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다시 묻는 안전대책

우리나라 제일이라는 삼성그룹의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던 지난 6일, 다른 한쪽에선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로 숨진 노동자 38명의 합동 추모식이 있었습니다. 화재 현장의 합동 감식이 마무리되어 사고 이후 처음으로 한데 모인 유가족들은 국화꽃을 하나씩 집고 오열했습니다.


출처 - SBS


노동절을 앞둔 4월 29일 경기도 이천에서 발생한 (주)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우리나라의 노동 상황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참사였습니다. 화재 사망자 38명 중 대부분은 전기, 도장, 설비 등의 업체에서 고용한 일용직 노동자였습니다. 코리안 드림의 꿈을 안고 막노동에 나선 외국인들도 3명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황금연휴 시작 전날이라고 다들 들떠 있던 때, 정규직 대신 원청 대신 돈을 벌기 위해 노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노동 현장 가장 말단의 사람들이 희생된 셈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노동 현장의 참사가 언제나 그렇듯 이번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역시 전형적인 인재였습니다.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친 이천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6차례나 화재 위험성을 경고하고 개선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업체가 공단의 개선 요구를 지키지 않아 화재 가능성을 키웠을 공산이 큽니다. 그런데 화재 참사 다음 날, 언론은 일제히 '용접 불꽃'과 '샌드위치 패널'을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용접 불꽃이 화재의 핵심 원인이라면, 그 책임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해당 노동자나 작업반이 지게 될 가능성이 크죠. 정확한 화재 원인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이 일제히 보도한 추측성 기사는 기업의 책임을 노동자의 책임으로 둔갑시킬 가능성을 키웁니다.

 

출처 - 문화일보

 

현재까지 명확한 화재 원인이 최종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우레탄폼 작업과 도색 작업 등을 동시에 진행해 유증기가 가득 찬 '폭발 하한치' 상태였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결국 고용노동부의 개선 요구를 무시하고 공기 단축을 위해 병행해서는 안 되는 위험 작업을 동시에 한 끝에 발생한 참사일 가능성이 큰 셈입니다. 이 경우 환기 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시공사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이번 참사가 지난 2008년 40명이 사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의 복사판이라고 불리는 까닭도 이와 같습니다. 대피로가 미확보되어 대형 인명 피해로 번진 것까지 말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와 관련해, 과거에 일어났던 유사한 사고가 대형 참사의 형태로 되풀이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후진적이고 부끄러운 사고였다고 말했습니다. 사고 원인 규명과 유가족에 대한 지원을 언급하며 재발방지 대책을 주문했습니다. 화재 안전 대책을 강화해왔는데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가 뭔지 밝히고 관리 감독의 책임까지 엄중하게 규명하라고 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6차례 개선 요구를 했다고는 하지만 고쳐지지 않았다는 건 공사 업체의 문제가 분명하지만, 법적인 미비나 감독 기관의 해이로 그 개선 요구가 즉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제 그 이유를 규명해 수정해야 앞으로 이런 참사가 더는 일어나지 않겠지요.


출처 – 연합뉴스


정부는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의 관련 주체 중 원청 시공사를 향해 칼을 빼들었습니다. 원청의 안전경영체계 결함 또는 안전보건조치 미이행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공식화한 것입니다. 이는 안전사고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나 하청 업체 꼬리 자르기 수준이 아니라 원청에 책임을 강하게 물어 안전사고를 근본적으로 처벌하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그간 정책과 대책은 있었지만 정작 현장에서의 실효성은 떨어졌기 때문에 참사가 되풀이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용균법이 제정되어 모든 작업장에 반드시 화재감시자와 안전관리자가 배치되어야 하지만, 이번 참사 현장에도 배치가 미흡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는 안전의 컨트롤타워인 정부가 발주처와 시공사를 압박하지 않고서는 현실을 바꾸기 어렵다는 방증입니다.

 

출처 - 뉴스1


민주노총은 지난 4월 30일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 시공사인 건우, 그 아래 9개의 하청 업체, 또 얼마나 오갔는지도 확인하기 어려운 일용직 노동자라는 전형적인 다단계 구조 속에서 참사가 발행할 때마다 발주처와 시공사는 책임에서 빠져나가고 하청업체 말단 관리자만 책임지는 일이 너무 많았다면서,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으면 이런 참사는 다시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는 김승연 한화 회장의 조카가 대표이사로 있는 곳입니다. 주요 거래처는 한화 계열사입니다. 공정위가 부당한 일감몰아주기로 제재에 착수한 곳입니다. 재벌로부터 시작해 일용직으로 끝나는 '위험의 외주화'는 또 한 번 이렇게 참담한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출처 - 뉴스1


이번 참사는 원청의 안전 책임을 강화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일명 김용균법 시행 100여 일 만에 처음으로 터진 대형사고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김용균이 있어야 제대로 된 변화가 가능할까요. 가슴이 미어지는 5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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