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 시위 진압 vs 미 하원, 홍콩 인권 민주주의법 통과

홍콩 시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일 신 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을 맞아 베이징은 사상 최대 열병식을 펼치는 등 축제 분위기가 완연했습니다. 반면 홍콩은 송환법 반대 여론으로 촉발된 자유 홍콩 시위가 벌어져 중국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시민들의 항의를 피해 실내에 숨어 진행된 홍콩 오성홍기 게양식에서는 매튜 청 홍콩 정무부총리가 "급진적인 시위대가 불법 집회와 파괴로 법과 질서를 심각하게 파괴했다"면서 시민들의 시위를 맹비난했습니다. 이른바 위대한 중국의 앞날에 홍콩이 먹칠을 하고 있다는 투였습니다. 반면 지난 8월 3일(현지 시각) 홍콩 시위대가 오후 5시 40분쯤 홍콩 부두의 국기게양대에 걸려 있던 오성홍기를 끌어내려 바다에 내던진 일이 있었죠. 시위대 2명이 한자와 영어로 '홍콩 독립'을 새긴 깃발을 들고 국기게양대 옆에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홍콩 정부와 시민들의 시각이 극명하게 갈리는 대목입니다.

 

국민일보

한편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해온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10월 1일 국경절에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시작해 센트럴까지 행진하는 대규모 시위를 계획했지만 경찰에 가로막혔습니다. 민간인권전선은 실내에 숨어 중국 국경절 국기게양식을 하는 홍콩 정부 수반들을 향해 톈안먼 유혈진압 희생자, 중국 인권 운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지만 투옥돼 사망한 류샤오보 등을 거론하며 지난 70년간 국가의 폭압으로 수많은 이들이 희생됐으므로 오늘은 국경절이 아닌 애도의 날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경찰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수만 명이 모인 자유 홍콩 시위대는 "독재정치를 끝내고 시민에게 권력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습니다. 이때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홍콩 췬완 지역에서 경찰이 시위 참여자에게 실탄을 쏴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죠. 피해자가 고등학생인 18세 남학생으로 드러나 충격이 더했습니다. 시위 참여자가 경찰의 실탄을 맞은 일은 홍콩 시위 시작 후 처음입니다. 이날 경찰의 6차례 실탄 발사로 시위대의 부상자는 51명에 달했으며 가장 어린 부상자는 11살, 최고령 부상자는 75살이었다고 합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양한 홍콩 시민들이 시위에 나섰는데, 홍콩 경찰은 자신들이 지켜야 할 시민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폭력을 휘두른 셈입니다.


 

출처 - MBC


중국 공산당 권력의 주구가 된 홍콩 경찰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MBC 인터뷰에 의하면 홍콩 경찰이 여대생을 성적으로 유린했다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경찰이 수색을 빌미로 여성의 몸을 성희롱하듯 더듬었고 화장실에서 문을 열어둔 채 용변을 보게 했다고 하죠. 옷을 벗으라는 명령에 따라야 했는데 경찰들은 시위하는 여성들을 바퀴벌레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심지어 처음으로 경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는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이었다는 폭로까지 나왔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친 중국파의 선동으로 되레 성폭력을 당한 시위대의 신상이 인터넷에 퍼졌습니다. 이들은 하룻밤에 얼마냐는 스팸 전화 등으로 2차 가해를 받고 있습니다. 피해 당사자들은 24시간 공포에 시달리며 학교에 숨어지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도 모자랄 판국인데 피해자들이 오히려 공포에 떨며 도망쳐야 하는 현실은 곧 중국의 인권 의식 수준을 방증하는 잣대가 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안타깝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의문사를 당한 시위 참여자가 발견된 일도 있었습니다. 홍콩 민주화 요구 시위에 활발하게 참여했던 15세 여학생 천옌린이 지난 달 22일 익사체로 발견되었죠. 수영대횡서 상을 받았을 정도로 수영 실력이 뛰어났는데, 옷이 모두 벗겨진 채로 발견되자 자살 가능성은 낮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살해하여 바다에 유기했을 것이란 심증이 굳어지는 상황입니다. 이런 사건 때문에 시위대에서는 홍콩 경찰이 여성 시위자를 성폭행한 후 살해해 바다에 버렸다는 소문이 나오기도 합니다. 시위대는 진실을 규명할 것을 요구했지만 경찰과 학교 측은 자살이라며 편집된 CCTV만을 내놓았을 뿐입니다. 시위대가 영상의 원본을 요구하자 경찰은 영상 제공을 거부했습니다. 23년 경력의 베테랑 법의학자는 경찰의 설명에 부실한 점이 많다면서 정확한 사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천옌린의 시신은 지난 10일 화장돼 진실은 미궁으로 빠져버렸습니다.

 

출처 - 국민일보

 

홍콩의 상황을 주시하며 기시감이 듭니다. 지난 세월 우리가 겪은 군사독재 정권과 그 주구들이 시민들에게 가한 폭력 행태와 빼다 박은 듯하기 때문입니다. 희생자의 죽음에 대한 성의없는 변명까지 똑같습니다. 시위에 참여하다 의문의 익사체로 발견된 천옌린은 4.19 혁명 당시 고 김주열 열사를 떠오르게 합니다. 과격 시위를 조장하는 경찰 프락치와 총기를 앞세운 공권력의 폭압과 성폭력은 우리나라의 어두운 시절에 수도 없이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출처 - JTBC


지난 16일은 그런 현대사의 어두운 통로를 빠져나갈 수 있게 해준 여러 항쟁 중 처음으로 국가기념일로 치러진 부마항쟁 40주년 기념식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부산 시민 항쟁이 마산으로 확산된 출발점이었던 경남대학교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부마항쟁 피해자들에게 사과했습니다. 부마항쟁에서 자행된 독재정권의 국가폭력에 대해 대통령이 처음으로 사과한 것입니다. 이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은 가해자의 책임 소재 규명과 피하재의 명예회복, 보상에도 힘을 쏟겠다고 했습니다.


출처 - MBC


우리가 4.19 혁명과 부마항쟁, 5.18 민주화운동, 6월 항쟁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고 국가 수반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은 것처럼, 홍콩도 그런 날이 속히 오기를 희망합니다. 자유 홍콩을 염원하는 시위의 결실일까요, 이날 미국 하원은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의 홍콩 인권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홍콩 경제적 특별지위 지속을 홍콩 자치 수준과 결부시키기도 했으며 홍콩에 최루탄 수출을 금지하고 홍콩 시위를 지지한다는 결의안을 함께 통과시켰습니다. 상원에서도 법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MBC

 

반면 중국은 단호한 반격에 나설 것이라며 분개라는 표현까지 써서 경고했습니다. 홍콩 시위대는 법안 통과 직후 "민주주의의 승리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홍콩 시민의 어려운 투쟁에 전 세계가 화답했다"고 자평했습니다. 어두운 터널이라도 출구는 있고 독재정권도 끝이 나기 마련입니다. 홍콩 민주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열의에 변함없는 지지를 보냅니다.

댓글(2)

  • 2019.10.17 15:56 신고

    끝내는 시민들이 승리할 것입니다.

    • 2019.10.18 08:23 신고

      네. 그렇게 믿습니다.
      하지만 지난 6월 초 홍콩에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후 해외 이주 문의가 14배나 급증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민주화의 열망마저 소시민의 몫으로 남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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