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 속 경제적 고통 분담, 제도화가 해법이다

지난 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소 완화되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는 연장되었지만 그간 문을 닫거나 배달 영업만 해야 했던 카페, 헬스장, 노래방 등 시설들이 제한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습니다. 포장만 가능했던 카페도 매장 내 취식이 허용됐고 헬스장, 노래방 등도 이용 인원을 8제곱미터 면적당 1명으로 제한하는 조건 아래 밤 9시까지 운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출처 - 뉴스1


카페에서 간만에 친구, 지인을 만나 차를 마시거나 몸을 풀러 헬스장에 가는 등 소소한 일상을 일부라도 되찾아 기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노래방처럼 밤 장사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업종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라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PC방 연합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대한 보이콧에 돌입한다고 발표하는 등 해가 바뀌며 쌓여온 불만들이 업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도 합니다.


출처 - MBC


불과 얼마 전 확진자가 1000명대를 넘나들던 때와 비교하면 진정된 국면에 들어서긴 했지만, 방역 차원에서는 결코 안심할 단계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사회적 거리두기 일부 완화 조치 및 일부 업종에 대한 영업 재개 결정이 이뤄진 건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의 발표처럼 민생의 절박함 때문입니다. 코로나 걱정을 안 해도 된다거나 이제 괜찮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을 잘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021년 1월 20일부터 25일까지는 신규 확진자가 300~400명대를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1월 26일은 559명으로 신규 확진자가 늘었습니다. 지난 26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중앙방역대책본부는 "IM 선교회 산하 대전 IEM국제학교 관련 확진자가 171명으로 늘었다"며 "초기 확진자들의 발병률은 80%이며, 동 시설에서 지속적인 노출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영어캠프의 참석자 40명이 지난 1월 16일에 강원도 홍천으로 이동했으며, 코로나19 검사 결과 그중 39명이 확진됐다고 하죠. 언제 다시 1000대로 확진자가 늘어날지 모를 상황입니다.


출처 - 질병관리청


1월 27일 0시 기준 미국의 누적확진자는 2491만 6899명이고 누적사망자는 41만 6004명으로 피해가 가장 심각합니다. 인도의 누적확진자 수는 1067만 6838명이고 누적사망자 수는 15만 3587명입니다. 브라질의 누적확진자 수는 884만 4577명이고 누적사망자 수는 21만 7037명입니다. 의료적 대응을 잘한다고 했던 독일의 경우 누적확진자 수는 214만 8077명이고 누적사망자 수는 5만 2990명입니다. 


출처 - 질병관리청

 

1월 27일 0시 기준 우리나라의 누적확진자 수는 7만 6429명, 누적사망자 수는 1378명입니다. 이를 보면 우리나라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화하고 방역수칙을 잘 따른 덕분에 위기 국면을 잘 넘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K-방역도 방역이지만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 코로나19 상황을 통제하기란 불가능하죠.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지난 12월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먹고살기 어려운 상황이 도래했습니다. 오랜 기간 이어지는 코로나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기업도 많고, 특히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영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의 절박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런 어려운 시국이기에 빈부의 격차는 나날이 극심해집니다. 일하지 못해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가만히 있어도 돈이 불어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업을 할 수 없으나 지급해야 하는 임대료 부담은 이런 명암을 더욱 짙게 만듭니다.


출처 - 법률방송


우리나라는 'K-방역'이란 이름이 아깝지 않게 방역에 있어서는 전 세계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19가 야기한 사회적 어려움에 대한 지원은 그에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코로나19가 가장 큰 영향을 까친 미국의 경우 작년 3월 코로나바이러스 지원, 구제 및 경제적 보장법을 제정해 주택과 상가에서 임대료 연체를 이유로 강제퇴거 절차를 개시할 수 없게 했습니다. 세입자들이 거리로 쫓겨나면 코로나19가 더 확산할 수 있다는 미 질병관리본부의 권고에 따른 조처였습니다. 영국도 같은 달 2020 코로나바이러스법을 제정해 주택과 상가에서 임대료를 밀렸을 때 임대인이 계약 종료를 미리 통보해야 하는 기간을 2주~2개월에서 3개월로, 그리고 다시 6개월로 연장한 바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명도소송 절차를 아예 중지시키기도 했죠. 독일의 경우 같은 달 민사, 파산 및 형사소송법상 코로나19 감염병의 영향 완화를 위한 법률을 통과시켰는데요, 이로 인해 독일 주택과 상가의 임대인은 임대료 체납을 이유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없습니다. 임대인은 최장 2년까지 임대료 미납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캐나다는 일부의 경우 퇴거 금지를 넘어 임대료 자체를 감액하기도 했습니다. 긴급 상업용 임대 지원정책을 시행한 캐나다는 임대인이 소상공인 임차인의 임대료를 최소 75%까지 감면해주면 정부가 그 임대료의 50%를 지원하고 임차인이 나머지 25%를 내게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코로나19 대응이 엉망진창인 일본조차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보상금이 존재합니다. 일본 정부는 1월 8일부터 도쿄, 사이타마, 지바, 가나가와 등 4개 지자체 내에서 주류를 제공하는 사업장은 저녁 8시까지만 영업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와 동시에 이 명령을 충실히 따를 경우 하루 6만 엔의 매상을 보전하는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반대로 행정명령을 어길 경우 업장 이름을 공개, 세무조사, 과태료 50만 엔을 물리기로 했죠. 정부가 지정한 시간 안에 방역을 잘 지키기만 하면 우리나라 돈으로 일 매상 60만 원씩을 보상하기로 하니 대형 매장이 아닌 영세업장과 소형업장의 경우 코로나 휴업을 선택하는 곳도 많이 있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우리나라도 아예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2020년 9월 29일 시행된 상가선물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감염병 등으로 경제 사정이 바뀌어 기존 임대료가 적절치 않은 경우 감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임대인이 바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송까지 가야한다는 문제가 있고, 현실적으로 임대인과 관계가 나빠지길 바라는 임차인은 거의 없습니다. 감염병이 아니더라도 법원에서 감액 청구를 인정한 사례도 사실상 전무합니다. 그나마 현실적으로 나아진 건 임대료 연체입니다. 이전에는 3개월 밀리면 계약을 해지당하거나 갱신을 거부당했는데 2020년 10월 29일부터 6개월 동안 밀린 임대료에 한해서는 계약해지나 갱신 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게 되었죠. 하지만 이런 대응은 직접적인 지원이 아니고 너무 늦었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출처 - SBS Biz


해가 바뀌고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여러 법안이 나오고 있기는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로 경제적 피해를 본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영업손실을 보상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구체적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일회성 지원인 재난지원금과 달리 법제화를 계획하고 있어 2월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질지 모르겠습니다. 핵심은 영업 제한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에게 정부가 금전적으로 보상한다는 건데요, 이와 동시에 임대료 절반을 국가가 지원하자는 내용이 담긴 발의안도 준비되고 있습니다. 


출처 - 한국경제


그런데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자만 피해를 본 것이 아닌데 자영업 손실만 보상해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불만도 있습니다. 국민 혈세를 바탕으로 상당한 규모의 재정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제도를 충분한 사회적 합의나 검토 없이 졸속으로 추진하는 모양새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영업을 제한당한 자영업자의 타격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도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일감이 끊겨 경제적 피해를 입었고,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이 어려워지면서 급여생활자 중에서도 수입이 대폭 줄어든 경우도 있으니까요.


출처 - 시사인


부정적인 여론도 따지고 보면 자영업 손실보상을 아예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닐 겁니다. 공정한 기준 마련이 중요하다는 질타로 받아들이면 될 듯합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받았지만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양호한 성적을 냈다고하죠. 한국은행이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로 집계했는데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5.1% 이래 22년 만에 처음 역성장을 보인 것입니다. 그렇지만 세계 주요 선진국의 GDP 성장률(-3~-10%)과 비교할 때 선방했다는 평가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상재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는 지표로 나타나는 수치일 뿐 코로나19 상황에서 지금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무언의 공감대는 있습니다. "임금 없이 임대료 없다"는 구호가 이런 현실을 뒷받침하죠. 임대료 역시 임차인의 경제 활동을 통해 생긴 이득이 있어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어려운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득을 본 이들이 피해를 본 사람들을 위해 협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멸하는 것보다는 그러는 편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길입니다. 팬데믹을 계기로 우리 사회 전체가 공정하게 고통을 분담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댓글(2)

  • 2021.01.27 17:28 신고

    포퓰리즘이라는 프레임에 너무 경직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듯..건전한 재정과 채무 관리는 이런 재난상황을 대비하기 위한것 아니었나요? 케이방역에 걸맞는 케이대책이 절실해 보입니다.

    • 2021.01.28 11:36 신고

      옳은 말씀입니다. 코로나19가 야기한 경제적 혼란 속에서는 가계부채를 계속 늘리는 것보다는 국가가 앞장서서 빚을 지고 재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큰 틀을 짜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국가부채 공포'만 조장하는 기사를 보면서, 이들은 정말 국민이 안중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레기가 기레기했네'라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균형 잡힌 기사를 많이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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