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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카카오톡, 국가통신망의 조용한 민영화 경계해야!

by 생각비행 2021. 5. 12.

지난 어린이날 밤 갑자기 카카오톡 접속이 안 돼 당황하신 분들 많을 겁니다. 카카오에 따르면 5일 밤 10시 무렵부터 일부 이용자의 스마트폰에서 메시지 수발신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PC 접속도 되지 않았습니다. 카카오톡을 이용한 로그인 인증 서비스와 같이 카카오톡 기반 서비스들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큰 불편을 겪었죠. 일부 이용자들은 카카오톡 자체 오류인 줄 모르고 앱을 삭제했다 다시 내려받기도 했고, PC 버전을 완전히 삭제하는 바람에 파일까지 전부 날리고 새로 까는 등 한 차례 홍역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톡에 있던 이미지가 전부 날아가버린 사용자도 있는 등 불편 사항도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이런 불편 상황은 2시간 반가량 이어졌다고 합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카카오톡의 장애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1월, 2월, 3월, 7월에도 적게는 15분에서 길게는 1시간여 동안 오류가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SNS에는 "카톡이 멈추니 대한민국이 멈췄다"는 메시지가 보일 정도로 숱한 국민의 불편이 극심했습니다. 이 때문에 카카오톡이 생활플랫폼으로 자리 잡아 국민의 의존도가 높은 편인데 상대적으로 네트워크 관리나 투자에 너무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출처 - 금강일보

 

카카오톡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지만 생활 속에 너무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 때론 독이 되기도 합니다. 카카오톡은 사생활뿐 아니라 업무용 메신저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회사에서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규모가 작은 회사라면 카카오톡으로 주요한 소통과 의사결정을 다 하는 상황이죠.

 

출처 - 연합뉴스

 

직장인이라면 부서별, 팀별 단톡방에 초대되어 쉬는 날일지라도 단톡 방에 올라온 내용을 숙지해야 합니다. 젊은 신입 직원이라면 이런 업무 환경은 큰 스트레스로 느껴지겠죠. 무엇보다 큰 스트레스 원인은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단톡방 메시지입니다. 쉬는 날도 공사 구분이 되지 않는 상황이 일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생활에 대한 개념이 없는 상사가 단톡방에 있기라도 하면 실제로 사생활 노출, 침해 문제가 발생하곤 합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카카오는 이런 점 때문인지 공사 분리를 위한 업무용 메신저 카카오워크를 예전에 내놓았지만 이것을 쓰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6%에 불과했습니다. 이미 지나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카카오톡을 쓰고 있어 그 사용 방식과 편의성에 젖어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죠.

 

출처 - 연합뉴스

 

이번에 발생한 카카오톡 오류로 일부 언론에서는 카카오가 일명 '넷플릭스법' 적용을 받게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넷플릭스법이란 대량 트래픽을 이용하는 사업자들이 서비스 품질을 일정 수준 유지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말합니다. 넷플릭스·구글·페이스북·네이버·카카오 등 국내외 부가통신사업자들에게 통신망 품질유지 의무를 지우는 넷플릭스법의 구체적인 윤곽이 공개된 건 지난 2020년 9월 8일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하루 평균 이용자 100만 명 이상, 국내 트래픽의 1% 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에게 통신서비스 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시행령을 입법예고했고 12월에 시행됐죠. 그러니까 하루 평균 이용자가 100만 명 이상인 카카오가 넷플릭스법 적용을 받는 대상은 맞지만, 이에 따라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없을 듯합니다.

 

출처 - 서울신문

 

과기부 등 정부의 현황 파악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거나 시정명령에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때야 처벌이 가능한데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불과합니다. 이마저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이번처럼 거의 전 국민이 불편을 겪었더라도 카카오 측을 상대로 배상 요구를 하기 어렵습니다. 이용자에게 어떤 피해가 발생했는지 불분명하고 피해가 있었더라도 서비스 장애와 인과 관계를 직접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죠.

 

출처 - 한국일보

 

게다가 전기통신사업법상 손해배상은 서비스 장애가 4시간 이상 지속돼야 하고 이용자 불편사항 접수 등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야 합니다. 이런 두 가지 사항에 해당되더라도 무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일 경우 배상 책임에서 예외가 인정됩니다. 이번 카카오톡 오류는 대략 2시간 정도로 해결됐고 장애 공지를 했으며 무엇보다 카카오톡 서비스가 무료이기 때문에 카카오 측에 어떠한 피해 보상이나 법적 개선 요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죠.

 

출처 – 연합뉴스

 

카카오톡이라는 민간 메시지 앱이 공공 플랫폼처럼 우리의 일상을 움직이는 지금의 환경을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런 지점 때문입니다. 현재 카카오톡이 활용되는 행태는 어떤 의미에서 국가연락망의 민영화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가스비, 전기료 같은 공공재 서비스 이용요금이나 구청, 국세청의 세금 납부 안내 등은 별도로 신청도 안 한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카카오톡으로 날아오는 경험을 해보셨을 겁니다. 편하다는 이유로 정부 기관이나 공공 서비스 회사도 문자나 메일이 아닌 카카오톡으로 공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죠.

 

출처 - 부산일보

 

이번 같은 오류가 만약 정부나 공기업의 잘못으로 발생했다면 해결 절차는 법적으로도 정해져 있고, 문제 상황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 및 관리자들은 국회에 소환되어 욕을 바가지로 먹고 개선책을 내놓아야 했겠죠. 정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면 해당 기관의 장은 책임을 지고 해임 또는 사퇴하고 국회가 관련 법 개정에 착수하는 등 해결을 위한 사회적인 노력이 시작될 겁니다. 문제를 시정하는 과정에서 비리나 직무유기가 있었다면 각 책임자들은 법적 책임도 져야 했을 테고요. 하지만 카카오 같은 사기업이 오류를 일으키면 명확한 책임을 지게 하거나 개선책을 강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윤 추구를 하는 기업의 장이라면 기업에 손해가 되는 이런 오류를 그냥 보고 넘길 리 없다는 건 소비자의 착각입니다. 얼마 전 사퇴한 남양유업의 홍원식 회장은 2013년 대리접 갑질 사태로부터 무려 8년 만에 패키지로 대충 사과한 게 다입니다. 이번 카카오톡 장애 문제도 앞서 말씀드린 전기통신사업법의 처벌 조항이 미비해 말뿐인 사과로 버틸 수 있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다른 이슈에 묻히고 맙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카카오톡을 제외한 다른 서비스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카카오톡 역시 오류 공지를 트위터 등 다른 회사의 SNS에 올렸으니까요. 무엇보다 정부를 비롯한 공공 서비스의 공지는 공식적인 채널, 즉 메일이나 휴대전화 문자를 이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직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긴급한 공지는 재난 문자처럼 보내면 전화를 이용하는 모두가 수신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쓰는 이용자라 하더라도 카카오톡을 깔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알 수 없죠. 그런데 오는 8월부터는 재난문자 서비스에도 카카오톡이 들어가게 됩니다. 편의를 추구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카카오톡이 멈추면 대한민국이 혼란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하게 됩니다. 국가통신망의 민영화라는 관점에서 좀 더 주의 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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