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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세월호 희생자 7주기, 우린 무엇을 해결했나?

by 생각비행 2021. 4. 21.

지난 4월 16일은 대한민국 국민의 트라우마로 남은 세월호 희생자 7주기였습니다. 곳곳에서 추모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기억식은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유가족과 유은혜 사회부총리 등 정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로 진행됐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한 4.16 생명안전공원 선포식도 열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SNS를 통해 세월호의 기억으로 가슴 아픈 4월이라며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를 통해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이 이뤄지도록 끝까지 챙기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4.16단원고가족협의회 유가족 22명은 목포해경이 준비한 경비함을 타고 사고 해역에서 선상 추모식을 진행했습니다. 유가족들은 바다에 국화를 던지며 눈물로 희생자들을 추모했습니다. 이런 추모 행사만 보면 지난 7년간 많은 일이 해결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출처 - KBS

 

박근혜 정부 당시 국회는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를 꾸렸고 감사원과 검찰이 잇따라 결과를 내놨지만 의혹은 오히려 증폭되었습니다. 그 후 세월호 참사 특위 1기가 구성됐지만 정부와 여당의 비협조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세월호를 인양했을 때는 드디어 진실이 밝혀지는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출범된 사참위도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출처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2019년 출범한 검찰 세월호 특별수사단은 세월호 관련 의혹 17건 가운데 해경 지휘부의 구조 소흘과 청와대 비서실 등의 세월호 특조위 방해 딱 두 가지 혐의만 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마저도 대부분 무혐의로 결론 나버렸습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경청장 등 지휘부 10명에게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은 점점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데 과실이 있는 이들의 혐의는 인정되지도 않고 책임을 묻지도 못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지난 7년간 정권이 바뀌면서도 세월호 참사는 제대로 된 조사도, 수사도, 처벌도 하지 못한 채 남아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세월호 참사 당시 화물 고박 부실 책임이 있는 항만물류업체 우련통운이 손해배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자산을 빼돌린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지만, 수사기관은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습니다. 해당 기업이 현직 국회의원 가족회사인 데다 세월호 참사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현 정부의 책임도 없지 않아 수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련통운은 국민의힘 국회의원인 배준영의 동생이 대표이사이고 아버지가 회사 지분의 9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배준영 의원 자체도 이 회사의 사내이사를 지낸 바 있는 관계 깊은 기업이죠. 법원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 회사의 구상권 책임비율이 5%라고 한 상황인데도 이 모양입니다.

 

출처 - JTBC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세월호 참사 7주년인 올해에도 카카오톡 익명 단체 채팅방에 '세월호 크루'라는 방이 여럿 만들어졌는데,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을 모욕하는 글로 도배가 되었습니다. 이들은 "세월호 추모 왜 함?"이라며 "콩글레이츄레이션~" 등 세월호 참사를 조롱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나마 7년 전보다 나아진 부분은 이런 모욕적인 표현에 대해 분노하며 항의하는 시민들이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사참위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발생 후 5년간 수사로 이어진 혐오표현은 210건입니다. 발화자는 10~20대가 과반을 넘었습니다. 수사가 된 것만 이 정도니 그 밖의 혐오표현까지 더하면 어마어마한 수치일 겁니다.

 

출처 - 한겨레

 

7년이 지났지만 세월호 생존자와 유가족 그리고 자원봉사자 등 당시 참사를 겪은 사람들에게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인 아픔입니다.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 씨는 세월호 참사일이 다가오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곤 했습니다. 올해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제주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갔습니다. 김동수 씨는 세월호 생존자 중 파란바지의 의인이라 불린 분이죠. 세월호 참사 생존자가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정신적, 육체적 후유증이 얼마나 크기에 해마다 이런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인지 짐작하기조차 어렵습니다. 하지만 2015년 정부는 국가의 책임을 다시 묻지 않을 것을 규정한 지원법에 서명을 강요하고 알량한 지원금으로 이들의 입을 막았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오는 22일 국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검사 후보 추천 위원회는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0일 예비후보에 대한 서류심사에 국민의힘 측 추천위원이 불참했기 때문에 22일 오후 추가 회의가 열리게 된 겁니다. 대선 국면을 앞두고 국민의힘 지도부가 세월호 참사 기억식에 참석했지만, 사실상 국민의힘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7년이 지난 지금도 회피하기 바쁩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길은 요원합니다. 우리가 계속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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