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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꼰대' 이미지 탈피하겠다고 정치 희화화? 2030이 원하는 '후보'는?

by 생각비행 2021. 6. 22.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출마 선언을 하려고 간 보는 시즌이 찾아왔습니다. 지난 재보궐 선거 결과와 이준석 효과 등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젊은이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많이 보입니다. 특히 이런 현상은 2030에게 '꼰대'라는 이미지로 굳어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쪽에서 쏟아지고 있는데요, 과연 젊은이들이 정말로 좋아하고 호감을 살 만한 행보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출처 – 한국경제

 

한동안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됐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게임을 한 판했습니다. 프로게이머 경기가 열리기도 하는 광화문 LOL 파크 경기장을 찾은 건데요, 이낙연 전 대표는 자신이 상상하지 못한 세계가 종로 한복판에 있다는 것에 놀랐고 청소년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세계가 있다는 걸 발견해 기뻤다고 했습니다. 한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2030에게 어필하겠다며 힙합 가수처럼 금목걸이에 선글라스, 가죽 재킷 차림으로 틱톡 영상을 찍었습니다. 젊은층에 다가가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하는 중이라고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출처 - 한국경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최메기(MEGI)라는 부캐를 만들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노래하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경선에서 활력을 불어넣는 메기가 되겠다는 의도입니다. 한편 박용진 의원은 지난 4월 역주행 신화로 유명한 브레이브걸스의 노래 <롤린>에 맞춰 춤추는 영상을 틱톡에 올렸습니다. 지난 10일에는 틱톡 영상을 함께 만든 크리에이터들을 불러 '박용진 롤린 사건의 전말'이란 영상을 또 올렸죠.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자기도 젊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 JTBC

 

정치인들의 이런 행보를 보고 뒷목 잡는 분도 많으실 텐데요. 지금이 어느 땐데 부캐 만들어 춤추고 스웨그를 자랑하고 게임이나 할 때냐고 말이죠. 젊은이들이 정치인들의 저런 흉내를 좋아할지도 의문입니다. 

 

출처 - JTBC

 

되지도 않는 최신 유행 줄임말로 신입 직원들과 대화하려는 부장님들 앞에서야 젊은이들이 칭찬하는 척을 할지 모르겠지만, 뒤에서는 "저분 왜 저래?" 할 게 뻔합니다.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선 후보로 나선 이들은 젊은이들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줘야 할 사람들이지 그들의 문화를 소비하며 함께 놀아줄 상대가 아닙니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정치인들의 이런 시도에 대해 젊은이들이 남긴 실시간 댓글은 정직했습니다. 박용진 의원 롤린 춤 관련 기사에는 “허리 돌린다고 옳다구나 젊구나 하겠냐? 사고와 신념, 이에 점철된 정치적 행보로 판단하지. 더불어민주당 하는 꼴을 보면 그냥 웃어 넘겨줄 수가 없다. 허리 돌리고 있을 때냐?”, “롤린 춤춘다고 지지하면 그게 정상이냐”, “박용진 의원에 감정은 없는데 이거 보좌관들 빠따쳐야 한다” 같은 댓글이 넘쳤습니다.

 

출처 - 세계일보

 

2030이 제일 혐오하는 방식이 바로 보여주기식 정치입니다. 2030에 대해 뭐 하나 이해하는 바 없이 그들의 문화를 따라 하는 요식행위는 지양해야 합니다. 젊은 척하려는 시도 자체가 정치판에서는 너무 고리타분한 행위여서 한편으론 질색하게 합니다. 정치인이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이해 못 할 바도 아닙니다. 하지만 대상 층이 가장 싫어할 법한 기획을 들고나오는 짓은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요? 대선 후보로 나서겠다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정치를 희화화하니 대체 어쩌자는 겁니까? 기사 한 줄 나왔으니 됐다는 걸까요?

 

출처 - YTN

 

줄곧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말씀드렸는데요, 그렇다고 야당 대선 잠재 후보들이 제대로 된 행보를 보이고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야당 측에서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6.15 남북공동선언 21주년을 맞아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했습니다. 그는 방명록에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연 김대중 대통령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썼습니다.

 

출처 - 뉴스1

 

이상하게 문장이 자꾸 걸립니다. '지평을 연'이라고 표현해야 할 내용을 '지평선을 연'으로, '통찰'이라고 써야 할 부분을 '성찰'로 썼기 때문이겠죠. 명색이 대선 후보라면 방명록 문구로 자신의 정치 철학과 사고의 깊이를 보여줘야 할 텐데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방명록 문구는 사고의 얄팍함을 드러내는 증거가 아닐까요?

 

출처 - 동아일보

 

사실 방명록 문제는 야권 후보들의 고질병과도 같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해 현충원 방명록에 '코로나19'를 '코로나20'으로 썼습니다. 그는 '굳건히'를 '굳건이', '깊이'를 '깊히'로 쓰는 등 맞춤법 실수도 자주 보였습니다. 자잘한 맞춤법을 틀리는 사람은 연인 후보로도 실격이라는데, 이런 사람이 대선 후보로 거론된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2017년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5.18 민주묘지 방명록에 '멸사봉공'이라는 사자성어를 남겼는데요. 이때 굳이 한문으로 쓰다가 '사사로울 사()' 자를 '죽을 사()' 자로 쓰는 바람에 방명록을 새로 작성해야 했죠. 아는 척하려다 긁어 부스럼 만든 꼴입니다.

 

출처 - THE FACT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또 어떻습니까?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이준석 대표가 지난 14일 대전 현충원을 참배한 뒤 남긴 방명록에 대해 문장이 어색하고 글씨를 알아보기 어렵다고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출처 - YTN


민 전 의원은 이 글이 '내일들 룬비하는 대탄민국든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딪지 닪민늡니다'라고 읽힌다고 비꼬는 한편 "옛 선조들은 사람이 쓴 글씨로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세 번째 기준으로 쳤다"면서 이 대표의 필체를 조롱했습니다. 또한 "이 글은 비문까지는 아니더라도 굳이 숭고한 희생의 헌신과 주체를 빼놓은 게 어딘가 모자라고 많이 어색한 문장이다. 도대체 누구의 희생을 말하는 거냐"고도 지적했습니다. 

 

출처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대선 후보로 나서겠다는 일군의 사람들이 정말로 2030의 지지를 얻고 싶다면 그들이 처한 현실을 인식하고 고충을 들어주며 해결하려는 의지와 대안을 보여야 합니다. 최근 관심이 집중됐던 이준석 현상은 '젊어서 좋다'가 아니라 '더는 이렇게 못 살겠다'는 젊은이들의 자기 파괴적 선택의 일환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만큼 젊은이들의 현실이 절박하다는 의미입니다.

출처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최근 젊은이들이 주축이 되어 10만 명의 서명을 받아 차별금지법 제정 국회청원으로 법 제정을 다시 한번 촉구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매일 2~3명씩 산재로 사망하고 있지만 대선 주자들 중 국가적인 조사나 처벌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구의역 안전문을 수리하다 사고를 당한 김 군부터 평택역에서 컨테이너에 깔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이선호 씨 같은 비정규직들이 법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데 말입니다.

 

출처 - 한겨레

 

게다가 군에서 온갖 갑질을 당하고 불합리한 명령을 견디다 못해 호소를 해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지속적인 성추행과 성폭력을 견디다 못해 여성 하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 때문에 여느 때보다 군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드높은 상황인데도 말입니다. 춤추고 노래하며 젊은 척하려는 가식적인 노력 대신 대선 후보들이 어른으로서 제대로 된 품격을 보인다면 오히려 2030의 지지를 더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대선 잠재 후보들의 대오각성을 바랍니다. 어설프게 젊은이를 따라 하는 행위는 오히려 꼰대로 낙인찍히는 계기가 될 뿐임을 알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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