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배신의민족? 독과점 시장을 막아라

코로나19로 많은 산업이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호황을 맞은 산업도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배달앱입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진 사람들이 비대면으로 맛집 음식들을 시켜서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장 유명한 배달의민족이 국민의 공분을 샀습니다. 코로나19라는 중대한 시국에 수수료 체계를 개편했기 때문입니다.


출처 - 매일경제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4월 1일 새로운 요금 체계인 ‘오픈서비스’를 발표했습니다. 오픈서비스는 주문이 성사되는 건에 한해 5.8%의 수수료를 받는 체계로 기존 서비스인 '오픈리스트'의 수수료 6.8%보다 1% 낮습니다. "수수료를 낮춰줬는데 뭐가 문제냐?" 할지 모르겠지만 핵심은 수수료 부과 방식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뀐다는 겁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정률제로 체계를 개편하면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유리하다고 말합니다. 고가의 광고 상품인 '울트라콜'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그 지역 배달 주문을 독점하는 이른바 큰손 가게들의 영역을 3개로 제한하고,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저가의 광고 상품인 오픈 서비스 영역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영세 업자들은 수수료가 낮아져 좋고,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어져 좋다는 논리입니다.


출처 - 뉴시스


하지만 이런 새로운 요금 체계를 발표하자마자 이건 개악이라며 소상공인들과 소비자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오픈 서비스 역시 광고 영역이긴 마찬가지이니 그 광고 영역을 넓힌다면 영세업자들끼리 무한경쟁이 붙어 오히려 광고비 부담이 늘어난다는 겁니다. 현재와 동일한 수준의 광고 노출을 유지하려면 광고비로 더 많은 돈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소상공인연합회 역시 금액에 제한이 있는 정액제와 비교해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정률제는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논평을 냈습니다. 말이 5.8% 인하지 부가세를 포함하면 6.38%이고 결제 대행 수수료 3.3%까지 더하면 사실상 9.32%입니다. 예전에 울트라콜로 500만 원어치를 팔았을 때 내는 수수료가 25만 3000원이었다면, 이번에 개편된 수수료 체계에서는 같은 매출이어도 내는 수수료는 46만 6000원으로 거의 2배가 되는 셈입니다.

 

출처 - MBC


 

배달의민족 수수료 개편 정책으로 기존보다 적은 수수료를 내는 경우는 월 매출이 155만 원 이하 점포라고 합니다. 일 매출이 5만 원도 되지 않는 점포라면 사실상 망하기 직전인 가게일 테니,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업장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가까스로 매장을 운영 중인 대부분의 영세한 가게들은 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사실상 엄청난 폭의 인상을 감내해야 한다고 반발합니다. 이는 결국 음식 가격의 폭등으로 소비자의 부담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겠죠. 안 그래도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한 소상공인들로서는 이번 요금 체계 개편이 벼룩의 간을 내어 먹는 수작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법한 상황입니다.


출처 – 애플 앱스토어


소비자들의 분노도 극에 달했습니다. 배달의민족이 아닌 배신의 민족, 게르만 민족이었다면서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탈퇴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평가 항목에 최저점인 별점 1점을 주고 탈퇴 이유로 코로나19 시국을 이용해 독점 기업의 전횡을 일삼는 서비스를 더는 쓰지 않겠다는 한줄평을 남기면서 말이죠.

 

출처 - MBC

 

예상치 않은 반응으로 궁지에 몰린 배달의민족은 급기야 사과문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죄송하다는 말만 나열되어 있을 뿐 개편안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속셈으로 부작용에 대한 대안이나 대책과 관련한 내용은 일언반구도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지자체장들은 일제히 배달의민족 사과문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고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죠.


출처 – 배달의명수


더불어민주당은 배달의민족의 과도한 수수료 책정 문제 해결에 나서며 수수료를 낮추기 위한 특별법 입법에 나서는 한편 지자체 일부에서 시행 중인 무료 배달앱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정치인 중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행보는 눈에 띕니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배달의민족 사과문에 대해 "원상복구에 대한 언급은 없이 또 다른 이용료체제 개편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체제개편으로 인한 이익 증가(이용자의 부담 증가)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서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반발모면을 위한 임시조치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면서 "현대의 기업들은 수익창출능력만큼 높은 윤리경영과 사회적 기여가 요구된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촛불 하나로 국가권력을 교체할 정도로 높은 시민의식과 실천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 잊지 말기 바란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출처 - 이재명 페이스북 / 위키트리

 

한편 군산시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시도된 공공 배달앱인 배달의명수에 전국 지자체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문의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과 달리 이용 수수료나 광고료를 낼 필요가 없으니 업소당 월 25만 원 이상을 아낄 수 있고, 지자체를 통해 제작된 앱이다 보니 민간 배달앱에서는 쓸 수 없는 지역사랑상품권으로도 결제가 가능해 소비자들 입장에선 10% 할인된 가격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시국에 배달의민족이 이처럼 배 째라는 식으로 요금 체계를 개편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상 독점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요기요'와 '배달통' 그리고 '배달의민족'은 각기 다른 회사인 것 같지만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라는 기업이 인수한 하나의 회사입니다.

 

출처 - 이데일리

 

2019년 12월 13일,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을 크게 들썩인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배달의민족 브랜드로 배달앱 사업을 벌여온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된 겁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매긴 우아한형제들의 기업 가치는 40억 달러(약 4조 7500억 원)에 달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M&A로 설립된 합작회사인 '조인트벤처 우아DH아시아'는 아시아에서 공동 사업에 나서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을 독자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합작회사가 설립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토종 애플리케이션으로 국내 배달앱 1위에 올랐지만,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쿠팡과 국내 대형 IT 플랫폼 등의 잇따른 진출로 거센 도전을 받아왔습니다. 거대 자본의 공격이 지속될 경우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토종 앱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글로벌 기업과 합작회사를 차리는 방식으로 귀결된 것이죠. 

 

출처 - 사례뉴스

 

배달의민족이 내세운 ‘국민‧민족’ 콘셉트에 호응하며 기업을 키워주었던 소비자들과 소상공인들은 배달의민족이 직접 상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에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합작회사 설립에 대해 누구보다 우려가 큰 사람들은 골목상권 상인들과 소비자들이었습니다. 소상공인들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이 모두 한 그룹이 되니 견제가 어렵고 수수료가 오르게 될 것을 걱정한 겁니다. 국내 배달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요기요와 배달의민족이 사실상 한 독일기업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 배달대행 업체들과 직접 계약을 맺는 가맹본부·가맹점주들은 시장 내 경쟁 구도가 사라진 만큼 수수료나 광고비 인상이 이전보다 잦아질 것을 염려했습니다. 가맹점의 비용 부담 증가는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결국 배달 시장 독점에 따른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출처 - 서울경제

 

한편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시장 성공 노하우와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술력 및 글로벌 시장 진출 경험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수수료 체계 개편에서 드러나듯이 우리나라 배달 시장의 99%를 독일 기업이 쥐고 흔들 수 있는 판을 깔아준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요기요와의 기업결합 승인 심사를 받고 있는 배달의민족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했습니다. 자영업의 생태계를 흔들 수 있는 독점 기업의 탄생을 눈뜨고 앉아서 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출처 - 이뉴스투데이

 

언젠가부터 비싸진 음식값, 따로 책정되는 배달료 등을 우리는 편하다는 이유로 용인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된 걸까요? 배달 노동자와 소비자 모두가 시장 참여자이고 특정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공헌한 이들입니다. 그런데 기업 가치가 높아진 결과로 생긴 이익을 주주들만 나눠 가지게 된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누구의 몫이 될까요? 독점기업의 등장으로 발생하는 최종적인 피해는 결구 소비자인 우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댓글(4)

  • 2020.04.08 13:14 신고

    기발하고 재미있게 여겨졌던 배달의 민족에 대한 실망이 큽니다.

    • 2020.04.08 17:10 신고

      앱 내에 있는 매장 전화번호를 보고 주문을 해도 수수료를 뗀다고 하죠. 무서운 세상입니다.

  • 2020.04.08 21:48 신고

    헐 그러면 직거래하기도 어렵네요

    • 2020.04.09 10:09 신고

      배달의민족 앱에서 '050'으로 시작하는 전화번호 말고 서울의 경우 지역번호 '02'로 시작하는 전화번호로 주문을 하는 분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매장 자체 전화 주문으로 인한 직접 배달에 대응하기 어려운 소규모 업체가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듯합니다.
      점주 혼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면 바쁜 시간에 전화 주문에 대응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코로나19로 모두 어려운 시국입니다. 영세업자들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직접 전화 주문을 했는데 대응이 늦다고 불만을 제기하거나, 앱을 통한 비대면 방식일 땐 생기지 않을 다툼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조금 너그럽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서로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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