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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이재용 사면 요구하는 재계와 언론의 이재용비어천가

by 생각비행 2021. 6. 3.

지난 4월 28일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 유산의 상속세 납부 계획과 의료사업 지원 및 미술품 기증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언론은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일제히 톱기사로 보도했습니다. 언론은 우리나라 최고 부자의 상속세를 앞다투어 대신 걱정해주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반도체 전쟁과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위해 하루빨리 이재용을 사면해야 한다며 이것이 나라를 구하는 길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실에 근거해 그 이면을 살펴보면 참으로 웃기는 상황입니다.

 

출처 - 매일경제

 

우선 삼성 일가가 법에 따라 상속세를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3대째인 이재용에 와서야 말이죠. 이건희는 창업주 이병철의 상속 재산을 차명으로 돌려 탈세했습니다. 이재용은 1995년 이건희에게 60억을 증여받아 증여세 16억을 납부했습니다. 이 증여를 기반으로 삼성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의 비상장 주식을 헐값에 매입했고 상장 후 매각해 500억이 넘는 시세차익을 거둡니다. 그리고 제일기획, 삼성전자,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발행,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불법 발행 등의 방법으로 삼성 계열사 지분을 확보합니다. 이재용은 이렇게 상속 전 재산인 9조 원을 고작 16억 원의 증여세만 내고 획득했습니다. 편법, 불법은 차치하고 16억 원으로 9조 원을 챙긴 사람의 상속세를 걱정해주다니 우리나라 언론은 동정심이 차고도 넘치는 셈이죠.

 

출처 - 경향신문

 

게다가 상속세 절감을 위한 꼼수인 고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기증 건 대한 언론의 미화는 도를 넘었습니다. 3조 원으로 평가받는 미술품 2만 3000점을 통 크게 기부한다며 대서특필해주었으니까요. 심지어 《경향신문》조차 '이건희 컬렉션'이라고 이름 붙여 삼성을 한국의 메디치가라고 찬양하기까지 했습니다. 기가 막혀 메디치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비행기를 타고 올 일입니다.

 

출처 - 중앙일보

 

삼성의 기증 계획에 들어 있는 미술품들은 과거 비자금을 통해 구매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는 것들입니다. 미술품 기증은 당연하게도 상속세 절감을 위한 결정일 뿐입니다. 2007년 삼성 특검 당시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 수장고에 그림 수만 점이 있다고 양심선언했습니다. 특검은 이 미술품들이 개인 소유인지, 삼성문화재단 소유인지, 무슨 돈으로 산 것인지 출처를 제대로 밝혀내지 않았습니다. 세금 신고조차 제대로 된 적 없죠. 이런 사실만 봐도 '이건희 컬렉션'은 경로가 제대로 추적 안 되는, 도굴된 것이나 다름없는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손에 넣은 것이라는 얘기도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미술품의 작품성 자체에 대한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편 당시 특검이 찾아낸 4.5조 원의 차명 재산도 전부 이병철의 상속 재산이라는 이건희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비자금 수사마저 무혐의 처분됐습니다. 삼성으로서는 이제 와서 상속 재산을 다시 조사하면 불편해질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논란을 피하기 위해 미술품을 기부하겠다고 자처한 것임이 분명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삼성이 애초 사회에 기부하려고 그 많은 돈을 쏟아부어 각종 미술품을 수집했겠습니까? 정말 그럴 셈이었다면 왜 상속세 낼 때가 돼서가 기부 이야기가 나온 걸까요?

 

출처 – 한국경제

 

하지만 언론은 삼성의 미술품 기부 이면에 있는 차명재산 불법활용이란 배경을 지우고선 "이건희의 마지막 선물", "기부의 역사를 새로 쓰다", "삼성 일가 상속세 잡스의 3배", "기부 작품 한 달에 100점씩만 전시해도 20년 걸려" 등등 이재용비어천가를 부르기 바빴습니다. 마치 삼성이 안 내도 되는 돈을 국가와 시민들을 위해 환원하기라도 하는 양 말입니다. 그런데 언론의 삼성가 핥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런 선의를 베푼 이재용을 사면해줘야 인지상정 아니냐며 여론을 호도하는 기사를 양산한 겁니다. 언론은 반도체 대전이 격화하고 있다며 이재용 사면을 부채질했습니다. 하지만 이재용이 없다고 삼성이 반도체 전쟁에 대한 적절한 결정을 못 내린다면 그건 삼성의 경영구조가 그만큼 후진적이라는 증거밖에 안 되는 겁니다. 특정경제범죄법상 유죄 판결을 받은 자는 취업 제한에 걸립니다. 그러니 이재용이 삼성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특경가법 위반인 상태입니다. 삼성 경영에서 법적으로나 도의적으로나 빠져야 맞는 상황이죠.

 

출처 - SBS

 

상속세 규모와 미술품 기부 등의 눈속임에 현혹되어 착각하면 안 됩니다. 삼성은 마땅히 냈어야 할 상속세를 뒤늦게 내겠다고 발표한 것일 뿐이며, 미술품 기증 같은 쇼는 그저 상속세를 아끼기 위한 방편일 뿐입니다. 선선대인 이병철, 선대인 이건희와 연루된 불법 비자금과 삼성가의 재산 증식에 대해서는 해결 의지도 없어 보입니다. 무엇보다 이재용은 박근혜, 최순실 등에게 뇌물을 준 국정농단의 주범 중 한 명이므로 죗값을 치르는 것일 뿐입니다. 그 점을 잊지 맙시다.

 

출처 - JTBC

 

최근 한미 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4대 그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성공적인 방미 회담 덕분인지 오찬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하죠. 4대 그룹 총수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JTBC는 문 대통령이 "고충을 이해한다"면서 "국민들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라고 답했다고 보도했습니다. JTBC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감'에 대해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위기 국면에 놓인 상황에서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안다"라고 부연했다고도 보도했습니다. 그러고는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죠. 

 

출처 - YTN

 

한편 YTN은 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도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발언이 이 부회장 사면 자체에 공감한다기보다는 충분히 의견을 더 듣겠다는 의미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는 내용을 추가로 보도했습니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합니다. 

 출처 - 다음 검색 결과

 

그런데 포털 다음에서 '이재용 사면'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언론은 대부분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사면에 동의하기라도 하는 양 제목을 뽑았습니다. 《미디어오늘》 정도만이 청와대 관계자를 취재하여 “사면에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했다”라고 답했으며, "긍정, 부정 어떤 쪽에 공감하는 이라고 특정하지 않았"고 "이전에 4주년 특별연설 때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며 충분히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 판단하겠다'라고 말했던 의미로 해석이 된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출처 - 참여연대 / 미디어오늘

 

경제개혁연대, 경제민주주의21,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들은 2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국민통합과 인권증진의 측면에서 시행되어야 할 사면·가석방이 경제적 투자에 대한 정치적 대가로서, 또는 경제 논리로 환원돼 재벌의 기업 범죄 정당화에 악용되는 것을 반대합니다. 현재 이재용 사면론에 따르면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와 영향력을 가진 기업이 총수 개인의 부재로 투자·의사결정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인데,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이러한 주장 자체가 한국 재벌기업 경영방식의 낙후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경제정의와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할 개혁 사항입니다. 이재용 사면·가석방은 현재 진행 중인 삼성물산 불법합병과 분식회계사건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른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먼저 판결이 확정된 형사사건에 대해 사면한 전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이 법무부 취업제한통보에도 삼성전자 부회장직을 유지해 수형 기간 중에도 다른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이재용 부회장 사면·가석방은 재벌총수 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며, 사법질서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점에서도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힙니다."라며 이재용 사면에 반대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출처 - 경향신문

 

이재용에 대한 사면 시도는 법치의 근간을 흔들고 재벌과 새로운 부당거래를 하려는 것이라는 시민사회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재벌이 특별대우를 받는 이상한 현실을 또 용납해선 안 될 일이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삼성은 아직까지 숱한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로 세워진 정부의 존립 근거를 훼손하지 말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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