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통제 독재 사회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2017년 12월 종영된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을 기억하실 겁니다. 한국에 들어와 살고 있는 세계 각국의 젊은이 10여 명이 하나의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예능 프로그램이었죠. 다양한 문화 속에 있는 젊은이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 대중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출처 - JTBC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 출신 재한 중국인 왕심린은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각국의 집회·시위 문화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톈안먼 6.4 항쟁'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귀를 막는 시늉을 하며 "우린 그런 교육 못 받았어요. 저는 몰라요."라고 말했습니다. 멋쩍게 웃는 그의 얼굴은 누가 보더라도 당황한 모습이었죠. 우리가 '민주화 운동'을 이야기할 때 하는 일반적인 반응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우리 그런 교육 못 받았어요. 저는 몰라요."

 

출처 - JTBC / 에펨코리아

 

누가 봐도 알고 있지만 말하기 곤란하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이는 중국에서 과거 톈안먼 사건이 현재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왕심린은 대규모 집회나 대통령을 규탄하는 대자보가 중국에선 보기 힘들다면서 서울대학교 교내에 걸린 대자보를 꼼꼼히 읽으며 '퇴진'과 '하야'라는 말을 배웠다고 얘기했습니다. 새삼스럽게 〈비장상회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는 정국 속에서 중국 사람들에게 온전한 자유가 없는 현실을 이야기하기 위함입니다. 평소 먹고 싶은 걸 먹고 입고 싶은 걸 입고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중국인에게는 '온전한 자유'가 없습니다. 일상 속 자유가 통제되는 중국인의 삶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서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출처 -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처음 경고한 중국인 의사 '리원량'은 중국판 트위터인 자신의 웨이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최초 인지 경위와 중국 당국의 전염병 은폐 시도에 관해 상세히 올렸습니다. 작년 12월 기침과 고열, 호흡 곤란과 같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증상 의심 환자가 7명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이를 의대 동문 단체 채팅방에서 논의했습니다. 나흘 후 리원량을 포함해 채팅방에 있던 의사 8명은 온라인상에 유언비어를 퍼뜨려 사회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죄로 소환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불법 행위를 인정하는 문서에 서명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일선 전문가의 입을 틀어 막아버린 중국 정부는 초기 감염자를 걸러내지 못했고 결국 국제적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져나가게 되는 계기를 제공한 꼴이 됐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본격적으로 확산한 후 리원량을 포함한 의사 8명은 사과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미 중국 정부의 신뢰도는 나락으로 떨어진 뒤였습니다. 


출처 - BBC


중국 우한 공안이 의사 리원량에게 서명하도록 강요한 서류를 보면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불법 행위를 계속하면 당신은 법정에 보내질 것이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불안을 증폭시키는 원인은 리원량 사건 이후 끊임없이 자행되는 중국 당국의 정보 통제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중국 내 사망자가 490명이 넘고 확진자가 2만 4000명을 넘었습니다. 이 순간에도 피해는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통계조차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호흡기 의학 전문가 데이비드 후이 홍콩중문대 교수가 "홍콩에서는 경증 환자라도 즉시 검사해 확진 여부 판정을 내리지만 우한에서는 심각한 증세를 보이는 환자에게만 적용한다"면서 "공식 통계에는 이런 환자들만 반영된다"라고 주장한 겁니다. 한편 우한의 한 의사는 "경증의 환자는 집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를 위한 시설이 부족해서 어쩔 도리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신종 코로나' 확진자 2만 명 넘어... '빙산의 일각' 주장도(오마이뉴스)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08999


검사 키트 수량조차 중국 당국과 현장 의사의 말이 다른 상황입니다. 중국인들은 바이러스를 막는 조처로 마스크를 구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소비될 물량이 중국으로 빠진 탓에 한국 내에서도 마스크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장당 500~600원 정도하던 마스크가 1만 원을 호가하기도 하는 상황입니다. 마스크 제작업체 웰킵스 박종한 대표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전화가 하루에 200통씩 매일 오는데 대부분 수출 물량 문의며 선입금 120억을 제안받기도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 우체국을 가면 박스에 마스크를 가득 채워 중국으로 보내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마스크 품귀 상황 속에서 과일 껍질이나 페트병 등 기상천외한 재료로 직접 마스크를 만들어 쓰고 다니는 이들을 찍은 기상천외한 사진이 웨이보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출처 - 웨이보 / 연합뉴스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천 마스크로도 충분히 예방 가능하고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들 사람들의 불안을 해소해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통계의 신뢰성을 의심받고 있는 중국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로 또 다른 확진자가 자신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집권 후반기를 잘 다져 장기 집권을 꿈꾸던 시진핑의 리더십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 감염증 사태로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일당 독재의 정보 통제 사회 속에서 중국인들은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박정희와 전두환을 찬양하는 사람들은 독재의 향수에 빠져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는 중국의 현실에서 정보를 통제하는 사회의 민낯이 어떠한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거 유신을 그리워하는 자유한국당의 혐오정치는 우리 사회에 분열과 갈등만 낳고 있습니다. 앞으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가능 여부에 대한 분수령이 될 거라고 합니다. 이번 사태가 무사히 지나간 뒤 바라건대 중국인들이 그동안 자신들이 누려온 거짓 자유에 대해 의문을 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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