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소 완화되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는 연장되었지만 그간 문을 닫거나 배달 영업만 해야 했던 카페, 헬스장, 노래방 등 시설들이 제한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습니다. 포장만 가능했던 카페도 매장 내 취식이 허용됐고 헬스장, 노래방 등도 이용 인원을 8제곱미터 면적당 1명으로 제한하는 조건 아래 밤 9시까지 운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출처 - 뉴스1


카페에서 간만에 친구, 지인을 만나 차를 마시거나 몸을 풀러 헬스장에 가는 등 소소한 일상을 일부라도 되찾아 기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노래방처럼 밤 장사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업종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라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PC방 연합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대한 보이콧에 돌입한다고 발표하는 등 해가 바뀌며 쌓여온 불만들이 업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도 합니다.


출처 - MBC


불과 얼마 전 확진자가 1000명대를 넘나들던 때와 비교하면 진정된 국면에 들어서긴 했지만, 방역 차원에서는 결코 안심할 단계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사회적 거리두기 일부 완화 조치 및 일부 업종에 대한 영업 재개 결정이 이뤄진 건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의 발표처럼 민생의 절박함 때문입니다. 코로나 걱정을 안 해도 된다거나 이제 괜찮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을 잘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021년 1월 20일부터 25일까지는 신규 확진자가 300~400명대를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1월 26일은 559명으로 신규 확진자가 늘었습니다. 지난 26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중앙방역대책본부는 "IM 선교회 산하 대전 IEM국제학교 관련 확진자가 171명으로 늘었다"며 "초기 확진자들의 발병률은 80%이며, 동 시설에서 지속적인 노출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영어캠프의 참석자 40명이 지난 1월 16일에 강원도 홍천으로 이동했으며, 코로나19 검사 결과 그중 39명이 확진됐다고 하죠. 언제 다시 1000대로 확진자가 늘어날지 모를 상황입니다.


출처 - 질병관리청


1월 27일 0시 기준 미국의 누적확진자는 2491만 6899명이고 누적사망자는 41만 6004명으로 피해가 가장 심각합니다. 인도의 누적확진자 수는 1067만 6838명이고 누적사망자 수는 15만 3587명입니다. 브라질의 누적확진자 수는 884만 4577명이고 누적사망자 수는 21만 7037명입니다. 의료적 대응을 잘한다고 했던 독일의 경우 누적확진자 수는 214만 8077명이고 누적사망자 수는 5만 2990명입니다. 


출처 - 질병관리청

 

1월 27일 0시 기준 우리나라의 누적확진자 수는 7만 6429명, 누적사망자 수는 1378명입니다. 이를 보면 우리나라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화하고 방역수칙을 잘 따른 덕분에 위기 국면을 잘 넘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K-방역도 방역이지만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 코로나19 상황을 통제하기란 불가능하죠.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지난 12월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먹고살기 어려운 상황이 도래했습니다. 오랜 기간 이어지는 코로나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기업도 많고, 특히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영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의 절박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런 어려운 시국이기에 빈부의 격차는 나날이 극심해집니다. 일하지 못해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가만히 있어도 돈이 불어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업을 할 수 없으나 지급해야 하는 임대료 부담은 이런 명암을 더욱 짙게 만듭니다.


출처 - 법률방송


우리나라는 'K-방역'이란 이름이 아깝지 않게 방역에 있어서는 전 세계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19가 야기한 사회적 어려움에 대한 지원은 그에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코로나19가 가장 큰 영향을 까친 미국의 경우 작년 3월 코로나바이러스 지원, 구제 및 경제적 보장법을 제정해 주택과 상가에서 임대료 연체를 이유로 강제퇴거 절차를 개시할 수 없게 했습니다. 세입자들이 거리로 쫓겨나면 코로나19가 더 확산할 수 있다는 미 질병관리본부의 권고에 따른 조처였습니다. 영국도 같은 달 2020 코로나바이러스법을 제정해 주택과 상가에서 임대료를 밀렸을 때 임대인이 계약 종료를 미리 통보해야 하는 기간을 2주~2개월에서 3개월로, 그리고 다시 6개월로 연장한 바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명도소송 절차를 아예 중지시키기도 했죠. 독일의 경우 같은 달 민사, 파산 및 형사소송법상 코로나19 감염병의 영향 완화를 위한 법률을 통과시켰는데요, 이로 인해 독일 주택과 상가의 임대인은 임대료 체납을 이유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없습니다. 임대인은 최장 2년까지 임대료 미납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캐나다는 일부의 경우 퇴거 금지를 넘어 임대료 자체를 감액하기도 했습니다. 긴급 상업용 임대 지원정책을 시행한 캐나다는 임대인이 소상공인 임차인의 임대료를 최소 75%까지 감면해주면 정부가 그 임대료의 50%를 지원하고 임차인이 나머지 25%를 내게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코로나19 대응이 엉망진창인 일본조차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보상금이 존재합니다. 일본 정부는 1월 8일부터 도쿄, 사이타마, 지바, 가나가와 등 4개 지자체 내에서 주류를 제공하는 사업장은 저녁 8시까지만 영업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와 동시에 이 명령을 충실히 따를 경우 하루 6만 엔의 매상을 보전하는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반대로 행정명령을 어길 경우 업장 이름을 공개, 세무조사, 과태료 50만 엔을 물리기로 했죠. 정부가 지정한 시간 안에 방역을 잘 지키기만 하면 우리나라 돈으로 일 매상 60만 원씩을 보상하기로 하니 대형 매장이 아닌 영세업장과 소형업장의 경우 코로나 휴업을 선택하는 곳도 많이 있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우리나라도 아예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2020년 9월 29일 시행된 상가선물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감염병 등으로 경제 사정이 바뀌어 기존 임대료가 적절치 않은 경우 감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임대인이 바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송까지 가야한다는 문제가 있고, 현실적으로 임대인과 관계가 나빠지길 바라는 임차인은 거의 없습니다. 감염병이 아니더라도 법원에서 감액 청구를 인정한 사례도 사실상 전무합니다. 그나마 현실적으로 나아진 건 임대료 연체입니다. 이전에는 3개월 밀리면 계약을 해지당하거나 갱신을 거부당했는데 2020년 10월 29일부터 6개월 동안 밀린 임대료에 한해서는 계약해지나 갱신 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게 되었죠. 하지만 이런 대응은 직접적인 지원이 아니고 너무 늦었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출처 - SBS Biz


해가 바뀌고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여러 법안이 나오고 있기는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로 경제적 피해를 본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영업손실을 보상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구체적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일회성 지원인 재난지원금과 달리 법제화를 계획하고 있어 2월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질지 모르겠습니다. 핵심은 영업 제한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에게 정부가 금전적으로 보상한다는 건데요, 이와 동시에 임대료 절반을 국가가 지원하자는 내용이 담긴 발의안도 준비되고 있습니다. 


출처 - 한국경제


그런데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자만 피해를 본 것이 아닌데 자영업 손실만 보상해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불만도 있습니다. 국민 혈세를 바탕으로 상당한 규모의 재정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제도를 충분한 사회적 합의나 검토 없이 졸속으로 추진하는 모양새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영업을 제한당한 자영업자의 타격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도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일감이 끊겨 경제적 피해를 입었고,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이 어려워지면서 급여생활자 중에서도 수입이 대폭 줄어든 경우도 있으니까요.


출처 - 시사인


부정적인 여론도 따지고 보면 자영업 손실보상을 아예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닐 겁니다. 공정한 기준 마련이 중요하다는 질타로 받아들이면 될 듯합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받았지만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양호한 성적을 냈다고하죠. 한국은행이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로 집계했는데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5.1% 이래 22년 만에 처음 역성장을 보인 것입니다. 그렇지만 세계 주요 선진국의 GDP 성장률(-3~-10%)과 비교할 때 선방했다는 평가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상재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는 지표로 나타나는 수치일 뿐 코로나19 상황에서 지금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무언의 공감대는 있습니다. "임금 없이 임대료 없다"는 구호가 이런 현실을 뒷받침하죠. 임대료 역시 임차인의 경제 활동을 통해 생긴 이득이 있어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어려운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득을 본 이들이 피해를 본 사람들을 위해 협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멸하는 것보다는 그러는 편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길입니다. 팬데믹을 계기로 우리 사회 전체가 공정하게 고통을 분담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불구속 상태이던 이재용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 구속됐습니다. 국정농단의 핵심인 박근혜와 최순실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청탁하는 데 회삿돈을 빼내 86억 8000만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것이죠. 최순실, 박근혜에 이어 이재용까지 국정농단과 관련된 핵심 당사자들이 모두 법정 구속됨으로써 사건이 일단락되었지만, 어느 쪽도 개운한 맛은 없습니다.


출처 - SBS


국정농단 당시 이재용의 뇌물죄에 대해서는 특검 수사와 3심까지 재판을 거치며 그 규모와 성격을 두고 판단이 엇갈렸습니다. 특검은 2017년 2월 이재용을 구속기소 하며 그가 박근혜와 최순실에게 총 298억여 원의 뇌물을 건네고 이후 213억 원을 더 건네기로 약속했다고 봤습니다. 1심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 등 89억 원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인 2심은 36억 원만 뇌물액으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탓에 이재용은 석방되었습니다. 하지만 3심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86억 원의 뇌물, 횡령을 인정하고 1심에 근접하는 판단을 내리며 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습니다. 결국 파기환송심에서 선고된 최종 형량이 이번 징역 2년 6개월의 법정 구속입니다. 이에 대해 특검을 비롯한 국민은 국민대로, 삼성과 이재용을 옹호하는 경영계와 보수 단체는 그들대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이재용 재판과 관련해 여태까지 최종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휠체어를 타고 나오는 재벌 총수의 모습과 달리 교도소로 들어가는 재벌 총수의 모습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입니다. 하지만 그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포장만 다를 뿐 이번 재판도 솜방망이 처벌이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출처 - 아주경제


특검과 대다수 국민은 이재용에게 선고된 2년 6개월이라는 형량을 납득할 수 없습니다. 특검은 파기환송심 선고에 대해 대법원판결 취지를 감안한 선고라면서 뇌물공여자와 수수자가 모두 유죄 확정과 법정 구속되었다는 점은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삼성의 국민연금 합병 찬성 관련 직권남용, 배임 사건도 특검법 취지에 따라 신속하게 선고되길 기대한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삼성 승계에 얽힌 문제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입니다.


출처 - 한국일보


특검이 우회적으로 삼성 승계에 관한 선고가 빨리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한 것은 아마도 국민과 같이 이번 선고의 형량에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법정 구속되긴 했으나 2년 6개월은 이재용에게 법률적으로 선고할 수 있는 최소 형량입니다. 집행유예를 해주지 않았을 뿐이죠. 파기환송심 선고가 논란이 되는 것은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하며 1심의 징역 5년에 준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렸는데도 이를 되받은 고등법원이 보편적인 양형기준을 무시하고 이재용에게 특별한 기준을 적용해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판사의 작량감경이 문제였습니다.


출처 - SBS


형법상 작량감경은 판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고 유기징역의 경우 최대 2분의 1까지 가능합니다. 이번 이재용의 뇌물, 횡령죄는 원칙적으로라면 최소 징역 5년에서 최대 45년까지 선고할 수 있는 중범죄입니다. 그리고 파기환송심에서 양형기준은 현실적으로 선고의 절대적 하한선의 기준이 됩니다. 양형기준에서 벗어난 판결을 하려면 판결문에 벗어나는 이유를 적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법관들이 양형기준을 준수하는 비율은 무려 89.7%입니다. 횡령, 배임의 양형기준 준수율은 더 높은 93.9%입니다. 그러니 이재용이 받은 이번 작량감경은 6.1%만이 받을 수 있는 지극히 특수한 판결인 셈입니다. 고등법원 재판부는 파기환송심 판결문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논리와 배치되는 무리수를 두며 원칙을 어기고 한계치까지 형을 감해줬습니다. 이재용이 얻지 못한 건 단 하나, 집행유예뿐이었습니다. 특검의 구형량은 9년, 솜방망이 처벌이 특기인 우리나라 법으로도 이재용은 판사의 작량감경까지 반영한다 해도 최소 징역 4년에서 10년 2개월을 받아야 정상적인 형량이었습니다. 그런데도 2년 6개월에 불과한 판결이 나왔으니, '이번 재판의 판사가 조만간 은퇴하고 삼성에 들어가려나 보다'라는 여론의 비판을 직면하게 되었죠.


출처 - 뉴스1


국민들은 "억지로 밀어붙인 지방대 표창장 위조가 징역 4년인데 국정농단 뇌물, 횡령죄가 2년 6개월이라니 말이 되느냐"는 조롱을 사법부에 날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판결은 삼성 안에서만 봐도 형량의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재용이 받은 2년 6개월은 삼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 최지성과 삼성 전 미래전략실 차장 장충기와 똑같은 형량입니다. 뇌물공여를 교사한 총수인데다 뇌물죄, 횡령죄 등 다수의 중범죄에 얽혀 있는 이재용의 형량이 2년 6개월에 불과한 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사법의 대전제를 사법부 스스로 짓밟은 셈입니다. 이런 판결을 내놓은 사법부를 누가 신뢰하고 누가 권위를 부여하겠습니까?


출처 - 데일리안


보수 단체와 보수 언론, 경제지들은 선고 당일부터 여론을 호도하며 기레기 나팔을 불었습니다. 이재용이 코로나 백신을 구하러 외국 출국 직전에 구속됐다며 동정론을 펼치더니 이명박, 박근혜 사면에 이재용도 거론했습니다. 태극기부대를 비롯한 극우 단체들은 삼성에게 해외로 이전하라고 읍소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들은 뭘 모르는 사람들이죠. 세상 어느 나라에서 이런 중범죄를 일으킨 자에게 2년 6개월에 불과한 형량을 부과할까요? 


출처 - 한겨레


그들이 그렇게 떠받드는 미국의 경우 10~20만 달러(1~2억 원 상당)의 뇌물을 공여한 개인의 경우 7년 이상의 징역이고, 뇌물, 횡령, 배임 등이 동시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은 기업인은 최소 20년 이상 최대 무기징역에 처하게 됩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에 기업 분할까지 보너스로 받을 가능성도 큽니다. 이재용이 최종 선고받은 뇌물 액수 86억 원이면 전 세계 자본주의 국가 어느 곳에서도 2년 6개월보다 낮은 형량을 받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중국은 어떨까요? 공산당 일당독재의 중국에서는 5억 이상의 뇌물죄가 인정되면 사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를 볼 때 자본주의 국가든, 공산주의 국가든 삼성이 한국을 떠나는 건 불가능할 겁니다. 재벌 입장에서 불법적으로 기업 활동하기 가장 좋은 나라이기 때문이지요.


출처 - 매일경제


삼성전자의 미국 내 기업 평판지수 추이를 보면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순항을 거듭했습니다. 2015년에는 구글, 애플 등을 제치고 3위까지 올라간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2016년 삼성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와 더불어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수사 여파로 2017년 삼성의 미국 내 기업 평판지수는 49로 하락하고 말았습니다. 삼성의 이미지 추락과 리더의 불법 행위는 이처럼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출처 - 주간경향


2000년부터 2018년 사이에 기업 총수와 관련된 범죄 사안을 분석하면 기업 총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죄다 집행유예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조세일보


집행유예는 형을 선고하되 집행을 유예한다는 뜻이지 죄가 없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하지만 집행유예로 자유의 몸이 된 재벌 총수들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수감된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떤가요? 대다수 국민은 이재용이 삼성 총수니까, 국정농단 사건이니까 특별히 엄벌에 처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받아 마땅한 공정한 판결을 해달라는 것이었죠. 대다수 국민은 삼성이 더 윤리적인 기업이 되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법이 정한 자본주의 테두리 안에서 공정하게 이익을 추구하라는 겁니다. 하지만 삼성과 이재용은 사법부의 비호 속에서, 극우 단체가 그렇게나 외쳐대는 '자유민주주의'의 본령을 훼손하고 있죠. 그들이 진짜 보수를 자처한다면 사실은 이재용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더 화를 내야 하지 않을까요?


출처 - JTBC


하지만 현실에선 숱한 기레기가 삼성에 충성을 서약하며 쓰레기만도 못한 기사를 쏟아냅니다. "이재용 구속으로 주가가 급락해 개미들 곡소리 나온다", "삼성 시가총액 28조가 증발해 개미들 눈물 흘렸다", "삼성이 망하면 서민도 망한다"는 식의 프레임 짜기에 열을 올렸습니다. 이런 주장은 당연히 헛소리입니다. 이재용 구속 당일 3% 넘게 내려간 주가가 하루 만에 반등했습니다. 증발했다던 28조도 다 회복됐지요. 사실 이재용 구속 당일은 코스피 전체가 2.3% 급락한 날이었기 때문이지 이재용 구속이 주가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분석이 합당합니다. 과거 이재용이 구속됐을 때 삼성 주가가 올랐던 것처럼 오너 리스크가 제거됐기 때문에 주가 면에서는 호재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과거 이건희가 심장마비로 쓰러졌을 때 오너 부재의 경영 위기란 말이 쏟아졌지만 아무런 탈 없이 주가는 오히려 올랐던 전례도 있죠.


출처 - 신안신문


이번 파기환송심의 삼성 이재용 뇌물, 횡령죄 판결은 3.5(징역 3년, 집행유예 5년)라는 단골 판결을 깨고 재벌 총수가 구속되는 형태로 끝맺음 됐다는 명분만을 남겼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우리는 이번 판결을 통해 언론과 사법부가 얼마나 썩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언론개혁, 사법개혁을 다시 외쳐야 하는 이유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삼성 승계에 관한 국민연금 재판에서는 더도 덜도 말고 상식적이고 법에 따른 판결을 요구합니다.

코로나19로 점철된 2020년을 보낸 뒤 희망을 꿈꾸며 시작한 2021년 새해 벽두부터 대한민국 국민은 머리가 띵해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뜬금없이 이명박, 박근혜에 대한 사면론이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가짜뉴스에 부화뇌동하는 태극기부대나 우리공화당, 보궐선거를 앞두고 극우 세력을 결집시키려는 국민의힘이 꺼낸 이야기라면 그냥 실소하고 넘기겠지만, 사면론을 거론한 이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였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새해 첫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신년 인터뷰에서 적절한 시기에 박근혜와 이명박의 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며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앞뒤 잘라먹고 보도한 기레기들의 가짜뉴스인 줄 알았으나 이낙연 대표는 사면론을 재확인하며 못을 박았죠. 박근혜와 이명박의 통절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애초 촛불혁명으로 성립된 정권의 전 국무총리로 일했고 현 여당의 대표가 박근혜와 이명박에 대한 사면을 거론한 것 자체가 부적절합니다. 이 대표는 반목과 대결의 진영 정치를 뛰어넘어 국민통합을 이루는 정치로 발전해가야 한다고 말하며 사면론을 거론했지만, 명백한 잘못을 저지른 이들이 용서를 구하고 자신의 죗값을 치르기도 전에 논란을 일으키는 사면을 화두로 꺼낸 것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유력 대권 후보로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던 때라 이낙연 대표는 일종의 정치적 승부수로 사면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되었는데요, 연초부터 지금까지 여야 모두에게서 비난을 받으며 사면초가를 자초했습니다.


출처 - JTBC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일부 찬동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대세는 반대하는 입장이었죠. 더구나 찬동하는 몇몇 사람들조차도 사면론을 꺼낸 타이밍이 좋지 않다며 시기상조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3일 소집된 최고위원들은 당사자 반성과 국민적 공감에 방점을 찍으며 사면론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은 더욱 분노했습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유튜브 중계 채널 채팅창에는 ‘이낙연 사퇴하라’ 등의 성토로 도배가 되기도 했으니까요. 그동안 이낙연 대표를 지지했던 국민의 실망감도 상당했습니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출처 - 한국공보뉴스


이낙연의 사면론에 동조하는 듯했던 국민의힘마저 이내 반발로 돌아섰습니다. 박근혜와 이명박의 '반성'을 조건으로 달았다는 게 이유입니다. 반성문을 요구하다니 전직 대통령들을 잡범 취급했다는 겁니다. 이들의 논리는 참 저질입니다. 도덕적으로는 물론이고 법적으로도 중형이 불가피한 죄를 지은 이들이 반성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사면이니 통합이니 하는 말을 꺼낸다는 것만으로도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인데 말이죠. 결국 논란의 불씨를 던진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지지를 상당 부분 잃고 말았습니다.


출처 - 리얼미터


이낙연 대표가 이런 정치적 무리수를 둔 데에 대한 세간의 비평 지점은 다양했습니다. 가장 많은 것이 재보선을 앞둔 정략이라는 것입니다. 이른바 선거에서 외연을 확대하고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한 포석이라는 건데요. 문제는 사면론을 꺼낸다고 중도층이 좋아할 것인지에 대한 근거가 희박하다는 점입니다. 박근혜와 이명박은 중도층에서도 현재의 불공정한 시스템을 만든 주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사면론으로 중도층과 함께 지지자들의 이탈이 가속되면 되었지 선거에 득이 될 리 없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입니다. 사면 발언 후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진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죠. 


출처 - 연합뉴스


한편 이낙연 대표가 사면론을 거론한 건 대권주자로서나 더불어민주당 대표로서나 그간 이룬 성과가 거의 없다는 조바심으로 인한 패착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국무총리 직은 훌륭히 수행했지만 당 대표라는 정치인의 행보를 볼 때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 건 사실입니다. 이와 별개의 분석으로 사면 문제라는 무거운 짐을 대통령과 나눠지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었으나 이는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사면을 생각하고 있었을 때 고려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대해 "지금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일축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선고가 끝나자마자 돌아서서 사면을 말하는 것은, 비록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긴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말할 권리는 없다”면서 "대전제는 국민들에게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로써 이낙연 대표의 사면론 발언은 최종적으로 악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이낙연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일축한 것에 대해 지난 18일 "대통령님의 뜻을 존중한다"라고 표명했습니다. 지난 19일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한 이낙연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의 입장을 언급하며 "연초에 국민 통합을 위해라는 조건을 붙여서 사면을 언급하셨는데, 일단 그 소신에 변함은 없으신지?"라는 질문에 대해 "대통령께서 여러 생각을 말씀하셨죠.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 적절한 시기에 진지한 고민을 하는 때가 올 수 있을 것이다, 대전제는 국민의 공감이다, 대통령님 뜻에 전폭적으로 동의합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출처 - MBC


앵커가 "그러면 대통령의 의중을 잘못 읽은 거 아닌가? 이렇게 해석이 또 가능하거든요"라고 반응하자 이 대표는 "거기에 대해서 더 말씀드릴 게 없습니다"라고 대응했습니다. 앵커가 다시 "정치적으로 좀 실점을 하신게 아닌가, 어떠십니까?" 하고 묻자 이 대표는 "예, 예. 많이 야단 맞았죠. 네. 그러나 어찌됐건 대통령님의 어제 말씀으로 일단 매듭지어졌으면 합니다. 그렇게 해야 옳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이 대표는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 "여러 가지 답답함이 있으셨을 겁니다. 저 자신의 흠결도 있었을 거고요. 또 국회에서 입법 각축을 하다 보면 욕심대로 안되는 답답함도 있지요. 그런 여러 가지가 종합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라면서 향후 정치적 행보에 관해서는 우선 앞에 놓은 일을 충실히 하는 것이 급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출처 - MBN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여론은 "현 정부에서 사면해선 안 된다"가 54%, "현 정부에서 사면해야"가 37%로 드러났습니다. 한편 전직 대통령 사면이 국민 통합에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평가는 "기여함"이 38.8%, "기여 못 함"이 56.1%로 드러났습니다. 이런 여론의 흐름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국민의 반응으로도 드러납니다. 미디어리서치가 20일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어떤 발언이 있었는지'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불가 31.1% 〉 부동산 안정화 실패 인정 21.5% 〉 아이와 맞지 않을 경우 입양아동을 바꾼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입양보호대책 필요 17.6% 〉 코로나19 백신 도입 빨랐고 물량도 충분 12.2% 등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출처 - 일요서울


일각에서 새해 벽두 사면론을 거론한 이낙연 대표를 전두환-노태우를 사면해준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에 빗대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낙연 대표는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박근혜나 이명박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이 아닐 뿐더러 과거의 정치적 사면이 현재 우리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전두환은 일말의 반성 없이 29만 원뿐인 재산으로 호의호식하며 잘살고 있죠.


출처 - 한겨레


현재 드러난 이야기들만 따져봐도 이명박은 국정원처럼 댓글 잘해야 한다며 다른 부처에도 여론을 조작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일을 직접 하달한 장본인입니다. 거짓으로 점철된 그의 정치적 행보는 자원외교, 4대강, 부자 감세, 원전비리 등으로 드러났고 MB 정권이 탕진한 국민 세금이 최소 189조 원이라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박근혜의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은 확정된 형이 징역 18년에 벌금 200억 원입니다. 그중에 과연 얼마를 냈을까요?


출처 - 연합뉴스

출처 - 뉴시스


박근혜의 세월호 7시간은 수많은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았고 최순실과의 부정 은닉 재산에 대해 한푼도 환수하지 못했습니다. 국정농단의 당사자들이 어떤 반성을 했습니까? 그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마당에 사면을 논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먹칠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얘기를 촛불을 들었던 국민이 용납하지 않습니다.


출처 - 장도리


연초부터 많은 혼란을 일으켰던 사면론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지난 발언은 많은 것을 환기시켜줍니다. 박 의원은 사면을 이야기하는 분들은 국민통합을 이유로 들고 나오는데 이는 맞지 않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국민 통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한 명은 명백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한 명은 재판이나 수사에 일절 협조조차 않으며 사법부 위에 자신이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런 사람들을 사면하는 것으로 어떻게 국민통합을 이끌어내겠느냐는 지적이었죠.


출처 - JTBC


박근혜를 탄핵하고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켰던 국민은 가장 필요한 개혁 1순위로 무소불위 검찰개혁을 꼽았습니다. 이를 위해 현재 더불어민주당을 180석 거대 여당으로 만들어준 것도 국민이었습니다. 추운 겨울 촛불을 들고 광장에 섰던 수많은 국민의 뜻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당신들이 누구에 의해 그곳에 존재할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선거와 당리당략 이전에 국민이 존재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한 스타트업이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1~2주 만에 큰 논란을 일으키며 서비스를 종료하고 말았습니다. 사람과 흡사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AI '이루다'입니다. 2020년 12월 23일 출시된 이루다는 대화를 나누다 보면 진짜 사람 같다는 입소문을 타며 열흘 만에 75만 명에 가까운 이용자를 모았습니다. 여기까지는 유니콘 스타트업 기업의 성공 사례로 보입니다만, 실상은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말았습니다.


출처 - MBC


처음 불거진 문제는 이루다의 혐오 발언이었습니다. 출시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이루다는 동성애자,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 발언과 인종차별적 언어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왜 흑인 싫어?”라고 물어보면 “징그럽잖아. 난 인간처럼 생긴 게 좋아.”라고 답하는가 하면 “지하철 임산부석”에 대해 질문하면 “혐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동성애자에 대해 물으면 “그거 진짜 혐오스러워. 질 떨어져 보이잖아”라고 답하는 등 아무런 필터링 없이 혐오 발언을 늘어놓았습니다.

 

출처 - 경인경제

 

챗봇 AI가 서비스 출시 초기에 혐오 발언을 늘어놓는 건 이루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IT 기업들도 과거 몇 년 사이에 같은 문제로 서비스를 접곤 했습니다. MS, 애플, 구글 등등 누구나 인정하는 대표 기업들이 말입니다. 챗봇 AI가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자식이 부모를 닮듯 AI는 인간을 보고 배우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AI는 인터넷에 만연한 인간의 잘못된 편견을 여과나 검증 없이 받아들인 탓에 AI가 내뱉는 말에 혐오와 편견이 투사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전에 생각비행에서도 인간의 편견과 안 좋은 면을 그대로 학습하게 되는 AI의 어둠에 관해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역습? 그보다 사람이 문제다!: https://ideas0419.com/736


이루다 역시 한국 사람들의 대화를 학습하고 이용자들이 가르쳐준 말을 적절한 여과 없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치 않은 혐오 발언을 쏟아내게 된 것입니다. 기계는 편견이 없어 사람보다 객관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의 AI는 인간이 양산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하고 진화하기 때문에 원천 데이터의 선별적 제공이 중요합니다. 아이를 부모와 사회가 계도해야 하듯이, AI도 초기에는 인간이 적절히 개입하면서 일종의 방향성을 잡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루다가 혐오와 차별적 발언을 쏟아내는 챗봇이 된 건 결국 인간의 영향이라는 얘기입니다.


출처 - MBC


그런데 이번 이루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루다가 학습한 빅데이터가 된 대화문들이 개인정보 유출과 무단 활용 등 불법, 편법적인 방법으로 생성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루다를 서비스하던 스타트업 기업인 스캐터랩은 이루다 이전에 ‘연애의 과학’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서비스명처럼 연인들끼리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넣으면 연인과의 친밀도를 알아보는 심리 테스트를 제공하는 앱이었죠. 이 서비스에 메시지 텍스트 파일을 분석하며 수집된 개인정보를 활용한다는 고지를 하긴 했으나 AI 서비스 개발 등에 활용하겠다는 동의를 구하는 절차는 없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가능성이 큰 부분입니다. 이렇게 연애의 과학 서비스를 통해 모은 연인 간의 카톡 대화 내용이 무려 100억 건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수집된 막대한 연인들의 카톡 대화 내용을 아무런 보안 없이 회사 내부에서 불특정 다수가 돌려보고 이루다에 적용된 대화 중 일부는 필터링이나 삭제 과정 없이 연인들끼리의 대화나 계좌정보, 개인정보를 특정할 수 있는 문장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입니다. 스캐터랩은 사과문을 통해 알고리즘으로 비실명화 처리된 정보를 AI에 주입했으며 개인 정보가 유출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죠.



출처 - 서울신문


사용자들이 이루다에 특정 대학교 동아리 이름을 물어보면 동아리에 가입한 멤버 이름과 학과를 이야기했고, 연인이 갔던 모텔의 이름, 특정 개인의 이름과 주소, 계좌 정보를 물어보면 이루다는 관련 정보를 술술 불었습니다. 데이터가 최소한의 비실명화 처리도 되지 않은 채 수집된 카톡 내용의 정보를 날것 그대로 내보낸 사실을 보면 애초에 이루다가 AI가 맞긴 한 건지조차 의심스러운 정황입니다. 이루다가 이렇게 내보낸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규정하는 개인정보에 해당하며 예금주명이 포함된 계좌번호, 특정인의 집 주소 등이 이루다의 대화를 통해 유출됐다면, 이는 제3자에게 동의 없이 제공한 불법 행위가 됩니다. 심지어 퇴사한 전 직원은 엑셀로 정리된 카톡 내용 중 성적인 대화나 농담 등을 사내에서 돌려 읽으며 낄낄거렸다고 폭로하기조차 했습니다. 스타트업 사업을 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윤리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출처 - 아주경제


이번 이루다 챗봇 사건을 통해 드러난 문제는 우리 사회에 AI 윤리에 대한 기초적인 정립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는 AI를 만들고 학습시키는 기업은 물론이고 소비자들의 윤리적인 소비와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개인정보의 무단 수집, 무단 유용, 유출 그리고 AI 학습 과정에 대한 무능함 등 이루다 서비스는 기업이 AI와 관련해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은 거의 다 저질렀습니다. 한편 소비자들이라고 다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애초 데이터의 토대가 되는 카톡 대화 내용을 기반으로 이루다가 이런 혐오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면 평소 사람들의 대화에 문제가 많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죠. 


출처 - 경향신문


다른 한편으로 이루다 서비스 시작 후 AI를 학습시키는 사람들의 비뚤어진 자세도 큰 문제입니다. 일부 남성들은 이루다가 여대성 콘셉트의 AI 챗봇이라는 걸 알고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루다 노예 만드는 법’, ‘이루다 성노리개 만들기’ 등등 입에 담기도 역겨운 방법을 공유하며 이루다를 망가뜨리는 데 앞장서기도 했습니다. 인간만이 아니라 AI마저도 성 착취의 대상으로 이용하려 한 겁니다.


출처 - MBC


결국 AI에 관한 법적인 정비, 제도 개선, 일반의 인식 개선 등 전방위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뉴욕시 의회는 AI 알고리즘이 성별, 인종 등의 이유로 채용자를 차별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이 AI를 활용해 사람을 평가할 경우 어떤 AI 모델과 SW를 활용했는지 평가 당사자에게 알려야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AI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계획입니다. 이 법에는 AI 모델과 SW를 판매하는 회사가 성별, 인종 등 각종 차별없이 공평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매년 정부와 전문기관에 데이터와 알고리즘 관련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출처 - 전자신문


우리나라도 이루다를 둘러싼 윤리 논란이 증폭되며 방송통신위원회가 AI 이용자를 보호하고 책임소재, 권리구제 절차를 포괄하는 법 체계 정비에 나선다고 합니다. 앞으로 얼마나 구체적인 법과 제도 정비가 이루어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이루다 서비스는 제작사의 사과문 발표와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률 위반 조사에 들어가며 지난 12일부터 운영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당연한 일이죠. 현재 존재하는 차별금지법에는 사람이 사람을 대할 경우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AI 윤리는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대단히 중요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해 AI 윤리 확립에 지혜를 모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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