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법 개정안 국회 통과, 공수처 출범 성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이른바 공수처법 개정안이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재석의원 283명 중 187명이 찬성했고 반대 99명, 기권은 1명이었습니다. 그동안 검찰개혁의 상징적인 기구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1호였던 공수처는 법안 통과까지 국민의힘의 발목잡기로 지지부진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법 제정 후 1년간 국민의힘의 반대 때문에 초대 처장 후보 추천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 개정안 통과로 처장 임명과 공수처 출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연내 출범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6년 참여연대가 공수처를 포함한 부패방지 법안을 입법 청원한 지 24년 만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공수처 설치를 대선공약으로 내건 지 18년 만에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수사를 전담하는 조직이 현실이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출처 - MBC


상식적으로 보면 공수처 출범이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은 아니었습니다. 고위공직자를 전담해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기관인 만큼 야당과 시민사회가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들을 감시하기 더 좋아지니까요. 그런데 여당은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반면 해괴하게도 야당이 온갖 발목잡기로 시간을 끌었죠. 이번 개정안 통과로 삼권분립이 무너지고 공화정이 위기에 처했다며 아무 소리나 늘어놓고 있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예전에 공수처의 필요성을 얘기하며 찬성했던 법안입니다.

 

출처 - MBC / 보배드림

 

지난 2016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진경준이 구속되고 우병우 처의 부동산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주호영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공수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나아가 2016년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을 당시 인터뷰에서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검찰권이 비대한 곳이 없다"면서 "공수처 이야기가 수년째 논의되는데 이번 기회에 그런 것들이 정비되리라 본다"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공수처도 검찰개혁도 부정하는 발언을 하는 걸 보면 국민의힘의 적은 국민의힘이고, 주호영의 적은 주호영이 아닐까 합니다.

 

출처 - 경실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017년 11월 16일(목)부터 12월 1일(금)까지 15일간 공수처 설치에 대해 공법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64명이 답변한 결과를 보면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87.5%(56명)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12.5%(8명)에 불과했습니다. 이 결과에 대해 경실련은 공수처 설치의 높은 당위성이 확인됐다면서 공수처 설치를 지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죠.


출처 - 오마이뉴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야당의 비토권을 삭제한 법 개정은 국민의힘이 정치적 타협을 통해 공수처장을 추천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결과입니다. 공수처법 시행 후 지난 반년여를 비토권에 안주해 처장 후보 추천 등 공수처 무력화에 눈이 멀어 정치적 타협을 통한 해결은 손 놓아버린 것이죠. 이는 여당이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명분이 되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공수처가 국민을 억압할 무소불위의 앞잡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입니다. 공수처의 수사대상은 3급 이상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으로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회의원,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차관급 이상 정무직 공무원, 광역단체장, 교육감, 대통령비서실·경호처·안보실·국정원 3급 이상, 판사·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관, 감사원·국세청·공정위·금융위 3급 이상 공무원, 금감원장·부원장·감사, 장성급 장교 등 총 7000명 정도입니다. 그 이외의 사람들은 애초에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속하지 않습니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 범죄 역시 고위공직자의 직권남용, 알선수재, 뇌물수수 등 각종 부정부패 사항입니다. 그러므로 공수처가 제대로 작동하면 여태까지 알면서도 모른 척해야 했던 윗선의 부패와 비리 등 어두운 관행들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부패 없는 사회로 갈 단초가 마련될 것입니다. 뒤가 구린 사람들일수록 공수처를 싫어하겠죠.

 

출처 - 페이스북

 

공수처가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훼손한다는 주장도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상호 견제하도록 하는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에 비춰볼 때 공수처는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도록 하기 위한 것에 가깝습니다. 동시에 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행정부 내부에서 검찰권의 권력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그 필요성을 인정해 만들려는 조직이기도 하고요. 검찰은 권력형 비리를 자신들의 안위와 이득을 위해 조절하며 수사를 해왔던 것이 사실이고 무엇보다 검찰 내의 비위와 범죄에 대해서는 솜방망이로 일관해왔습니다. 이런 검찰을 누군가는 감시해야 합니다.


출처 - 참여연대

 

공수처 출범은 검찰을 견제하고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깬다는 점에서 본격적 검찰개혁의 시작점입니다. 공수처 출범의 지연은 단순히 공수처의 물리적 출범 지연만이 아니라 검찰개혁의 지연을 의미했습니다. 우리는 지난 1년간 본색을 드러낸 정치검찰의 민낯을 생생히 목격했습니다. 하루빨리 공수처가 출범해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수처장 추천과 인사청문회 등 후속 절차가 조속히 이어져야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최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술접대 자리에 참석한 검사 2명에 대해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자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검사님들을 위한 99만 원짜리 불기소 세트'라는 이름이 달린 술자리 사진이 퍼지고 있습니다. 공직자가 부적절한 술접대를 받더라도 100만 원 미만으로 미리 결제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점을 비꼰 것입니다. 검찰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시대입니다.

출처 - 서울신문


공수처 설치와 운영이 현실화되었으니 이제 우리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공수처는 누가 감시하는가의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들만 전담하는 수사기관으로 검찰보다 더 독립된 기구입니다. 검찰총장보다 긴 3년의 임기를 가지며 공수처 차장과 공수처 검사, 공수처 수사관 등 70여 명에 이르는 조직의 인사위원장이기도 합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장을 최대한 신중하게 임명하고 공수처를 견제하기 위해 공수처장에 대한 징계위원장을 국무총리에게 맡겨 총리실에 감찰부를 두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공수처장후보추천위도 재가동 예정입니다. 국회의장이나 추천위원장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의 소집으로 재개할 예정인데요. 후보 추천은 이미 상당히 진행되어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의 연내 출범을 강조하는 만큼 새로운 후보 추천보다는 국민의힘도 추천 후보를 냈던 4차 회의까지 심사를 진행한 기존 9명의 후보를 재심사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경우 지난 회의에서 5표 최다 득표한 대한변호사협회 추천인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추천의 전현정 변호사가 최종 후보로 점쳐집니다. 4차에 걸친 충분한 심사 회의를 했는데 다득표한 사람이 둘이었기 때문이죠. 위원회가 후보 추천을 하면 최종 후보 2명 중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하게 됩니다. 지명 20일 내 인사청문회를 거치면 임명이 되고 초대 공수처가 출범하게 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우리나라 현대사의 가장 큰 개혁 포인트 중 하나였던 검찰개혁의 기치가 올랐습니다. 공수처가 시민들이 기대했던 만큼 검찰을 포함한 권력자들의 부패와 부정을 바로잡아 깨끗한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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