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일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의 현장인 사도 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추천서를 제출했습니다. 유네스코는 예전에 강제동원의 현장인 군함도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일본 정부에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관련 설명을 현장에 설치하라며 조건부로 인정한 적이 있습니다. 슬쩍 역사를 왜곡하려는 일본 정부는 이번에도 이상한 표현으로 강제동원을 눙치더니 최근 들어 강제동원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도 광산 역시 일본이 강제동원한 역사를 부정하기 위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출처 - MBC
일본 정부는 사도 광산 세계문화유산 추천을 매우 교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19세기 이전 에도시대의 금광 관련 유적들만 추천 대상으로 삼고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시설들은 모두 제외했습니다. 사도 광산은 태평양전쟁 기간 전쟁물자 확보를 위한 광산으로 활용된 곳입니다. 1000명이 넘는 조선인이 이곳으로 강제 동원됐고, 피해자들은 진폐증으로 피를 토하다 고통 속에 눈을 감아야 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사도 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신청과 관련해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인 항의도 했지만 일본은 이를 무시하고 신청을 강행했습니다. 일본 외무상인 하야시 요시마사는 강제노동이 있었다고 하는 한국 측 주장은 일본 입장에 비춰보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는 망언을 하기도 했죠. 이처럼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의 역사를 아예 부인하고 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게 말이 안 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봅시다. 폴란드에는 오시비엥침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이곳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소금광산이 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소금광산으로 1000여 년 전부터 조각된 소금조각상 등이 있죠. 그런데 오시비엥침에는 이 소금광산보다 훨씬 더 유명한 장소가 있습니다. 유대인 절멸을 위해 설치된 아우슈비츠 수용소입니다.
출처 - 네이버
'아우슈비츠'는 폴란드어인 '오시비엥침'을 독일식으로 읽은 것이라고 하죠. 일본과 달리 폴란드와 독일이 욕을 먹지 않은 이유는 제국주의적인 침략과 무자비한 강제수용 등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처절하게 반성하고 배상했을 뿐 아니라 그 진상을 솔직하게 밝히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어떤까요? 현재 일본의 입장을 알기 쉽게 치환해서 설명하자면, 일본 정부는 소금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하면서 유대인 강제수용과 학살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 때문일까요? 일본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이니치 신문》은 문화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위험한 짓을 경계하는 사설을 게재했습니다. 세계문화유산은 인류가 공유해야 할 보편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를 보호하는 제도라면서 이번 사도 광산 신청에 대해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한 기시다 총리가 7월 참의원 선거를 염두에 두고 보수표를 위해 강행한 일이라고 지적했죠.
출처 - 교도=연합뉴스
애초 난징대학살 관련 자료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에 반발해 관계국과 협의하여 추천서 제출 전에 당사국 간 대화를 해야 한다는 지침을 만들어 세계유산 심사제도 개편을 주도한 나라가 바로 일본이었습니다. 그런데 관계국인 우리나라가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협의조차 하지 않은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사도 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달라고 신청을 강행하는 건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죠. 내로남불도 정도껏 해야 하지 않을까요? '당사국 간 대화'를 얘기했던 일본의 입장을 놓고 봐도 이번 건은 등재 추진 과정 자체에 문제가 많습니다. 절차적인 문제로 인해 유네스코 심사를 통과할지는 불확실합니다. 하지만 한일 모두 TF를 만들어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서 앞으로 한일 간 역사전쟁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일본 탄광에 강제동원되어 희생된 조선인은 사도 광산에만 있었던 게 아닙니다. 1942년 2월 3일 일본 야마구치 현 우베시 앞바다에 있던 조세이 탄광 해저 갱도가 무너지며 내부로 바닷물이 밀려들어 작업 중이던 조선인 136명을 포함해 총 183명이 목숨을 잃은 일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식민지 지배로 인해 땅과 재산을 잃어 어쩔 수 없이 일본으로 일거리를 찾아갔거나 강제로 동원돼 노역하던 조선인들이죠. 조세이 탄광 역시 일본이 전쟁물자를 대던 해저 탄광이었습니다. 80년이 지났지만 유골 수습은 요원합니다.
출처 - 조세이 탄광
대한민국의 왼쪽으로는 중국이, 오른쪽으로는 일본이 호시탐탐 우리 역사와 문화를 빼앗고 왜곡하려고 획책 중입니다. 일본은 조만간 한국의 정권이 교체될 것이라고 생각해 어떠한 협의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차기 대통령이 일본 입맛에 맞는 사람이 된다면 박근혜 정권 때 이뤄진 '위안부 협의'처럼 굴욕적이고 친일적인 협약이 또 맺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겠죠. 대한민국의 역사를 지키고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역사 바로 세우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이런 시국에 추천하고 싶은 생각비행의 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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