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보도

대학 등록금 반환 논란,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가?

by 생각비행 2020. 6. 22.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분이 많으실 텐데요, 대학생들도 등록금과 관련해 불만이 폭발 직전에 있습니다. 한 대학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대학이 비싼 등록금을 받아먹고서 강의를 제대로 하지도 않고, 자습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영상을 틀어놓고는 과제만 요구한다고 하죠. 설상가상으로 기말시험을 대면으로 치르겠다는 대학교들의 방침에 불만이 터진 겁니다.


출처 - 뉴스1


1학기 15학점을 신청했는데 과제가 43개에다 기말고사 공부는 별도라는 학생, 비싼 등록금을 내놓고 교수한테 직접 들어도 이해할까 말까 한 전공 수업을 인터넷 검색으로 이해하며 문제를 풀고 있어야 하는 게 어이없다는 학생들도 수두룩합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강의를 한다면서 TV에 나온 다큐멘터리를 틀어주거나, 직접 찍었다지만 질이 떨어지는 강의 영상과 피드백도 제대로 하지 않는 교수들이 한가득이라 이대로 기말고사를 치르는 게 맞는지 근본적인 회의가 든다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현재 대학가의 혼란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출처 - 매일경제

 

이 때문에 지난 5일 홍익대는 학점 평가 공정성 논란에 선택적 패스제를 처음 도입했습니다. 이후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이 이 제도를 받아들였는데요. 선택적 패스제는 성적이 공지된 이후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을 그대로 가져갈지, 혹은 등급 표기 없이 ‘패스’로만 성적을 받을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패스로 표기된 성적은 학점 계산에 반영되지 않으며 과목 이수 사실만 인정된다고 합니다.


출처 - 뉴스1


하지만 이는 미봉책일 뿐이어서 많은 대학생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학 등록금에는 강의만이 아니라 전공에 따라 실험과 실습비가 포함돼 있습니다. 대학교 내 시설물 사용료도 포함돼 있죠. 학생들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질이 떨어지는 사이버 강의를 들었고, 신입생의 경우 입학식조차 하지 못했는데 학교 건물 이용료를 내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합니다. 실험실을 이용해야 하는 화학과, 악기 연습을 위해 실습실을 이용해야 하는 음악 관련 학과 등 실험과 실습이 안 되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기 어려운 학과의 경우 비싼 등록금을 다 낼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출처 - 뉴스1


지난 8일 전국 101개 대학이 모인 전국총학생회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회와 교육부에 이 같은 교육 손실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전문적 강의를 수강하기 위해 수백에서 천만 원이 넘어가는 등록금을 내고 있지만 급조된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면서 낮아지는 교육의 질은 학습권을 온전히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타지역에서 대학을 다니는 경우 보증금과 월세도 내야 하고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할 수 없으니 등록금은 등록금대로 내고 경제적 타격은 타격대로 받아야 해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99.2%가 상반기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교육부는 대학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정부가 대응하기 어렵다며 등록금 반환 문제는 대학 스스로가 정해야 한다는 미온적인 입장입니다.


출처 - 뉴스1


그런 가운데 건국대가 사실상 처음으로 등록금 환불을 결정했습니다. 건국대학교는 총학생회와 올해 4월부터 8차에 걸친 등록금심의소위원회를 열어 등록금 환불 방안을 논의한 결과 올해 1학기 재학생인 1만 5000명을 기준으로 2학기 등록금 고지서에서 일정 비율을 감면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입니다. 등록금 전체를 현금으로 환불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다음 학기를 수강할 것을 염두에 둔다면 학교 차원에서 2학기 등록금 감면이란 부분 환불을 받아들인 건 전향적인 태도입니다.


출처 –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은 등록금 반환이 어렵다며 10년째 동결된 등록금 타령을 하고 있습니다. 연세대의 경우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와의 면담 중 학생복지처장이 "(학생들이) 학교의 주인이 되려면 돈을 내야 하는데 등록금 깎아달라 하면 되나. 학생들이 10만 원씩 더 내자는 말은 왜 못하나"라는 수준 떨어지는 망언을 했다고 하죠. 그러면서 연세대는 재수강 회수를 3회에서 4회로 늘릴 뿐 선택적 패스제도조차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해 학생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출처 - 투데이 신문 / 뉴시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등록금반환 릴레이 행진에 이어 대학과 교육부를 상대로 등록금 환불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미 전국 70개 대학 2100여 명의 학생이 소송인단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오는 26일 소송인단 모집을 마감하고, 7월 1일쯤 소장을 접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렇게 학생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당정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와 관련해 3차 추경안에 관련 예산 반영을 검토 중입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대학 당국에 반환 요구를 하는 학생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며 2학기 등록 전에 교육부/대학/학생 간 3자 공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원내에서도 전액 환불까지는 어려워도 일정 정도의 지원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여당 내 일각에서는 3차 추경에 사실상의 직접 지원 예산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늦어도 이번 주 안까지는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출처 - 뉴스1


어쩌면 이번 등록금 반환 논란은 코로나19가 드러낸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문제점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학 강의가 등록금에 걸맞은 값을 하고 있나? 진정한 학교의 주인은 누구인가? 대학은 무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가? 같은 근본적인 의문 말입니다. 모처럼 학생들이 단결해 들고일어난 의제입니다. 학생들의 주체적인 토론과 행동 끝에 합당한 결과가 도출되기를 바랍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