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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민족 고유의 명절에서 모두가 어울리는 한가위로

by 생각비행 2021. 9. 14.

한가위를 앞두고 올해도 어김없이 물가가 치솟고 있습니다. 한가위 상차림 비용은 역대 최고 수준이 될 조짐입니다. 이 시기 물가가 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긴 합니다만, 올 한가위는 2년째 계속되는 코로나19 상황과 기상 이변의 영향 때문인지 물가 상승폭이 심상치 않습니다. 폭염과 가을장마 등 기상 악화 탓으로 과일과 채소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장기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외식이 줄면서 가정의 육류 소비가 늘어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도 덩달아 올랐죠. 최근 국민지원금이 시중에 풀리고 있어 한가위 물가는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출처 - KBS

 

한가위를 앞두고 물가가 오르는 현상에서 시야를 조금만 넓히면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을 엿볼 수 있습니다.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에서 '파값이 오른 30년의 이유'를 다룬 내용은 꼭 한번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출처 - XSFM

 

농촌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면서 점차 소멸하는 중이라고 알고 있는 분이 많으실 텐데요, 사실 농어촌 지역에 젊은 사람이 상당히 많이 살고 있습니다. 결혼 이주 여성과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그 가족들입니다. 이른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농촌에 많이 살고 있다는 얘깁니다.

 

출처 - KBS

 

국내 농촌 인구가 줄어들면서 인력 부족은 날로 심각해졌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농촌 인구는 지난 20년간 52% 감소했다고 하죠. 1995년 485만 명이던 농촌 인구가 2018년 231만 명까지 급감한 겁니다.

 

출처 - 농민신문

 

농촌 인력 수요는 영농철인 4~10월 내내 존재하는데요, 그중에서도 과수 화접, 적과 등이 이뤄지는 4~5월과 수확철에 해당하는 9~11월 사이 일용직 노동력 수요가 집중적으로 발생합니다. 일손 부족으로 작업이 지연되고 차질을 빚어 어려움을 겪는 농민이 많은데요, 일부 악덕 일손 중개업자들이 높은 품삯을 요구하거나 농사일에 익숙한 인부들을 빼돌리는 횡포도 만연합니다.

 

출처 -  파이낸셜뉴스 

 

우리가 먹는 먹거리를 생산하는 현장에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여파로 작년부터 국경이 닫히거나 왕래가 쉽지 않은 탓에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가 많았습니다. 일손 부족으로 숫제 재배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곳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회적 요인이 최근 농작물 가격 상승의 한 요인이기도 합니다. 지난 1/4분기 한국의 식품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8.2% 올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 수준으로 나타났죠.

출처 - 중앙일보

 

설이나 추석을 앞두고 수요가 폭발할 때 일손이 달리니 먹거리 가격은 더욱 치솟습니다. 사실 농업은 이주노동자들조차 선택하기 꺼리는 힘든 직종입니다. 대개 조건이 좋은 제조업을 희망하고 농업은 한국어가 서툰 저임금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선택한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 덕분에 그간 우리 밥상 물가가 큰 변화 없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겁니다. 우리 사회에서 난민이나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히 곱지 않은데요, 정작 이들이 없으면 결국 우리 삶이 팍팍해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이주민들이 사회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한 축이 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다문화 국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을 뿐이죠.

 

출처 - 조선일보

 

안산의 12%, 음성의 15%가 외국인입니다. 지방은 이미 세계화를 겪고 있는데 대도시 중산층만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농촌에서는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미얀마 출신의 노동자들이 한국어로 소통하며 일하는 모습이 일상입니다. 한국의 전통을 잘 간직하고 있는 농촌에서 오히려 외국인 노동자를 훨씬 더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주민이 많은 지역에서는 '고수'처럼 그들이 고향에서 즐겨먹던 채소를 재배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일까요? 베트남 정통 쌀국수 맛집은 도시가 아니라 이주민 노동자들이 운집한 지역에 있다고들 하죠.

 

출처 - 뉴스1

 

지난해 통계를 보면 20~30대 젊은이 4만여 명이 강원도를 떠났습니다. 작년에 강원도를 떠난 인구의 절반에 해당합니다. 대부분 일자리와 교육 때문에 이주를 선택했습니다. 한국전력이 전력 사용량으로 점검한 결과 농촌 지역의 빈집이 26만 채에 달하며 국토의 73%를 차지하는 면 단위 지역에 있던 주민생활시설이 대부분 사라졌다고 합니다. 전국 농촌 면 단위의 76%가 병원, 의원 하나 없는 곳이 되었고, 슈퍼마켓 하나 없는 곳도 전체의 45%에 달한다고 합니다. 미용실과 어린이집이 없는 곳도 40% 안팎인 실정입니다.

 

출처 - 거제저널

 

언론은 '농촌의 붕괴'를 곧잘 화제로 삼습니다만, 현재 농촌을 채우고 있는 외국인 이주민을 없는 셈 치면서 '붕괴'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 아닐까요? 다민족이 어울릴 수 있는 한가위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 초기 이주민 사시에서 2세대, 3세대가 사회에 나올 시기입니다. 다문화 출신 자녀들이 입대를 하고 취업 활동을 하는 등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일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피부색이나 외모를 기준으로 민족을 나누는 구분은 이제 유효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그들을 차별하지 않고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며 함께 살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우리 고유의 명절이라고 선을 긋기보다는 모두 함께 어우러지는 풍성한 한가위가 되도록 우리의 인식을 넓힐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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