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논란, 무엇을 남겼나?

지난 9월 9일 조국 전 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장관 임명식 대국민 메시지를 '임명'과 '철회' 두 가지로 준비할 정도로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고 하죠. 대통령이 "자칫 국론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을 만큼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이슈는 지난 한 달간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야말로 폭풍의 눈이었습니다. 

 

출처 - 뉴시스


합의된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자유한국당의 제동으로 한 차례 무산된 이후 겨우 열린 청문회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실질적 검증이 아니라 자녀 입시에 대한 소모적 논란을 키우는 자리였습니다. 조국 물어뜯기는 배우자 기소를 계기로 절정에 이르고 있습니다. 검찰은 조 후보자의 배우자가 딸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하는 데 관여한 혐의가 있다며 당사자에 대한 조사 한 번 없이 청문회 종료 1시간 전에 서둘러 기소했습니다. 이와 같은 재빠른 기소로 검찰은 조국 임명을 어떻게든 저지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습니다. 과연 이런 지시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조 후보자 청문회 당시 검찰의 발 빠른 대응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조차 비판하는 목소리는 분명히 있습니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윤모 검사의 고소장 위조는 경징계 사안에 불과하다며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검찰과 사립대 교수의 사문서 위조 사건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조사 없이 기소한 검찰이 별개인가 싶다'면서 '어떤 사건은 1년 3개월이 넘도록 뭉개면서 어떤 고발장에 대해선 정의를 부르짖으며 특수부 화력을 집중해 파헤친다'고 하며 '역시 검찰공화국이다 싶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또한 검찰 내부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던 서지현 수원지검 부부장검사도 본인의 페이스북에 '저는 실체를 전혀 알지 못하지만 유례없는 신속한 수사 개시와 기소만으로도 그 뜻은 너무나 명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출처 - 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서지현 검사 페이스북


견제책 없는 검찰 권력이 '수사로 정치한다'라는 비판을 늘 받아왔습니다. 이 때문에 조국 법무부 장관은 이전부터 일관되게 검찰 개혁을 주장해왔죠. 조 장관은 취임식에서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 개혁을 시민들, 전문가들과 함께 완수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법을 통한 검찰 권력의 분산은 근본적인 검찰 개혁으로 이어집니다. 기존에 갖고 있던 권력이 줄어드는 개혁 과정에 대해 검찰의 저항은 지금보다 더 극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조국 가족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은 언론입니다. 인터넷에서는 한동안 이런 주장이 나돌 정도였습니다. 조국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며 3주간 적게는 70만 건, 많게는 118만 건의 기사가 쏟아져나왔다고요. 청문회에서도 이런 얘기는 이슈가 되어 "세월호가 24만 건,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11만 9000건의 기사가 났었는데 국가의 재난이나 존망이 걸린 기사보다 10배나 기사를 쏟아내는 게 과연 맞는 일이냐"는 것이 화제였죠. 표창원 의원실은 언론보도의 과도함을 지적하며 다음과 같은 도표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표창원 의원실

 

사실 조국 관련 기사가 118만 건이라는 집계는 문제가 있는 오류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객관적인 수치를 봐도 같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의혹에 대한 기사량의 차이는 심해도 정말 심합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국정농단 당시 대통령권한대행까지 했으며 현재 제1야당의 대표로서 어제 삭발까지 한 황교안의 경우 임명되었을 때부터 한 달간 나온 기사는 3000건이 채 안 됐습니다. 반면 조국은 2주 동안에만 무려 2만 4000여 건의 기사가 났죠. 더 막중한 자리를 거치고 큰 권한을 가졌던 황교안 권한대행의 한 달 치 기사량이 조국의 하루 치 기사량에 불과할 정도로 차이가 난 이유는 과연 무엇인지, 언론이 이토록 힘을 다해 조국 관련 의혹 기사를 쏟아낸 저의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아시다시피 황교안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시절 튀어나온 의혹이 만만치 않게 많았습니다. 하지만 의혹 검증과 관련된 논란을 떠나 언론의 심각한 문제는 조국 후보자의 정책 검증 기사가 전체 기사의 2%도 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놓고 볼 때 과연 언론이 시민의 눈과 귀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걸까요? 아니면 황색 언론처럼 기레기질로 시민의 눈과 귀를 막고 관음증을 불러일으키는 데 열심이었던 건 아닐까요? 법무부 장관 자리가 그토록 중요한 자리로 생각했다면 자녀를 둘러싼 의혹이 아닌 후보자의 정책 검증에 더 집중된 취재가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출처 - 연합 뉴스

 

언론의 이런 보도에 대해 〈저널리즘토크쇼J〉 출연자인 정준희 교수는 "의혹을 다른 언론사가 던지면 그 의혹을 더 키우는 방식으로 왜 언론사들은 행동할까라는 합당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거든요. 그게 쉬워서예요. 그러니까 거기에 대한 답을 마련하는 건 두 가지 부담이 생깁니다. 하나는 사실 검증에 책임이 생기고요. 사실이 검증됐을 때 어? 의혹이 해소되는 답이 나왔다? 그럼 뭐예요? 정치적으로 '쟤는 편드네'라는 식으로 낙인이 찍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낙인을 회피하는 방법은 다른 의혹을 자기들이 새로 던지거나 의혹을 키우거나 하는 방식으로 행동을 하는 거예요. 이게 마침 언론이 현 집권 세력에 대해서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일종의 알리바이를 만드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되는 방법이거든요. 즉 책임도 회피하고 언론의 독립성이라는, 비판성이라는 알리바이도 만들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검증이라는 이름 하에 남의 질문에 답을 스스로 하지 않는 그런 방식으로 행동하는 게 나오는 거죠"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식의 행동을 하는 언론이 과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출처 - 저널리즘토크쇼J

 

KBS-한국리서치 9/10~11 양일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해 "잘못했다"는 응답이 51%, "잘했다"는 응답이 38.9%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반면 조 장관이 언급한 검찰 개혁 필요성에 대해 57.7%가 "공감한다"라고 답했고, 공감 "안 한다"는 응답은 37%였습니다. 언론이 엄청난 기사량으로 때려댄 결과 명확하게 밝혀진 의혹이 없는 조 장관에 대한 여론의 이미지는 부정적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하지만 동시에 많은 국민이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인지하게 됐습니다. 이런 여론을 밑바탕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은 검찰이 더는 '견찰'이란 소리를 듣지 않도록 개혁의 물꼬를 트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조국 대란으로 드러난 청년들의 분노가 상징하는 대한민국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조국 개인은 물론 기득권층, 정치인, 언론인 모두가 나서서 총체적인 변화를 논할 때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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