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건, 엄벌하지 않으면 재발한다

텔레그램 n번방 중 하나인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이 체포되어 서울종로경찰서 앞 포토라인에 섰습니다. 속속 드러나는 그의 범행에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생각비행은 텔레그램 n번방 관련 국회 청원 1호 안건이 졸속으로 처리된 문제를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지난 1월 15일 국회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고, 10만 명 이상의 동의 조건을 충족하여 지난 2월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3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해당 청원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으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조항 중 연예인 등의 사진을 합성해 불법 영상물을 만드는 '딥페이크' 처벌 규정을 두도록 하는 정도의 일부만을 수정·추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러니까 10만 명 이상이 참여한 국회 1호 청원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지도, 제대로 입법되지도 않은 채 폐기된 것입니다.


출처 - 국민일보



텔레그램 n번방 청원, 확실한 입법 보완 필요하다 : https://ideas0419.tistory.com/1039



'n번방' 사건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신상도 공개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5건은 불과 일주일 만에 500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습니다. 국민의 공분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상황입니다. 경찰이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을 포토라인에 세워 신상정보가 공개되자 국회는 뒤늦게 처벌을 위한 입법을 하네마네 뒷북을 치고 있습니다. 박사방과 관련하여 최근 드러난 살인 청부나 사기 혐의 등에 관해서는 별도로 처벌하면 되지만 디지털 성착취와 관련해서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미비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미비한 법 때문에 조주빈이 길어야 3년 6개월 징역형 정도를 받을 것이라는 예측에 분노한 국민들이 국회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국회 법사위 속기록이 공개되고 당시 의원들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민적 비판 여론에 직면한 겁니다. 애초 국회 청원 1호를 제대로 처리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대체 누구를 대의했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출처 - KBS

출처 - 민중당 진보TV

 

입법 보완이 시급하지만 그보다 돈과 권력으로 여성을 착취해온 범죄를 제대로 단죄하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돈이면 다 된다는 배금주의적 태도를 특히 여성을 함부로 대하는 데 거리낌 없이 쓰는 남성들의 문화 말입니다. 문제가 드러나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거나 아예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니 성착취, 성폭력 범죄에 대한 인식이 무뎌지고 걸린 사람이 재수 없다는 이상한 말을 쓰기까지 합니다.


출처 - 스포츠조선


최근 논란이 된 n번방 사건이 아니어도 여성에 대한 성착취가 드러난 사건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작년 교대 남학생들이 동기 여학생들의 외모를 품평하고 성적으로 도구화한 단톡방 성희롱 사건의 경우 그냥 농담의 소재라며 넘기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정준영 단톡방 불법촬영 사건은 어떻습니까? 남자라면 야동쯤은 다들 보는데 연예인이라서 재수 없이 걸린 것이라는 동정론조차 있었습니다. 버닝썬 사건은 또 어떻습니까? 수많은 사건이 사건을 덮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제는 그런 사건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주범으로 지목됐던 승리는 군대로 도망쳤고요.


출처 - 스타뉴스


승리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대표였던 양현석은 또 어떻습니까? 소속사 멤버의 마약 구매에 대해 제보한 제보자를 협박하고 마약 수사를 무마하려고 한 혐의에 대해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썩을 대로 썩은 검찰이 그동안 있었던 YG의 수많은 마약 의혹과 버닝썬 연관 정황을 무마했던 것처럼 양현석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반려했습니다. 검찰은 양현석의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대체 대한민국 검찰은 여성들이 당하는 성범죄에 대해 수사할 의지가 있기나 한 걸까요?



와인스타인과 김학의, 엇갈린 결과의 이유는? : https://ideas0419.tistory.com/1038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폭행 사건마저 무혐의로 만든 것이 검찰과 사법부였죠. 미투운동의 시발점이 된 조직도 애초 검찰이었지요. 자기네가 저지른 범죄가 가득한데 남의 혐의를 수사하려니 몹시 켕기겠죠. 수많은 국민이 제대로 된 수사를 원했던 고 장자연 사건이 아직 해결되지 않는 이유를 온 국민이 다 압니다.


출처 - 프레시안


이런 가운데 성착취 영상의 배후에 있을지도 모를 웹하드 카르텔의 양진호와 관련된 재판이 참으로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1년이 넘도록 양진호에게 제기된 혐의 중 어떤 것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어이없는 실수로 재판이 길어지게 만들고 있고, 상황이 이렇게 되면 법정 구속기간을 넘겨 구속기한 만료나 보석으로 풀려날지도 모릅니다. 전 직원을 폭행하는 등 엄청난 갑질을 해대던 사람인 만큼 공익제보자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출처 - 연합뉴스

출처 - 뉴스타파 / 연합뉴스

 

n번방의 창시자라는 갓갓한테서 n번방을 넘겨받은 켈리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인데 켈리만 항소를 하고 검사는 항소를 하지 않아 2심 법원은 1심이 선고한 징역 1년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습니다. 수사협조를 참작했다는데,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사법거래가 인정되는 것도 아니고 아동, 성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 전과가 있는 인물에게 어떻게 검사가 이렇게 대응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출처 - 한겨레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정신의학신문 칼럼을 통해 n번방 관련자가 절대로 용서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변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단언하는데 충동적 살인은 가능하지만 충동적 성범죄는 불가능하다면서, 성범죄 가해자들은 절대로 반성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가 줄 수 있는 가장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이죠. 그러지 않으면 성착취 문화가 만연해 있는 사회에서 반드시 더 대범하게 재발한다고도 했습니다. 정준영과 버닝썬, 양진호와 김학의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대하는 검찰을 개혁하지 않은 결과가 n번방에 다다른 것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군요.

 

출처 - 한국일보

출처 - 대전인터넷신문

 

현직 공무원이 조주빈의 박사방 운영진으로 활동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경찰이 파악한 박사방 회원 수가 6만 명에 달한다고 하죠. 그러니 텔레그램 n번방 전체를 파악한다면 성착취 범죄를 관람한 사람이 수십만 명에 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는 성착취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는 방증입니다. 이 때문에 성착취 영상을 관전한 사람들도 공범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출처 – 뉴스1

 

'n번방' 사건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신상도 공개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민갑룡 경찰청장은 운영자 조주빈뿐 아니라 가담자 전원을 공범으로 간주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또한 6만 명에 달하는 가담자의 신상 공개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출처 - SBS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을 새로 마련하고 피해자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는 별도 브리핑을 통해 범죄단체조직죄 적용까지 검토하고, n번방 영상을 소지하지 않고 시청만 했어도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SBS

 

n번방 사건은 코로나19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라서 자부심을 느끼며 지낸 나날을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진정한 국가의 품격은 미성년자 성착취 범죄를 얼마나 제대로 단죄하는가로 판가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문명국가, 선진국이란 소릴 듣는 나라 중에 성착취 범죄, 특히 미성년자 성착취 범죄에 관대한 나라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응당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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