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사면 논란으로 본 대한민국의 현실은?

코로나19로 점철된 2020년을 보낸 뒤 희망을 꿈꾸며 시작한 2021년 새해 벽두부터 대한민국 국민은 머리가 띵해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뜬금없이 이명박, 박근혜에 대한 사면론이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가짜뉴스에 부화뇌동하는 태극기부대나 우리공화당, 보궐선거를 앞두고 극우 세력을 결집시키려는 국민의힘이 꺼낸 이야기라면 그냥 실소하고 넘기겠지만, 사면론을 거론한 이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였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새해 첫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신년 인터뷰에서 적절한 시기에 박근혜와 이명박의 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며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앞뒤 잘라먹고 보도한 기레기들의 가짜뉴스인 줄 알았으나 이낙연 대표는 사면론을 재확인하며 못을 박았죠. 박근혜와 이명박의 통절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애초 촛불혁명으로 성립된 정권의 전 국무총리로 일했고 현 여당의 대표가 박근혜와 이명박에 대한 사면을 거론한 것 자체가 부적절합니다. 이 대표는 반목과 대결의 진영 정치를 뛰어넘어 국민통합을 이루는 정치로 발전해가야 한다고 말하며 사면론을 거론했지만, 명백한 잘못을 저지른 이들이 용서를 구하고 자신의 죗값을 치르기도 전에 논란을 일으키는 사면을 화두로 꺼낸 것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유력 대권 후보로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던 때라 이낙연 대표는 일종의 정치적 승부수로 사면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되었는데요, 연초부터 지금까지 여야 모두에게서 비난을 받으며 사면초가를 자초했습니다.


출처 - JTBC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일부 찬동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대세는 반대하는 입장이었죠. 더구나 찬동하는 몇몇 사람들조차도 사면론을 꺼낸 타이밍이 좋지 않다며 시기상조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3일 소집된 최고위원들은 당사자 반성과 국민적 공감에 방점을 찍으며 사면론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은 더욱 분노했습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유튜브 중계 채널 채팅창에는 ‘이낙연 사퇴하라’ 등의 성토로 도배가 되기도 했으니까요. 그동안 이낙연 대표를 지지했던 국민의 실망감도 상당했습니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출처 - 한국공보뉴스


이낙연의 사면론에 동조하는 듯했던 국민의힘마저 이내 반발로 돌아섰습니다. 박근혜와 이명박의 '반성'을 조건으로 달았다는 게 이유입니다. 반성문을 요구하다니 전직 대통령들을 잡범 취급했다는 겁니다. 이들의 논리는 참 저질입니다. 도덕적으로는 물론이고 법적으로도 중형이 불가피한 죄를 지은 이들이 반성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사면이니 통합이니 하는 말을 꺼낸다는 것만으로도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인데 말이죠. 결국 논란의 불씨를 던진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지지를 상당 부분 잃고 말았습니다.


출처 - 리얼미터


이낙연 대표가 이런 정치적 무리수를 둔 데에 대한 세간의 비평 지점은 다양했습니다. 가장 많은 것이 재보선을 앞둔 정략이라는 것입니다. 이른바 선거에서 외연을 확대하고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한 포석이라는 건데요. 문제는 사면론을 꺼낸다고 중도층이 좋아할 것인지에 대한 근거가 희박하다는 점입니다. 박근혜와 이명박은 중도층에서도 현재의 불공정한 시스템을 만든 주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사면론으로 중도층과 함께 지지자들의 이탈이 가속되면 되었지 선거에 득이 될 리 없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입니다. 사면 발언 후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진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죠. 


출처 - 연합뉴스


한편 이낙연 대표가 사면론을 거론한 건 대권주자로서나 더불어민주당 대표로서나 그간 이룬 성과가 거의 없다는 조바심으로 인한 패착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국무총리 직은 훌륭히 수행했지만 당 대표라는 정치인의 행보를 볼 때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 건 사실입니다. 이와 별개의 분석으로 사면 문제라는 무거운 짐을 대통령과 나눠지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었으나 이는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사면을 생각하고 있었을 때 고려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대해 "지금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일축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선고가 끝나자마자 돌아서서 사면을 말하는 것은, 비록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긴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말할 권리는 없다”면서 "대전제는 국민들에게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로써 이낙연 대표의 사면론 발언은 최종적으로 악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이낙연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일축한 것에 대해 지난 18일 "대통령님의 뜻을 존중한다"라고 표명했습니다. 지난 19일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한 이낙연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의 입장을 언급하며 "연초에 국민 통합을 위해라는 조건을 붙여서 사면을 언급하셨는데, 일단 그 소신에 변함은 없으신지?"라는 질문에 대해 "대통령께서 여러 생각을 말씀하셨죠.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 적절한 시기에 진지한 고민을 하는 때가 올 수 있을 것이다, 대전제는 국민의 공감이다, 대통령님 뜻에 전폭적으로 동의합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출처 - MBC


앵커가 "그러면 대통령의 의중을 잘못 읽은 거 아닌가? 이렇게 해석이 또 가능하거든요"라고 반응하자 이 대표는 "거기에 대해서 더 말씀드릴 게 없습니다"라고 대응했습니다. 앵커가 다시 "정치적으로 좀 실점을 하신게 아닌가, 어떠십니까?" 하고 묻자 이 대표는 "예, 예. 많이 야단 맞았죠. 네. 그러나 어찌됐건 대통령님의 어제 말씀으로 일단 매듭지어졌으면 합니다. 그렇게 해야 옳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이 대표는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 "여러 가지 답답함이 있으셨을 겁니다. 저 자신의 흠결도 있었을 거고요. 또 국회에서 입법 각축을 하다 보면 욕심대로 안되는 답답함도 있지요. 그런 여러 가지가 종합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라면서 향후 정치적 행보에 관해서는 우선 앞에 놓은 일을 충실히 하는 것이 급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출처 - MBN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여론은 "현 정부에서 사면해선 안 된다"가 54%, "현 정부에서 사면해야"가 37%로 드러났습니다. 한편 전직 대통령 사면이 국민 통합에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평가는 "기여함"이 38.8%, "기여 못 함"이 56.1%로 드러났습니다. 이런 여론의 흐름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국민의 반응으로도 드러납니다. 미디어리서치가 20일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어떤 발언이 있었는지'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불가 31.1% 〉 부동산 안정화 실패 인정 21.5% 〉 아이와 맞지 않을 경우 입양아동을 바꾼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입양보호대책 필요 17.6% 〉 코로나19 백신 도입 빨랐고 물량도 충분 12.2% 등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출처 - 일요서울


일각에서 새해 벽두 사면론을 거론한 이낙연 대표를 전두환-노태우를 사면해준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에 빗대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낙연 대표는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박근혜나 이명박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이 아닐 뿐더러 과거의 정치적 사면이 현재 우리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전두환은 일말의 반성 없이 29만 원뿐인 재산으로 호의호식하며 잘살고 있죠.


출처 - 한겨레


현재 드러난 이야기들만 따져봐도 이명박은 국정원처럼 댓글 잘해야 한다며 다른 부처에도 여론을 조작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일을 직접 하달한 장본인입니다. 거짓으로 점철된 그의 정치적 행보는 자원외교, 4대강, 부자 감세, 원전비리 등으로 드러났고 MB 정권이 탕진한 국민 세금이 최소 189조 원이라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박근혜의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은 확정된 형이 징역 18년에 벌금 200억 원입니다. 그중에 과연 얼마를 냈을까요?


출처 - 연합뉴스

출처 - 뉴시스


박근혜의 세월호 7시간은 수많은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았고 최순실과의 부정 은닉 재산에 대해 한푼도 환수하지 못했습니다. 국정농단의 당사자들이 어떤 반성을 했습니까? 그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마당에 사면을 논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먹칠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얘기를 촛불을 들었던 국민이 용납하지 않습니다.


출처 - 장도리


연초부터 많은 혼란을 일으켰던 사면론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지난 발언은 많은 것을 환기시켜줍니다. 박 의원은 사면을 이야기하는 분들은 국민통합을 이유로 들고 나오는데 이는 맞지 않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국민 통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한 명은 명백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한 명은 재판이나 수사에 일절 협조조차 않으며 사법부 위에 자신이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런 사람들을 사면하는 것으로 어떻게 국민통합을 이끌어내겠느냐는 지적이었죠.


출처 - JTBC


박근혜를 탄핵하고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켰던 국민은 가장 필요한 개혁 1순위로 무소불위 검찰개혁을 꼽았습니다. 이를 위해 현재 더불어민주당을 180석 거대 여당으로 만들어준 것도 국민이었습니다. 추운 겨울 촛불을 들고 광장에 섰던 수많은 국민의 뜻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당신들이 누구에 의해 그곳에 존재할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선거와 당리당략 이전에 국민이 존재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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