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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코로나 시대에 일본 도쿄전력의 방사능 오염수 처리를 생각함

by 생각비행 2020. 6. 1.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일시적이지만 지구 곳곳이 깨끗해지는 이른바 '코로나의 역설'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대기가 맑아지고, 각종 동물이 사람의 활동이 뜸해진 해안이나 강, 운하에 나타나기도 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새와 물고기가 돌아오거나 하는 등 말입니다. 대기와 물이 맑아져서 생기는 이런 반가운 모습을 보며 지구를 더 깨끗하게 만들 생각만 하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일부 인간들은 정반대의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올림픽마저 취소될 위기에 놓인 일본은 방사능 문제에 대해 대책 없는 모습을 보입니다. 일본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나오고 있는 방사능 오염수를 30년에 걸쳐 바다에 방류하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담은 처리 방안 초안을 지난 3월 발표했습니다. 2022년 여름이면 후쿠시마 원전 내에 오염수를 보관할 장소가 없어진다며 일본은 어떻게든 방사능 오염수를 방출할 생각에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증기 형태로 대기 방출하는 방안은 일반 평가 모델이 없다는 이유로 계산하지 않았고, 가장 만만하다고 생각하는 바다 방류를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일본은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란 장치로 방사성물질 62종을 한 번 더 정화한 뒤 10~30년에 걸쳐 바다에 방류한다는 초안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지난 2017년 후쿠시마 오염수 가운데 이 장치로 정화작업을 끝낸 오염수 89만 톤을 조사해보니 80%가 넘는 75만 톤이 여전히 배출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다시 한번 정화해 방출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이 장치로 정화되지 않는 삼중수소량도 그렇고 정말 한 번 더 정화한들 과연 기준치 밑으로 내려갈지 의심스럽습니다. 재정화 처리 후에도 세슘137 같은 일부 방사성 물질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채 남고, 삼중수소량 농도를 낮춰서 천천히 방류한다고 해도 결국 바다에 내다 버리는 총량은 같기 때문에 생태계에 타격이 없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출처 - 한겨레


또한 해양으로 방류할 경우 방출량과 관계없이 바람과 조류의 영향으로 해안을 따라 가늘고 길게 퍼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100조 베크렐 방출 때는 30km까지 확산한다고 하는데 과연 안전할 수 있을까요? 이 때문에 일본 어업인들과 관광업 종사자들 역시 도쿄전력의 방류 계획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사무총장은 지난 2월 일본을 방문해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가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국제 관행에 부합한다며 사실상 일본 정부 방안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터라 문제가 심각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후쿠시마 핵발전소 문제를 제쳐놓고라도 일본의 핵 문제에 대한 인식은 대책이 없습니다. 일본은 이미 핵무기 수천 발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플루토늄 추출 공장 가동을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핵연료 재사용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발전용으로 플루토늄을 소비할 시설이 마땅치 않은 상황인데, 대체 어디서 재사용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재처리공장 사업에 드는 막대한 비용, 안전성에 대한 우려, 제한된 플루토늄 소비처 등을 고려하면 일본이 굳이 플루토늄 생산 시스템을 고수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 국제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 때문에 아베 신조의 헌법 개정 야욕과 맞물려 핵무기 보유라는 엉뚱한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을 사고 있죠. 보유한 플루토늄의 양과 기술력으로 보면 일본은 사실상 잠재적 핵보유국으로 분류되고 있으니까요.


출처 - MBC


이런 골치 아픈 민폐 이웃을 두고 있는 우리나라도 핵발전소와 관련해서는 답답합니다. 지난 12월 말 대전 도심에 있는 원자력 연구원에서 방사성물질인 세슘이 유출되었습니다. 암을 유발하는 방사성물질로 평상시의 60배나 되는 양이었습니다. 조사해보니 30년 전인 1990년 허가받지 않은 관을 마음대로 설치해 오염수를 몰래 흘려낸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세슘 오염수는 지난 30년간 매년 4백여 리터씩 모두 1만 5000리터 정도가 도심 하천으로 흘러나갔다는 말이 됩니다. 더 문제인 건 아무도 이 경위에 대해 설명을 못 하고 있다는 겁니다. 1990년 당시 도면에 없던 이 배수관을 당시 연구원이 임의로 설치해 운영해왔기 때문인데요. 관련자가 모두 퇴직해서 정확한 정황을 알 수 없다고 하고 현재 근무자들은 거기에 배수 탱크가 설치된 것도 오염수가 흘러나가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출처 - 조선일보


그런데도 보수 언론들은 탈원전 비난을 위한 선동 기사를 계속 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일 《조선일보》의 〈탈원전 2년만에 7조 날아갔다〉 같은 기사가 대표적입니다. 마치 두산중공업의 경영 위기가 탈원전 탓인 양 보도하여 경제적 이익과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 것처럼 가짜뉴스를 쏟아냈습니다. 한전 적자까지도 탈원전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것처럼 썼지만, 아직 본격적인 탈핵은 시작도 안 했는데 한전에 어떻게 악영향을 끼쳤다는 건지 어이가 없는 기사입니다. 무엇보다 보수 진영은 에너지 안전 문제는 경제적 리스크로 집어넣지도 않으면서 말이죠.

 

출처 - 이미지투데이


지난 5월 31일은 바다의 날이었습니다. 핵발전소와 허상뿐인 경제 논리에 목매어 언제까지 바다와 대기를 더럽혀야 하겠습니까?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경고를 생각하며 지구 차원의 안목으로 에너지전환의 필요성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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