했기 때문입니다. 약속파기 이면에 경찰청장 후보자보다 윗선에서 어떤 지시가 내려온 게 아니냐는 말이 도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경찰 내부에서는 윤희근에 대해 매국노처럼 경찰을 팔아먹었다며 후보자에서 사퇴하라는 의견이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군과 마찬가지로 위계와 통제가 엄격한 경찰에서 이 정도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건 이례적인 일이죠. 힘으로 찍어 누르려 했던 경찰청장 후보자와 수뇌부, 나아가 그 윗선은 경찰 조직 내 저항의 불씨를 되살리는 악수를 놓은 셈이 됐습니다. 만에 하나 이번에 지시한 윗선이 행안부 장관이라면 명백한 직권 남용 및 월권행위로 볼 수 있어 이후 적법성 여부를 다툴 수도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행안부는 오히려 경찰국 신설과 경찰청장 지휘규칙을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행안부는 경찰국 신설을 위해 조직과 정원을 규정한 대통령령과 관련해 국민의 권리 또는 의무와 직접 관련 없는 사항이므로 입법예고 기간을 단축한다고 밝혔는데요. 일반적으로 법령안 입법예고 기간은 40일인데 이를 5일로 단축하겠다는 겁니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막아보겠다는 것이겠죠. 그렇다 하더라도 윤희근 후보자와 경찰청 수뇌부는 리더십에 큰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윤석열이 임명하려는 사람이라 그런지 취임하기 전부터 지지율이 폭락하는 건 똑같네요. 일정은 미정이지만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조만간 국회 인사청문회도 받아야 하죠.
출처 - 경향신문
이전 글에서 말씀드렸지만 독재정권 시절 '치안본부'라는 이름으로 행정부는 경찰을 쥐고 권력의 앞잡이로 부려먹었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문민정부 이후 경찰청을 독립기관으로 분리했습니다만,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일어난 용산참사와 물대포 사건만 봐도 경찰이 행정부의 영향을 어느 정도나 받고 있는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니 군사독재 시절처럼 '치안본부'로 되돌리겠다는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 봐도 비디오죠.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검찰독재 국가를 꿈꾸는 망상을 멈추고 국정운영 안정화에나 힘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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