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도 아니고 당선인이 된 지 보름 남짓한 기간에 윤석열과 그 인수위가 보인 행적은 참 깜깜합니다. 대선 과정을 지켜보며 윤석열과 그 무리가 상식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뽑아 준 지지층마저 경악할 정도로 기상천외하게 아무 말이나 던지며 우길 줄은 예상하지 못했으니까요.
출처 - MBC
코로나19 확산세와 체감 경기의 부진, 이명박 사면 등 정치·사회·경제적인 난제를 제쳐두고 '청와대 이전' 문제가 뉴스를 도배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심지어 '2번'을 뽑아준 지지자들조차 말이죠. 윤석열 당선자는 갑자기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며 용산 국방부 청사로 들어가겠다고 합니다. 5월 10일 취임까지 국방부는 방 빼고 청와대도 5월 10일 자정 땡 하면 개방할 테니 미리미리 짐을 싸두라고 합니다. 말이 되는 얘깁니까? 개인이 아파트로 이사하기 위해 인테리어를 하는 데만도 한 달은 족히 걸립니다. 그런데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보안과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할 국방부와 합참을 쫓아내고 대통령실이 이전하겠다는 게 상식적인 언사일까요? 더군다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시점에 말입니다.
출처 - YTN
청와대 이전에 드는 예산은 또 어떻습니까? 인수위는 496억 원이면 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 합참 이주비만 최소 1200억 이상 든다는 결과가 나왔죠. 인수위는 496억 원이란 금액을 기재부에게서 받았다고 했으나 이 역시 거짓말로 드러났습니다. 시간도 주지 않고 예산도 없이, 그러니까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냥 무조건 나가라, 나는 들어가겠다고 우기는 이유가 대체 뭘까요? 누가 윤석열에게 청와대에 한 발이라도 들여놓는 순간 급살 맞는다는 점궤라도 내놓지 않았다면 굳이 이런 반대를 무릅쓸 이유가 있을까요? 최소한 납득할 만한 이유라도 들어야 할 텐데, 윤석열과 인수위는 막무가내입니다. 이쯤 되니 국민은 그의 공약이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였지 용산이 아니었다는 건 기억도 못 할 판입니다.
출처 - 조갑제닷컴
오죽하면 윤석열을 치켜세우기 바쁘던 기레기들까지 청와대 용산 이전에 반발하고 나섰을까요? 《월간조선》 편집장 출신이자 극우논객인 조갑제는 청와대에 무슨 죄가 있느냐며 사람의 문제를 장소에 뒤집어 씌우는 것은 미신이라고 돌직구를 날렸습니다. 5년 뒤 대통령 될 사람이 윤석열 용산 집무실도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고 국격에 맞지 않는다며 이전이나 신축 공약을 낸다면 거기에 뭐라고 답할 수 있겠냐고 합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공화당조차 손절하던 트럼프가 생각납니다.
출처 - 동아일보
《동아일보》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했나>라는 제목의 칼럼을 논설위원을 통해 게재했습니다. 첫머리부터 국민은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못을 박으면서 말이죠. 졸속 용산 결정에 괜히 국민을 들먹이다 취임 전부터 지지율을 깎아먹고 있으며 국민 다수 여론은 용산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는 겁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실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반대가 58.1%, 찬성이 33.1%로 국민 대다수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은 국민이 반대해도 이전하겠다며 막무가내입니다. 과연 K-트럼프라는 비유가 맞아떨어지는 듯합니다.
출처 - 중앙일보
이런 불통 때문일까요? 취임도 하기 전부터 윤석열의 국정수행 기대는 50%도 넘지 못하는 49.2%에 지나지 않습니다. 못할 거라는 대답이 45.6%로 거의 비등합니다. 진영을 막론하고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취임 초기까지는 국민의 기대가 훨씬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국정수행에 대한 기대치는 아주 낮은 편에 속합니다. 같은 여론조사 기관에서 조사했던 전임 대통령들의 당선 직후 국정수행 기대감을 한번 살펴볼까요? 문재인의 경우 74.8%였고, 이명박은 79.3% 심지어 박근혜도 64.4%였습니다. 대선이 끝난 직후인데 50%에도 못 미치는 기대감은 사상 초유인 셈이죠. 사람들이 대통령으로 뽑아주긴 했는데 잘할 거라는 기대는 안 하는 기이한 반응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출처 - 한겨레
윤석열 인수위원회를 구성한 인물을 보면 앞으로 5년이 얼마나 깜깜할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당시 군 댓글 공작을 지시해 유죄 판결을 받고 한일군사협정을 비밀 추진한 전력이 있는 김태효와 국정농단 당시 기업에 미르재단 출연금을 압박하고 삼성물산 합병에 개입한 최상목을 중용했습니다. 공정하게 실력만 중시하겠다더니 국정을 농단한 자도 괜찮고, 유죄 판결을 받은 전과자도 상관없나 봅니다? 국정농단은 윤석열 자신이 수사했던 사건인데 말입니다.
출처 - MBN
윤석열은 정책특보로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수석과 고용복지수석을 역임한 강석훈과 김현숙을 임명했습니다. 특별고문으로는 이명박 인수위 출신이자 이명박 정권에서 사업자원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대통령실 정책실장, 청와대 대변인들을 맡았던 MB맨 7명을 발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외교안보는 이명박 인간들로, 경제는 박근혜 인간들로 채워 넣은 겁니다. 앞으로 5년간 줄기차게 외교는 이명박처럼 말아먹고, 경제는 박근혜식으로 망치고 싶은가 봅니다. 이쯤 되니 자식 관리도 못 하면서 한 입으로 두 말 하기 전문인 장제원이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건 귀여워 보입니다.
출처 - YTN
이런 심중한 상황에서 정권을 견제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은 기레기질에 여념이 없습니다. 대선 레이스에서 그들은 국민의 눈과 귀의 역할을 포기하고 노골적으로 윤석열을 지지하며 같이 뛰었죠. 그래선지 3월 13일 인수위 인사 발표 당시 한 기자는 "정말 외람되오나..."라는 표현을 써서 국민을 경악하게 했습니다. 조선시대처럼 왕정도 아니고 취임도 안 한 당선인에게 알아서 기는 모습을 보였으니까요. 이왕 부복할 바에 "아뢰옵기 황송하오나..."라고 하지 그랬나요?
출처 – 안철수 유튜브
윤석열이 당선인이 된 지 2주 만에 벌어진 황당한 일이 이렇게나 많습니다. 2주 동안 윤석열은 앞으로 5년을 이명박과 박근혜처럼 대한민국을 망칠 준비를 차곡차곡하고 있습니다. 대선에서 2번을 뽑은 분들이 향후 5년을 기분 좋게 견디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안철수의 명언이 생각나는군요. 1년만 지나면 내 손가락 자르고 싶어질 거라던 얘기가 불과 2주 만에 현실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대한민국의 앞날이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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