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반환 논란,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가?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분이 많으실 텐데요, 대학생들도 등록금과 관련해 불만이 폭발 직전에 있습니다. 한 대학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대학이 비싼 등록금을 받아먹고서 강의를 제대로 하지도 않고, 자습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영상을 틀어놓고는 과제만 요구한다고 하죠. 설상가상으로 기말시험을 대면으로 치르겠다는 대학교들의 방침에 불만이 터진 겁니다.


출처 - 뉴스1


1학기 15학점을 신청했는데 과제가 43개에다 기말고사 공부는 별도라는 학생, 비싼 등록금을 내놓고 교수한테 직접 들어도 이해할까 말까 한 전공 수업을 인터넷 검색으로 이해하며 문제를 풀고 있어야 하는 게 어이없다는 학생들도 수두룩합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강의를 한다면서 TV에 나온 다큐멘터리를 틀어주거나, 직접 찍었다지만 질이 떨어지는 강의 영상과 피드백도 제대로 하지 않는 교수들이 한가득이라 이대로 기말고사를 치르는 게 맞는지 근본적인 회의가 든다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현재 대학가의 혼란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출처 - 매일경제

 

이 때문에 지난 5일 홍익대는 학점 평가 공정성 논란에 선택적 패스제를 처음 도입했습니다. 이후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이 이 제도를 받아들였는데요. 선택적 패스제는 성적이 공지된 이후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을 그대로 가져갈지, 혹은 등급 표기 없이 ‘패스’로만 성적을 받을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패스로 표기된 성적은 학점 계산에 반영되지 않으며 과목 이수 사실만 인정된다고 합니다.


출처 - 뉴스1


하지만 이는 미봉책일 뿐이어서 많은 대학생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학 등록금에는 강의만이 아니라 전공에 따라 실험과 실습비가 포함돼 있습니다. 대학교 내 시설물 사용료도 포함돼 있죠. 학생들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질이 떨어지는 사이버 강의를 들었고, 신입생의 경우 입학식조차 하지 못했는데 학교 건물 이용료를 내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합니다. 실험실을 이용해야 하는 화학과, 악기 연습을 위해 실습실을 이용해야 하는 음악 관련 학과 등 실험과 실습이 안 되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기 어려운 학과의 경우 비싼 등록금을 다 낼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출처 - 뉴스1


지난 8일 전국 101개 대학이 모인 전국총학생회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회와 교육부에 이 같은 교육 손실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전문적 강의를 수강하기 위해 수백에서 천만 원이 넘어가는 등록금을 내고 있지만 급조된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면서 낮아지는 교육의 질은 학습권을 온전히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타지역에서 대학을 다니는 경우 보증금과 월세도 내야 하고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할 수 없으니 등록금은 등록금대로 내고 경제적 타격은 타격대로 받아야 해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99.2%가 상반기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교육부는 대학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정부가 대응하기 어렵다며 등록금 반환 문제는 대학 스스로가 정해야 한다는 미온적인 입장입니다.


출처 - 뉴스1


그런 가운데 건국대가 사실상 처음으로 등록금 환불을 결정했습니다. 건국대학교는 총학생회와 올해 4월부터 8차에 걸친 등록금심의소위원회를 열어 등록금 환불 방안을 논의한 결과 올해 1학기 재학생인 1만 5000명을 기준으로 2학기 등록금 고지서에서 일정 비율을 감면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입니다. 등록금 전체를 현금으로 환불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다음 학기를 수강할 것을 염두에 둔다면 학교 차원에서 2학기 등록금 감면이란 부분 환불을 받아들인 건 전향적인 태도입니다.


출처 –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은 등록금 반환이 어렵다며 10년째 동결된 등록금 타령을 하고 있습니다. 연세대의 경우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와의 면담 중 학생복지처장이 "(학생들이) 학교의 주인이 되려면 돈을 내야 하는데 등록금 깎아달라 하면 되나. 학생들이 10만 원씩 더 내자는 말은 왜 못하나"라는 수준 떨어지는 망언을 했다고 하죠. 그러면서 연세대는 재수강 회수를 3회에서 4회로 늘릴 뿐 선택적 패스제도조차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해 학생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출처 - 투데이 신문 / 뉴시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등록금반환 릴레이 행진에 이어 대학과 교육부를 상대로 등록금 환불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미 전국 70개 대학 2100여 명의 학생이 소송인단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오는 26일 소송인단 모집을 마감하고, 7월 1일쯤 소장을 접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렇게 학생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당정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와 관련해 3차 추경안에 관련 예산 반영을 검토 중입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대학 당국에 반환 요구를 하는 학생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며 2학기 등록 전에 교육부/대학/학생 간 3자 공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원내에서도 전액 환불까지는 어려워도 일정 정도의 지원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여당 내 일각에서는 3차 추경에 사실상의 직접 지원 예산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늦어도 이번 주 안까지는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출처 - 뉴스1


어쩌면 이번 등록금 반환 논란은 코로나19가 드러낸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문제점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학 강의가 등록금에 걸맞은 값을 하고 있나? 진정한 학교의 주인은 누구인가? 대학은 무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가? 같은 근본적인 의문 말입니다. 모처럼 학생들이 단결해 들고일어난 의제입니다. 학생들의 주체적인 토론과 행동 끝에 합당한 결과가 도출되기를 바랍니다.

댓글(6)

  • 2020.06.22 13:41 신고

    제 딸래미의 경우 등록금은 고사하고 기숙사비 1년치를 미리 내었습니다만 기숙사 거주 하루도 못했는데 환불 여부를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2학기 전에는 소식이 있을거라는데 마냥 기다리고만 있습니다.

    • 2020.06.22 14:38 신고

      답답하시겠습니다.
      최근 대학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혈서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개입할 일이 아니라며 선을 긋는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 2020.06.22 21:22 신고

    온라인 강의로 전환되어도 질 높은 교육이 이뤄진다면 이런 말이 나오지 않을텐데...라는 생각이 드네요. 수업방식만 바뀌는 게 아니라 '수업의 전달방식'도 고민해야겠습니다. 좋은 토론 주제 하나 얻고 갑니다. 구독해요~

    • 2020.06.23 06:44 신고

      한 학기가 비대면 강의로 진행되면서 사실상 대부분의 대학이 사이버대학처럼 운영됐습니다. 사이버대의 한 학기 등록금이 평균 144만 원 정도라고 합니다. 이에 반해 4년대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672만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강의의 질은 사이버대만 못하고 강의 이외의 교육 관련 서비스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에 학생들이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겠죠.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온라인 개강과 비대면 수업을 주도한 주체입니다. 이제 와서 등록금 문제는 학교와 학생들 간에 해결할 일이라고 선을 긋는 것은 온당하지 못한 처사입니다. 이렇게 슬쩍 빠지는 대응 때문에 한쪽은 등록금을 돌려달라고 아우성이고, 한쪽은 이유가 있어서 못 준다는 식의 어깃장을 놓는 국면이 조성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이기주의의 충돌처럼 사태가 인식되고 있습니다.

  • 2020.06.22 23:46 신고

    극단적으로 "입시폐지"를 주장하는 입장에서
    대학의 이기주의가 좀 더 엿보이는 듯 해서 좀 그렇습니다.
    기업의 사내유보금처럼 대학도 계속 적림금을 쌓아두고 있는데,
    그렇다고 모든 대학이 다 풍족한 게 아니라, 고사위기에 있는 대학들도 있거든요.
    그렇기에 하나의 방식만 말하기도 쉽지 않고..............

    이 꼬인 현재의 상황, 정말 어렵네요.

    • 2020.06.23 06:53 신고

      공감합니다. 다양한 문제가 결합된 것이어서 풀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갈등을 뛰어넘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는 소통에서 시작되고, 각자의 입장을 이해한 뒤 양보와 타협하는 가운데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하며 전력으로 질 높은 강의를 위해 힘쓴 교수들이 있는가 하면 한 한기를 펑펑 놀고 먹은 교수들도 있습니다. 또한 각종 교내 시설을 사용하지 않아 비용이 절감된 측면이 있는가 하면 학생의 이용이 없어 오히려 비용이 늘어난 시설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부분을 면밀히 살펴 학생들과 학교가 현실적인 대화를 시작하지 않는다면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라는 큰 위기 상황 속에서 '백년지대계'인 교육 관련 주체들이 화해와 상생의 마음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다른 분야는 더 극단적인 대립의 양상으로 비화하겠죠.

      대학 등록금 반환 투쟁은 대한민국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홍콩에서도 등록금을 돌려달라는 운동이 일어났고, 미국에서는 50여 개 대학 학생들이 기숙사비 환불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버드와 컬럼비아 등 일부 대학은 미사용 기숙사 비용 환불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죠.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할 것이 명약관화한 지금, 이번 한 학기만 등록금 문제를 다투고 끝날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교육부-대학-학생-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때입니다. 알아서 잘 풀리는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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