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원내 교섭단체 정당대표 시대, 정치권은 어디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기세를 몰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사상 최초로 30대 원내 교섭단체 정당대표 시대가 열린 겁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74년 만 45세 나이로 최연소 총재로 선출된 기록을 47년 만에 깼습니다. 게다가 이준석 대표는 이전 선거에 수차례 출마했으나 한 번도 당선되지 못한 0선 정치인이었는데, 다선의 중진 의원들을 제치고 이번에 대표로 선출되어 의외성을 더했습니다.

 

출처 - 한국경제

 

언론은 보수가 먼저 젊은 피를 수혈하기 시작했다며 노골적인 편들기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6월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후보가 꺾은 상대는 나경원, 주호영, 조경태, 홍문표 등 다선은 기본에 서울 시장 후보 단골이거나 이미 국민의힘 원내 대표를 맡기도 한 중진 의원이었습니다. 이날 이준석 후보는 합산 지지율 42%로 2위였던 나경원을 10% 포인트 이상 차이로 따돌렸습니다. 최종 투표율 45.36%로 국민의힘 전당대회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놓고 보면 이준석은 20~30대 젊은이의 일면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출처 - KBS

 

30대 정치인 이준석이 당대표로 선출됐다는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정치권에 새로운 세대가 진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대교체 면에서 뚜렷한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 등이 분발하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고 보수 정치권에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겠죠. 특히 이번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통해 여러 정당에서 불거진 25세 피선거권 제한 규정 폐지와 대통령 피선거권자를 40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과 관련해 의미 있는 문제 제기가 됐다는 점에서도 역시 긍정적입니다. 경험과 연륜은 중요하지만 나이가 그런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나이 제한은 유용한 척도가 되지 못합니다.

 

출처 - 경인일보

 

반면 생물학적인 젊음이 곧 혁신과 진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준석이 당대표로 선출되는 과정을 보면 부정적인 면들이 도드라집니다. 이준석이 승리를 위한 수단으로 현재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젠더 갈등을 부추겨 페미니즘에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20~30대 남성들을 끌어들였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이준석은 정치적 이득을 위해 사회를 오히려 혼란에 빠뜨리는 길을 택했습니다.

 

출처 -서울경제

 

그러면서 이준석이 내세운 가치는 '능력주의'와 '공정'이었습니다. 이를 실행할 방법으로 할당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이준석은 그간 정치 무대의 배려 대상이던 여성, 청년에 대한 가산점과 할당제를 모두 폐지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시험처럼 순위를 매겨 성적순으로 사람을 뽑아 공정을 이루겠다는 발상입니다. 그의 주장은 멀리 갈 것도 없이 국민의힘 당내에서 즉각적인 반발에 부닥쳤습니다. 애초 청년할당제라는 특혜로 국회에 입성한 이준석이 이제 와서 '사다리 걷어차기'를 한다는 겁니다. 자라온 과정을 봐도 이준석은 보통의 20~30대 젊은이들과는 궤가 다른 인생을 살았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이준석은 2004년 아버지 친구인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실에서 인턴으로 2개월 근무하며 정치에 발을 들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정치권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건 26세 때인 2011년 당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던 박근혜에 의해 청년 비대위원으로 발탁되면서부터였습니다. 이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여태까지 이준석은 '박근혜 키즈'로 불렸습니다. 이준석에게 하버드란 간판이, 유승민 친구였던 아버지가, 박근혜에게 간택될 수 있었던 환경적 특혜가 없었다면 과연 청년 이준석이 당대표라는 자리를 꿰찰 수 있었을까요?

 

출처 - 한겨레

 

보통의 20~30대 청년들은 학벌이란 간판도, 인맥이 있는 아버지도, 자신을 특채해줄 리더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준석이 보통 청년의 대변인을 자처하며 '능력'과 '공정'을 말하다니 공허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의 주장은 결국 젊은이를 무한경쟁 속으로 밀어 넣는 것일 뿐입니다. 생물학적으로 이준석은 젊은이에 속할 뿐 시쳇말로 젊은 꼰대에 지나지 않습니다.

 

출처 - 굿모닝충청

 

21대 국회는 여성 국회의원이 역대 최다로 입성했다는 평가를 듣지만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여성은 57명으로 20%가 채 안 됩니다. 선거법상 청년을 만 45세 미만으로 규정해 공천 가산점을 주는 현실인데도 지역구에서는 10명, 비례대표로는 8명이 당선되는데 그쳤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이준석의 주장대로 이 모든 할당제가 폐지되고 무한경쟁에 돌입하면 청년이 국회에 더 많이 들어갈 수 있을까요? 경제적, 사회적 기반이 젊은이들보다 탄탄한 중장년 이상 층이 국회에 더 많이 진출하지 않겠습니까? 자유경쟁이 온전한 공정이 되는 건 상위 1% 리그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려하지 않고 지독한 엘리트주의에 바탕을 둔 능력과 공정을 기준점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출처 - 한겨레

 

0선이었으나 이준석이 30대에 제1야당의 당대표가 된 시대의 흐름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특히 진보 진영에서 왜 대중적인 젊은 정치인을 키워내지 못했는가 진지하게 고민할 때입니다. 하지만 정치권에 불고 있는 이준석 현상과 정치인 이준석 개인 사이에는 분명한 선을 긋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권의 세대교체가 일어나야 한다고 자극한 점은 눈여겨봐야 하지만, 너도나도 이준석 방식으로 달려들면 우리 사회가 극우화와 반지성주의로 치닫는 걸 막을 수 없습니다.

 

출처 - TV조선

 

역사를 통해 히틀러, 무솔리니, 카다피 등 내로라하는 독재자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 젊은 지도자로 각광받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됩니다. 처음엔 당선될 수 있을까 의구심을 품었던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어 선동의 정치로 재임 4년간 얼마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미국 사회를 갈등으로 몰아넣었습니까?

 

출처 - 오마이뉴스

 

이준석이 대표가 된 국민의힘은 과연 어디로 가게 될까요? 극우 파시스트들이 정계의 상수가 되고, 네오 나치들이 반달리즘을 일삼는 그런 미래가 도래하지 않도록,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될 때입니다.

댓글(0)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