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사·보임 내홍과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난 24일 일반인이 생전 처음 보는 단어가 인터넷과 뉴스를 도배했습니다. ‘사·보임’이란 말입니다. 국회의원들은 국회 상임위나 특별위에 소속돼 있는데요, 소속됐던 한 위원회를 그만두고 다른 위원회를 맡는 것, 즉 사임하고 보임되는 것을 사·보임이라고 합니다. 스포츠로 비유하자면 일종의 선수 교체나 대타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출처 - SBS


사·보임이라는 낯선 단어가 튀어나온 건 선거제와 공수처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때문입니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인 바른미래당의 오신환 의원은 여야 4당의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합의안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이 경우 의결 정족수 미달로 기껏 합의한 패스트트랙이 무산되고 맙니다. 이 때문에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오신환 의원을 설득하려 했으나 실패한 탓에 채이배 의원으로 사개특위 위원을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사·보임이라는 단어가 언론 기사에 오르내린 겁니다. 원천 반대 입장인 자유한국당을 차치하고 바른미래당의 내홍으로 패스트트랙 문제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사정은 일전에 생각비행에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공수처 기소권, 수사권 분리하자고? 누구냐 넌? : https://ideas0419.com/938

 

선거제 개혁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안,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이렇게 여야 4당이 함께 추진해온 법안들로 23일 각 당의 의원총회에서 일제히 합의안을 추인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장외투쟁을 운운하며 국회무력화에만 힘을 쏟을 뿐 아무런 일을 하지 않고 있어서 빠져 있습니다.


출처 - JTBC


다른 당들은 문제가 없었지만 바른미래당은 이 문제로 내홍이 극에 달했습니다. 일단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계열에서는 추인하는 쪽으로 기울었지만, 유승민과 안철수 계는 극렬히 반대했습니다. 이 때문에 4시간이 넘는 마라톤 의원총회를 이어가며 격론을 벌인 끝에 표결에 부쳤는데요, 찬성 12명 반대 11명으로 한 명 차로 패스트트랙을 추인하기로 가결됐죠. 이 때문에 평소 자유한국당 바라기였던 이언주는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유승민과 안철수 쪽에서는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계 제출을 육탄으로 저지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도부에 대한 불신임 의총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바른미래당 일부와 자유한국당은 선거제 개혁도 공수처도 싫다는 입장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정개특위 심상정 위원장은 여야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편안을 대표 발의하며 패스트트랙 지정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이렇게라도 통과시키려 했던 공수처 설치안은 기계적인 4당 간의 합의라는 복잡한 셈법 때문에 결국 반쪽 공수처가 돼버렸습니다. 검사, 판사, 경찰, 경무관급 이상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수사권은 물론 기소권도 갖게 되지만, 원래 포함됐어야 할 국회의원과 대통령 친인척 등은 수사권만 들어가고 기소권은 기존 검찰이 갖게 됐습니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하면 공수처가 법원의 판단을 다시 구하는 재정신청이라는 장치를 두는 정도입니다.


출처 - 뉴스1


청와대는 공수처의 절충안이 아쉽지만 설치 자체에 의미를 두고 찬성의 뜻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은 반쪽짜리가 된 절충안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고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소권에 대한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2020년 공수처가 설치된다면 가장 핵심이 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공수처가 자신을 기소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회의원만 쏙 뺀 절충안을 보면 공수처를 어떻게든 저지하려는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은근슬쩍 묻어가려는 국회의원들의 추악한 욕망이 너무나도 투명하게 드러납니다. 부정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처리 때도 국회의원만 쏙 빼더니 국회의원들은 셀프 면제를 이제는 당연한 권리처럼 주장하려 합니다. 참 가관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선거제 개편과 공수처 설치 등 반쪽짜리로나마 겨우겨우 패스트트랙에 태웠지만 앞길은 무척 험난합니다. 자유한국당은 장외투쟁이라는 명목으로 국회를 다시 개점휴업 상태로 몰아넣고 민생까지 올스톱시킬 태세입니다. 패스트트랙이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 표결에 부쳐지더라도 부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내년 4월이 총선이기 때문에 지역구 생각에 각 국회의원의 동상이몽이 표결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출처 - 경향신문

 

앞서 말씀드린 생각비행의 기사처럼 국민의 뜻은 분명합니다. 민의와 투표수가 좀 더 정밀하게 반영되는 국회를 만들고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가진 공수처를 설치하라는 것입니다. 국민의 뜻을 대의하는 국회의원이 아니라면 입법부의 존재 의의가 무엇인지 궁금해질 지경입니다. 연일 장외 투쟁으로 민생 챙기기에 관심이 없고, '종북' '공산당' 운운하며 역사의 시곗바늘을 되돌리려는 자유한국당 같은 수구 세력이 대한민국에 설 자리는 없습니다.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을 꾸릴 생각은 안중에도 없고 주말에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궁리에 바쁜 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에서 어떤 심판을 받게 될지 자못 궁금해지는군요.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이 다시는 정치판에 얼씬도 못 하게 투표로 일벌백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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