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지위 회복한 전교조 - 7년여의 엄혹한 세월, 무엇을 의미하나?

지난 3일 대법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법외 노조 통보 조치를 위법이라고 판결했습니다. 2013년 10월 박근혜 정부 때 고용노동부는 해직 교원 9명이 조합에 가입돼 있다는 이유로 팩스로 보낸 공문 한 장으로 전교조에 노조 아님, 즉 법외 노조를 통보했습니다. 법적인 절차를 제대로 거친 것도 아닌 종이 쪼가리 한 장으로 전국 전교조 지부에 상근하던 교사 34명이 일방적으로 해직되었습니다. 교사 조합원이 6만 명이나 되는 노동조합이 하루아침에 법외노조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 7년 가까운 세월을 전교조 교사들은 투쟁해야 했죠.


출처 - 오마이뉴스


문제의 발단은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음을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한 노동조합법 시행령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 시행령을 근거로 법외노조 통보를 법적 근거가 있는 정당한 집행명령이라고 보았지만 전교조는 법률에 따라 인정된 합법노조의 권리를 행정부가 임의로 만들 수 있는 시행령으로 제한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해왔죠.

 

출처 - 경향신문

 

사실상 말이 안 되는 조치를 당한 전교조는 소송을 진행했지만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대법원이 이를 뒤집고 박근혜 정부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된 노동조합법 시행령 9조 2항이 모법인 노동조합법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은데도 전교조를 법외노조 통보한 것은 노동삼권을 중대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출처 - 비즈니스 포스트

 

대법원은 "사실상 노조해산이나 다름없는 법외노조 통보를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정한 것은 노동삼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위헌"이라며 전교조 손을 들어줬습니다.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2항이 위헌적 조항이라 법외노조 처분의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법률이 아닌 명령·규칙의 위헌 여부는 대법원이 가릴 수 있는데요, 헌법재판소가 2015년 해직교사를 노조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교원노조법 2조를 합헌으로 판단한 것과 대비되는 지점입니다.


출처 - 뉴시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대법원판결이 나온 바로 다음 날인 지난 4일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했습니다. 법외노조 취소 통보 역시 공문 한 장이었습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정상화될 수 있는 일을 위해 무려 6년 10개월간의 투쟁이 필요했습니다. 법적인 절차상 대법원의 파기 환송으로 인한 2심 판결을 또다시 기다려야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법외 노조 통보를 직권으로 취소하면서 전교조는 사실상 합법적인 노동조합의 지위를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법내 노조가 된 전교조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삼권을 회복하게 됐습니다. 해직 교사들 역시 신속히 현업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죠.


출처 - KBS


교육부는 관계부처와 협의하여 단체교섭과 노조 전임자, 직권 면직자 복직 등 향후 후속 조치 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인권위 역시 대법원판결에 환영 성명을 냈습니다. 인권위는 지난 2017년 대법원에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조합원 자격은 노동조합의 재량에 따른 규약으로 정할 문제이지 정부가 해직 교사에 대한 조합원 자격과 가입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 원칙에 위배된다며 2000년부터 2017년까지 8차례에 걸쳐 권고와 우려를 전한 바 있습니다.

 

출처 - 교육희망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가 ILO 핵심 협약을 조속히 비준해 국제인권규약과 헌법상 기본권인 단결권을 제대로 보장할 것을 촉구했죠. 생각비행도 이런 내용을 담은 글을 게시한 바 있습니다.

 

전태일 열사 49주기를 지내고 생각하는 부끄러운 노동 환경 : https://ideas0419.com/1003


전교조가 합법화된 것을 모든 사람이 환영하는 건 아닙니다. 가장 많은 교사들이 가입한 한국교총과 일부 학부모 단체 등 보수 단체들은 대법원판결에 유감을 표하면서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공개하라며 여전히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출처 - JTBC


보수 단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억지를 부리고 있는 동안 7년의 세월이 흐르며 해직된 전교조 전임자는 중 1명은 정년으로 퇴임했습니다. 남은 전교조 해직자는 33명이며 이 중 조창익 전 전교조 위원장 역시 내년이면 정년퇴임을 하게 됩니다. 다른 해직 교사들 역시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상식을 회복한 판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이런 변화를 사필귀정이라고 하겠지요. 하지만 한편으론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왜 그렇게까지 전교조를 탄압하고, 양심적인 교사들이 왜 모진 탄압을 당해야 했는지 의문과 분노를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처 - 세계일보


전교조 법외 노조 통보 조치를 위법이라고 판결한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교육 개혁과 학교 민주화에 큰 진전이 있기를 바랍니다. 코로나19로 교육계가 위험에 빠진 상황에서 전교조의 법적지위 회복이 희망의 불씨가 되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이번 판결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노동자라면 누구나 누려야 마땅한 노동삼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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