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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5.18 광주민주화항쟁 41주년에 살펴보는 전두환 일가의 세습

by 생각비행 2021. 5. 19.

제41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거행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SNS에 올린 성명을 통해 오월의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을 기원하며 오늘의 미얀마에서 어제의 광주를 본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5월 광주가 미얀마의 희망이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면서요. 김부겸 국무총리는 기념사를 통해 화해와 용서는 지속적 진상 규명과 가해자들의 진정한 사과 그리고 살아 있는 역사로서 5월 광주를 기억할 때만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내란 목적 살인죄를 저지른 핵심 책임자들이 진실을 밝히고 광주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출처 - MBC

 

아울러 올해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자는 말도 나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내용인데요, 이번에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물론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같은 뜻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전 총장이 5.18 정신을 얘기하자 바로 비난 여론에 직면했습니다.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은 5.18 때 항명은커녕 사표라도 던져본 검사가 있었느냐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돌려서 비판하는 한편 검찰 조직이 한심하고 개탄스럽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윤석열의 검찰은 수십 년간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왜곡하고 폄훼했던 지만원을 무혐의 처분한 적이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와서 5.18 정신에 숟가락을 올리려는 건 염치없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출처 - 서울의소리

 

올해 5.18에는 새로운 정보가 여럿 공개되었죠.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5.18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을 폭력배로 둔갑시켜 삼청교육대로 보낸 정황이 담긴 문건이 나왔습니다. 일부 5.18 유공자는 삼청교육대를 거쳐 청송감호소까지 끌려가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신군부 세력이 5.18 유공자들을 조직적으로 삼청교육대로 끌고 갔는지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지난 2018년 12월에 대법원은 전두환 정권이 저지른 삼청교육대의 설치, 운영 근거가 됐던 계엄포고 13호가 발령 절차와 내용에 있어서 모두 위헌, 위법해 무효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출처 - 한겨레

 

한편 국정원은 지난달 5일 5.18 당시 차륜형 장갑차가 시위 현장에 투입된 사진을 포함해 당시 상황을 볼 수 있는 관련 기록을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제공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차륜형 장갑차 사진의 경우 ‘최초 발포는 광주고 앞길에서 바퀴가 고장 난 차륜형 장갑차에서 이뤄졌다. 그 장갑차를 제외하고 다른 계엄군 장갑차는 모두 궤도형이었다’는 진술과 문헌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로서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합니다.

 

출처 - KBS

 

한편 5.18 당시에는 외신 기자들의 역할이 컸는데요, 이번엔 계엄군과 시민군의 최후 항전 기록 사진이 최초로 일반에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계엄군이 도청 진압작전을 단행한 직후의 도청 상황이 적나라하게 담긴 사진입니다. 아시아 월스트리트 저널 서울지부 기자였던 노먼 소프가 촬영한 것으로 41년 만에 일반에 공개됐다고 하죠.

 

출처 - 노먼 소프

 

5.18 광주민주화항쟁과 관련해 올해 무엇보다 고무적인 일은 5.18 당시 계엄군에 참여했던 공수부대원이 자신의 사격으로 사망한 희생자의 유족에게 사죄와 용서를 구한 지난 3월의 일입니다. 5.18 가해자가 직접 나서서 자신의 발포로 특정인을 숨지게 했다고 고백하며 유족에게 사죄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5.18 당시 계엄군이었던 A 씨가 5.18 조사위에 자신의 행위를 고백하고 유족에게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유족들이 사과를 수용하면서 이번에 자리가 마련되었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서 A 씨는 유족 앞에 엎드려 사죄하며 오열했습니다. 유족들은 그의 사과를 받아들이며 용기 있게 나서주어 다행이고 고맙다고 했습니다. A씨는 조사위에 순찰 중 화순 방향으로 걸어가던 민간인 젊은 남자 2명이 공수부대원인 자신들을 보고 도망가자 무의식적으로 사격했다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이때 겁에 질려 도주하던 그들에게는 총기나 위협이 될 만한 물건이 없었다며 공수부대원들에게 저항하거나 폭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겁을 먹고 도망가던 상황이라고 밝혔죠. 이는 5.18 당시 계엄군의 총격이 무장한 시위대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자위권 차원이었다는 신군부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아주 중요한 증언입니다. 조사위는 향후로도 계엄군이 사죄 의향을 밝힐 경우 유족과 상의하여 사과와 용서를 통한 과거사 치유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JTBC

 

또 다른 뜻깊은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3년 보수 종편인 채널A에 출연해 5.18 광주 북한군 투입설의 근거로 이용되어 왔던 김명국 씨가 이번에 5.18 진상조사위원회를 찾아 양심선언을 했습니다. 김명국은 2013년 방송에서 북한 특수군으로서 5.18 당시 광주에 직접 침투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이 때문에 극우 진영은 그의 얘기를 토대로 5.18 당시 북한군이 남파됐다는 증거로 사용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김명국은 지금껏 광주에 가본 적이 없다고 진실을 털어놓았습니다. 남파 간첩을 키우는 대남연락소 소속 전투원이었던 김명국은 진위 파악조차 안 되는 당시 조장의 얘기를 듣고 자신도 함께 간 것으로 이야기를 꾸몄습니다. 그러니까 군대의 '썰'을 진짜 있었던 일인 양 무용담으로 만들었던 겁니다.

 

출처 - JTBC

 

김명국은 방송 출연이나 촬영하는 줄 몰랐다고 해명하면서 이후 논란이 너무 커져 뒤늦게 말을 바꾸는 게 겁이 나서 잠적했다고 밝히면서 자신을 유혹한 세력에 대해 폭로했습니다. 북한군으로 광주에 침투했다는 거짓말만 잘해주면 수만금을 준다는 사람도 있었고 자꾸 기자회견을 해달라는 세력들도 있었다는 겁니다. 2019년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개회한 5.18 공청회에도 나와달라고 초대받았는데 거절했다고도 밝혔습니다. 그는 조만간 광주를 찾아가 사죄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5.18의 진상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지만, 김명국을 인터뷰했던 《동아일보》와 채널A 책임자들은 도망다니며 없었던 일인 양 하기 바쁩니다.

 

출처 - JTBC

 

양심선언과 새로운 자료로 5.18 당시 신군부의 거짓이 폭로되고 있지만, 핵심 세력의 뻔뻔함은 계속되고 있죠. 육군특수전사령부 전 사령관이었던 정호용은 이번에 5.18진 상위에 진정서를 제출하며 자신은 광주진압작전에서 배제됐고 노태우가 3당 합당을 성사시키기 위해 자신을 5.18 책임자로 몰아 정계에서 제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허화평, 허삼수, 허문도와 계속 불화했고 광주에 가긴 갔지만 작전 조언만 했을 뿐 실질적으로는 방관자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하나회의 일원으로서 전두환 밑에서 출세가도를 달린 인물입니다. 5.18 이후에는 육군참모총장을 거쳐 내무부 장관, 국방부 장관, 국회의원을 지냈죠. 그런 사람이 이제 와서 억울하다고 하니 그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의심스럽지만, 5.18진 상위는 이달 안으로 정호용을 조사해 진정서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만약 신군부 세력의 균열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향후 5.18 진상 규명에 진척이 있겠지요.

 

출처 - JTBC

 

그럼에도 불구하고 5.18 참상의 악의 축인 전두환 일가는 악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000억 원에 가까운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티고 있는 전두환 일가는 최근 재산을 3대 장손자인 전우석에게 세습하는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전우석이 아버지인 전재국 소유 출판사 등기이사로 참여하며 경영의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출처 - 뉴스타파

 

전두환 일가는 지금까지 두 번에 걸쳐 전 재산의 국가 헌납을 공언한 바 있죠. 5공 비리가 터져 나오던 1988년 전두환 본인이, 2013년에는 아들인 전재국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연희동 자택을 비롯해 추징금 완납까지 환수에 응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하지만 8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입니다.

 

출처 - 뉴스타파

 

그간 감춰뒀던 전두환의 불법자금이 아들 삼 형제, 그중에서도 특히 맏아들인 전재국에게 흘러갔다는 게 정설입니다. 시간이 흘러 2019년 10월 전재국의 아들이자 전두환의 손자인 전우석은 음악세계의 등기이사가 되며 50%의 지분을 가져갑니다. 이를 기점으로 하여 전두환 그룹의 최정점이 말단 기업이었던 음악세계로 바뀝니다. 개인 회사였던 음악세계가 주식회사로 전환되고 사업 목적에 부동산 임대 및 분양, 주택 건설 등이 추가되었죠. 아무리 봐도 음악과는 거리가 먼 사업들이죠. 이런 변화 방향을 보면 전우석의 음악세계가 향후 전두환 그룹의 리딩 컴퍼니가 될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또한 전재국은 아들이 대주주인 회사에 임대료를 몰아주는 식으로 부당 내부거래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증여세 회피를 위한 편법 상속이 벌어진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상태죠. 분명한 사실은 전두환의 불법자금을 활용해 아들 전재국이 세운 사업체들로 끌어모은 재력이 이제 손자인 전우석에게 흘러 들어가 전두환 그룹의 최정점에 도달했다는 겁니다. 학살자 일가는 부의 3대 세습을 이뤄 여전히 이 사회를 돈과 영향력으로 좌지우지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출처 - 뉴스1

 

5.18 41주년 기념식이 있던 날 전두환의 패소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전두환이 5.18 당시 광주에 내려가 계엄군에 사살을 명령했다고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했으나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패소한 겁니다. 한편 전국 시민단체는 전두환과 관련된 기념비 등의 철거를 촉구했습니다. 인천에서는 정토원에 남아 있던 전두환 글씨 현판이 이미 교체되었죠. 포천시 역시 오랜 철거 요구 끝에 국도 43호선 축석고개에 세워진 전두환의 호국로 기념비를 철거하기로 했습니다. 5.18 광주를 피로 물들인 학살자 일가와 그 비호 세력에게 맞설 힘은 평범한 시민의 관심과 진실을 규명하려는 의지에서 나옵니다. 이것이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가 5.18의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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