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공간에서 사회적기업을 엿보다

대안공안(Alternative Space)이라는 곳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최근 인터넷이나 공중파 뉴스에서 대안공간을 다루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대안공간은 과연 어떤 곳이며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요?

신인 작가 등단의 산실, 대안공간

미술품은 대개 어떤 공간(화랑, 미술관 등)에서 전시라는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공개됩니다. 초보화가이든 엄청난 권위를 인정받는 화가이든 간에 미술품을 전시하려면 사람들과 소통할 공간이 필요한 법이죠. 그런데 신인 화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보여줄 공간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회적 보증을 받지 못한 그들에게 전시 공간을 선뜻 내어주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작품을 전시할 공간을 얻지 못해 열정을 꽃피워볼 기회조차 못 잡는 신인 작가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 그것이 바로 대안공간입니다.

대안공간을 처음으로 기획한 곳은 미국이었습니다. 1969~1970년에 뉴욕의 그린 스트리트 98번지와 112번지 그리고 애플 스트리트 98번지에서 활동하던 미술가들이 시작했는데요, 미술가들이 직접 운영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기존 미술관과 상업적인 화랑에서 받아주지 않는 실험적 미술이나 비주류 미술을 받아들였습니다. 이후 1980년대를 거치면서 대안공간은 더 다양하고 자유로운 공간이자 진보적인 공간으로 변모했습니다.

점점 늘어나는 대안공간


한국에서 대안공간은 1990년대 말을 시작으로 2000년대에 들어 그 수가 늘었습니다. 1999년 대안공안 루프를 시작으로 서울에만 해도 여러 곳의 대안공간이 생겨났습니다. 현재 대안공간은 부산, 창원에도 생기고 있습니다.

대안공간이 이끈 변화
대안공간은 창작자의 명성이나 나이를 따지지 않습니다. 당연히 상업성에 연연하지도 않지요. 이뿐 아닙니다. 신진 작가들에게 작품을 전시하는 임대료를 받지 않습니다. 실험성과 독립성이라는 예술적 태도만 일치한다면 대안공간은 기꺼이 그들에게 공간을 제공합니다. 제도권에 없는 그야말로 대안적인 문화공간을 지향하는 것이죠.

이환권, 권오상, 정연두, 데비한


신인들에게 기회를 준 대안공간 덕분에 그간 전시회 준비에 어려움을 겪던 이들이 희망을 품고 꿈을 향해 매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간 미술인들은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작품 활동이 아닌 다른 직업을 택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는데요, 대안공간에서 전시회를 열 수 있게 되면서 프로작가 생활을 시작한 분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현재 미술 시장을 주름잡는 미술인 가운데 대안공간이 배출한 사람도 많다고 하는군요. 조각가 이환권·권오상, 사진작가 정연두·데비한 같은 이들이 대안공간 출신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대안공간이 유명 미술인들의 산실이 되자, 유망한 작가를 미리 잡으려고 대안공간을 찾는 미술 관계자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대안공간에서 사회적기업의 길을 묻다
대안공간을 보며 얼마 전 여러분께 소개한 토키와장(トキワ荘) 프로젝트를 생각했습니다. 《사회적기업 창업 교과서》의 저자 야마구치 시게루가 시작한 토키와장 프로젝트는 지방출신 만화가 지망생 혹은 신인 만화가에게 작업공간과 주거공간을 빌려주는 사업입니다. 만화가 지망생이나 신인 만화가에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건 '시간'입니다. 이죠. 하지만 대개 작업공간이나 주거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만화 창작에 쏟을 절대적 시간이 부족한 형편입니다. 시간 부족은 만화 실력이 늘지 않는 결과를 낳고 결국 만화작가로 등단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토키와장 프로젝트는 이러한 악순환을 끊고 좋은 만화가를 양성하기 위해 시작한 사회적기업 '뉴베리'의 사업입니다.

토키와장 프로젝트 블로그(http://tokiwasou.dreamblog.jp/)


토키와장 프로젝트는 단지 공간을 빌려주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만화가 지망생끼리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동아리를 만들게 하거나 일감을 소개해주기도 하고, 만화 편집자를 초빙해 강습 세미나를 개최하거나 여러 단체의 스태프와 정기적인 면담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만화가로 데뷔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움을 주는 것이 토키와장의 목표인 셈이죠.

최근 한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안공간도 토키와장과 같은 사회적기업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신인 발굴의 산실이라는 점에서 토키와장이나 대안공간은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도와 일을 창출하는 소셜 비즈니스"의 성격을 띠고 있으니까요.

최근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많은 사회적기업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단순히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진행되는 사업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회적기업이 많이 생겨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 기업들을 통해 혜택을 받은 이들이 새로운 사회적기업을 창업하는 선순환이 우리 사회에 정착되길 바랍니다.

댓글(2)

  • 2011.07.11 14:26

    네! 정말 아이디어가 멋진거 같아요! 소셜벤처인큐베이팅센터의 입주기업 중에 사이러스라는 입주기업이 있는데, 그 곳의 비전도 인디뮤지션의 자립이더라구요! 전 지금 소셜벤처인큐베이팅센터에서 인턴을 하고 있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맥락이 상통하는 것 같아요! 글 읽으면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좋은 포스팅 많이 해주세요!!

    • 2011.07.11 15:46 신고

      사회적기업 관련 기사는 앞으로 꾸준히 발굴해서 올리려고 합니다. 자주 방문해주세요. 소셜벤처인큐베이팅센터에서 좋은 사회적기업이 많이 발굴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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