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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전 세계의 갈등에 대책 없는 유엔,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by 생각비행 2021. 5. 24.

지난 5월 10일 가자지구가 다시 포성으로 뒤덮인 지 일주일여 만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사이의 분쟁은 사실상 전쟁으로 치달았습니다. 그동안 여러 강경 발언과 산발적인 분쟁이 있기는 했지만 로켓포와 폭격 등이 동원된 실제 공격이 발생한 것은 7년 만의 일입니다.

 

출처 - 뉴시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기저에는 수십 년 전 제국주의 열강이 이스라엘 건국의 정당성을 팔레스타인에 강요한 역사가 있습니다. 그로 인해 시간이 가면 갈수록 팔레스타인 영토는 줄어들었습니다. 그만큼 이스라엘의 영토는 커졌죠. 이스라엘의 역사는 곧 중동전쟁과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 등으로 귀결되었고, 오늘날까지 중동이 화약고로 남게 된 질곡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이스라엘은 반세기가 넘도록 요르단강 서안 지구를 점령하고 국제사회의 규탄에도 아랑곳없이 미국이라는 뒷배를 믿고서 가자지구를 봉쇄한 채 사실상 고사시켰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이스라엘 내에서는 극우파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실려 가자지구는 물론, 이스라엘 안에서 합법적으로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향해서도 일상적인 차별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에는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텔아비브가 아닌 예루살렘을 자기네 수도로 선언하고 미 대사관도 옮기겠다고 발언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자극하는 행위는 계속되었습니다.

 

출처 - YTN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무력 충돌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4월 13일 라마단 첫날에 이스라엘 경찰이 무슬림의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을 무단 침입해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지는 마이크 선을 잘라버린 사건일 겁니다. 그날은 이스라엘의 현충일이기도 한데, 무슬림의 라마단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지면 사원 바로 밑에 있는 통곡의 벽에서 연설하기로 되어 있는 이스라엘 대통령의 얘기가 잘 들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라마단은 무슬림 금식의 달입니다. 전 세계 10억이 넘는 무슬림이 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음식, 술, 담배, 성관계를 피합니다. 이런 금식 행위는 이슬람 예배의 가장 높은 형재 중 하나라고 합니다. 금식 행위를 통해 알라를 향한 믿음을 보이고 영적인 경건함을 증명하는 것이죠. 모든 무슬림이 함께 금식하는 행위는 알라 앞에서 모두가 형제, 자매이며 평등하다는 것을 확증하는 의례이기도 합니다. 이런 신성한 라마단 첫날 이스라엘 경찰이 성지를 짓밟았으니 무슬림들로서는 화가 머리끝까지 날 만합니다.

 

출처 - MBC

 

하지만 총선을 비롯한 국내 정치로 이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이스라엘 정부는 잘못된 판단을 하고 맙니다. 고조되는 긴장감을 방치한 겁니다. 차별에 분노한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이 이스라엘 경찰과 대치한 상황에서 체포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유대인이 공격의 대상이 되고 SNS에 관련 영상이 퍼지자 이스라엘 극우파들은 좋은 구실을 잡았다는 듯, "아랍인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폭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슬람과 하마스 사이에 고조되던 긴장의 끈은 라마단 마지막 날 이스라엘 경찰이 또다시 알아크사 사원을 급습하면서 결국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무슬림들을 향해 최루탄과 섬광탄, 고무탄을 쏘며 무차별 진압한 것이죠. 기도실에서 기도하던 무슬림까지 모조리 끌려 나오고서야 이스라엘 경찰의 진압이 끝났습니다. 무슬림으로서는 신성한 날 성지를 두 번씩이나 짓밟히는 모욕을 당한 셈이었죠. 그러나 이스라엘의 모욕 행위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10일 아침 이스라엘 경찰은 방어를 위해 무슬림들이 쌓아놓은 돌을 치운다는 명분으로 사흘 만에 알아크사 사원을 다시 짓밟았습니다. 이날 저녁 결국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서로 로켓포를 쏘며 7년 만에 사실상 전쟁 상황에 돌입했습니다.

 

출처 - 미주중앙일보

 

시작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양국 간 전투 양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참혹했습니다.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무장한 이스라엘의 폭격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신에게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그들의 말과 달리 악마적인 학살을 단행한 겁니다. 현재까지의 양상을 보면 이건 전쟁이 아니라 이스라엘에 의한 일방적인 양민 학살로 보입니다.

 

출처 - 트위터

 

전쟁 발발 8일 만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망자는 최소 197명이며 다친 사람은 1200명을 넘었습니다. 이 중 절반 가까운 92명이 여성이나 어린이였습니다. 사망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52명이 어린이라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입니다. 이런 수치는 군인들 사이의 교전이 아니라 민간 시설을 노리고 폭격을 단행한 결과이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의 피해는 군인과 민간인을 모두 합해 사망자 10명 수준이었습니다. 이 같은 차이를 보면 이스라엘 정부의 주장처럼 '정당방위'로 볼 수 없는 수준의 학살임을 알 수 있죠. 양국의 휴전이 타결되기까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65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232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망했고, 19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의 로켓 공격으로 12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이 모든 게 불과 11일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출처 - 한겨레

 

지난 2014년 이스라엘이 50일간 가자지구를 공습한 당시는 어땠을까요? 팔레스타인 보건부 측은 사망자가 2000명이 넘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때도 팔레스타인 측의 피해에 비해  이스라엘 측의 피해는 미미한 수준이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양측의 충돌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팔레스타인이며, 유엔에 따르면 사망자 중 77%는 민간인"이었다고 하죠. 7년 전 전쟁 당시에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그야말로 일방적으로 학살했던 겁니다. 

 

출처 - MBC

 

이번에 발생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 양상에서도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비롯해 온갖 민간시설을 조준해 폭격했습니다. 하마스의 기지로 추정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심지어 지난 5월 16일에는 가자지구 내 국경없는 의사회의 외상 및 화상 진료소가 폭격을 받아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죠. 그리고 미국의 AP통신, 알자지라 등 국제 외신들이 사용 중이던 프레스센터 건물을 하마스의 기지라며 폭격한 일도 발생했습니다. 아무리 전쟁 상황이라 해도 의료시설과 언론을 노리고 공격하는 것은 반인권적, 반문명적인 범죄 행위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장 큰 피해를 본 유대인들이 가장 큰 전쟁 범죄의 가해자로 돌변했습니다.

 

출처 - MBC

 

팔레스타인이 일방적인 학살을 당할 때마다 유엔은 소극적으로 대응했습니다. 미얀마의 군사쿠데타 상황에 대해서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던 유엔은 이번 이스라엘의 학살에도 무기력했습니다. 미국, 러시아 중국이라는 열강의 입장에 휘둘려 유엔이 무능력한 모습을 보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성명을 통해 민간과 언론 구조를 무차별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국제법을 위반하며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며 통제할 수 없는 안보, 인도적 위기가 발생활 것이라고 경고하는 발표를 했는데도 그 이후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조차 해결책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스라엘의 뒷배인 미국이 이스라엘의 폭격을 정당방위라고 지지하며 시간을 끌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단지 한 나라의 반대 때문에 안보리가 공동 성명을 도출하지 못한다면서 미국을 비난했습니다. 미얀마 쿠데타나 신장 위구르 자치구 문제에서는 미국이 중국을 비판하는 입장이니, 결국 전 세계의 갈등 상황이 미국과 중국의 파워 게임의 대리전이 될 뿐입니다.

 

출처 - YTN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이유로 갈등과 분쟁이 발생하고 있지만, 유엔의 영향력은 나날이 작아지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세계는 혼돈 속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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