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 밀맥주가 쏘아 올린 협업 마케팅, 이제 자성해야 할 때

작년에 밀가루 브랜드인 대한제분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화제였습니다. 밀가루를 공급하는 회사인 대한제분이 '곰표'라는 자사의 상표를 활용해 기발한 마케팅을 했기 때문입니다. 대한제분은 재미를 추구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해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회사들과 협업하여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 곰표

 

지난여름 대한제분과 수제 맥주 브랜드인 세븐브로이, 편의점 브랜드인 CU가 협업해 만든 곰표 밀맥주는 한동안 일반인뿐 아니라 연예인들도 맛을 보기 위해 CU 지점을 원정 다니며 구할 정도로 인기 품목이었죠. 곰표는 맥주뿐 아니라 티셔츠, 패딩 등 곰표라는 브랜드 컬러와 밀가루라는 식재료 이미지를 활용해 협업 상품을 늘려갔습니다. 그러자 수많은 브랜드들이 너도나도 협업 상품 마케팅에 뛰어들었습니다. 대한제분처럼 옛날 느낌이 나고 소비재를 만들지 않거나 만들더라도 젊은이들과의 접점이 없었던 브랜드들이 열심이었죠. 그런데 여러 브랜드들이 앞뒤 재지 않고 너도나도 뛰어들자 문제가 하나둘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 허프포스트

 

문제는 이런 협업 상품들이 대부분 먹을거리에서 비롯되었거나, 반대로 먹을 것을 만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구두약으로 유명한 '말표'에서 협업 상품으로 나온 초콜릿은 패키지가 거의 똑같아 어떤 것이 구두약이고 어떤 것이 초콜릿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모나미'에서 나온 매직 스파클링 음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매직과 거의 흡사하게 생긴 모양이었습니다. '세븐일레븐'은 기존의 딱풀과 크기, 모양이 거의 똑같은 딱붙캔디를 출시해 논란이 되었습니다. 모두 먹을거리이다 보니 어린이의 경우 똑같이 생긴 상품이라서 자칫하면 초콜릿이라고 생각해 구두약을 먹을 수도 있고, 음료인 줄 알고 매직을 마실 수도 있으며, 딱풀을 캔디라고 착각하고 빨아먹을 수도 있는 위험성이 상존하게 된 겁니다.

 

출처 - SBS

 

애초 이런 마케팅을 성공시킨 곰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밀가루라는 식재료에 기반해 마케팅을 진행해왔는데 결국에는 같은 패키지로 주방세제까지 출시했으니까요. 이미 같은 콘셉트 포장으로 팝콘, 나초 등 다른 먹거리도 내놓은 바 있기에 주방세제도 아이들은 먹을거리로 착각할 우려가 컸습니다. 지난 15일 부산 홈플러스에는 서울우유의 협업 상품인 서울우유 바디워시가 실제 서울우유와 같은 매대에 진열되었습니다. 눈이 어두운 고령층이 자칫 바디워시를 우유로 오인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 겁니다. 진로 소주는 소주병과 똑같은 병에 협업 상품으로 방향제를 담아 판매했습니다. 술에 취한 이가 자칫 방향제를 소주로 착각하고 마신다면 탈이 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출처 - 인사이트

 

이와 같은 협업 상품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소비자 사이에는 재미와 호기심 수준을 넘었다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젊은이들이야 재미로 만들고 사는 협업 상품이겠지만, 사실상 젊은이들만 사는 것도 아니고 어린이나 고령층의 경우 상품 구분을 잘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유통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이런 혼동을 주는 협업 상품을 제외하고서라도 완구, 문구, 생활용품 등의 이물질을 삼키는 사고가 매해 2000여 건에 달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너무 똑같아서 실수로 먹을 위험성이 있는 협업 상품까지 더해지니 어린이들의 이물질 흡입 사고의 위험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원은 장난감이나 식품으로 오인하는 모양의 포장 제품 유통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소비자 중에는 재미로 시작한 일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 먹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마케팅을 추구할 일이냐라는 자정의 목소리에 좀 더 힘이 실리는 추세입니다.

 

출처 - 트위터

 

이런 여론 때문일까요? 국회에서는 신체에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생활화학제품 등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광고를 식품에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식품표시광고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식약처도 식품 디자인을 본 딴 생활화학제품은 물론 생활화학제품을 본 딴 식품 모두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쪽으로 관련 법 개정 방향을 잡았습니다. 다만 식약처 쪽은 법 개정에 시일이 걸리는 만큼 피해 예방을 위해 업계 자체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자칫 기업에 대한 영업권 침해 우려도 있기 때문에 업계에 먼저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입니다.

 

출처 - 곰표

 

업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아이들이 혼동해 제품을 삼킬 수도 있는데 제품보다 눈길을 끄는 것 자체에 너무 신경을 쓰는, 본말이 전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좋은 상품을 재밌는 아이디어로 판매하면 기업도 좋고 소비자도 좋습니다. 하지만 적정 선을 지키는 노력을 병행해야합니다. 어린이나 고령층 등 상품 인지와 관련하여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업계의 자정 노력을 시작으로 건건한 소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배려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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