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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정준영과 김학의 성매매와 성접대로 서로를 겨누는 경찰과 검찰

by 생각비행 2019. 3. 21.

일개 도박 사건과 입시 부정 사건이 국정농단이라는 헌정 초유의 일로 밝혀졌던 것처럼, 클럽 앞 폭행 사건으로 시작된 버닝썬 사건이 게이트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한류의 일익을 담당했던 아이돌 그룹이 성매매를 사주한 포주였고, 이들을 단속했어야 할 경찰 또한 유착했으며, 그 과정에서 나온 경찰'총'장이라는 단어로 인해 경찰과 검찰이 서로의 추악한 성범죄 카드를 들추는 데스매치 국면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전 정권의 청와대까지 줄이 닿아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의혹들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 SBS


단순 폭행 사건이 발생한 장소인 줄 알았던 버닝썬이란 클럽은 빅뱅의 승리가 운영하는 곳으로 방송에 나올 정도로 유명했습니다. 그런데 그 승리가 정준영을 비롯한 다수의 연예인과 단톡방에서 마약과 성폭행, 성매매 등을 얘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정준영은 직접 찍은 불법 동영상을 텔방에 올리는 범죄까지 일으켜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그들의 뒤를 봐준 경찰 고위급 인사가 등장하면서 이 사건은 게이트에 가까운 사건으로 변모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경찰총장이라 불린 윤 총경은 승리와 그 동업자인 유리홀딩스 대표와 더불어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근무 당시에 골프를 치는 등 친밀한 사이였다고 합니다. 이런 정황은 이번 사건이 전 정권의 또다른 게이트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국정농단 특검 당시 최순실 건물에 승리의 소속사인 YG가 있었던 점이나, 그 이전 YG 연예인들의 마약 사건과 이에 대한 무마, 네이버가 YG에 1000억이나 되는 돈을 투자하고 대표의 아들이 YG 자회사 소속이라는 사실 등이 의혹으로 등장한 적이 있었죠.


출처 - SBS


2016년 정준영의 불법영상 촬영 사건이 불거질 당시 경찰이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정준영 카톡을 제보자에게서 받은 권익위는 경찰의 압수수색을 피해 한밤중에 대검찰청을 찾아가 자료를 제출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대로 자료를 경찰에 넘기면 그때처럼 경찰 고위급 인사가 걸려 있는 사건인 만큼 경찰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을 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출처 - JTBC


검찰이 칼을 빼들자 경찰은 검찰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외 유력 인사들의 성접대 영상 카드를 대책인 양 꺼내들었습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조사 중인 김학의 성접대 의혹 사건에 대해 국회 행안위에서 "별장 성접대 의혹 영상에서 김 전 차관의 얼굴을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 사건은 당시 경찰이 특수강간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을 송치했지만 검찰이 불기소한 사건입니다. 최근 보도에는 법무부뿐 아니라 당시 그 별장에 전·현직 군 장성들까지 함께 있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고위층이 두루 얽힌 이 인신매매에 가까운 성접대 사건을 불기소한 이는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입니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은 버닝썬 사건이 확대되는 건 자유한국당을 때려잡겠다는 정권의 음모라며 도둑이 제 발 저리는 소릴 하고 있죠.


출처 – SBS


경찰과 검찰이 추잡하기 짝이 없는 성접대 사건으로 서로를 겨누는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접대와 남성들의 문화라고 포장된 강간문화의 민낯 말입니다. 버닝썬이나 김학의 사건은 불법 성매매, 마약류 유통, 공권력 유착 등 권력자들의 치부가 드러난 사건이면서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른바 성상납 ‘문화’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현실이기도 합니다. 남성들끼리의 성문화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응축해 보여줍니다. 비즈니스를 위해서라는 명목하에 성상납을 자행하고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불법 촬영물을 단톡방에 올리는 파렴치한 행위는 비단 권력자가 아닌 우리 일상에서 꿈틀대는 행태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단톡방의 성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2014년 대학가에서부터였습니다. 이른바 'SKY'라는 최고 학벌의 대학들부터 시작해 갖은 대학의 단톡방에서 여자를 품평하고 성희롱, 추행하는 톡들이 폭로되었죠. 2017년에는 현직 기자였던 남성 4명이 동료 여성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한 단톡방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한 대학생 연합 동아리에서는 경매라는 공지를 단톡방에 올려 같은 동아리 여성 회원들을 경매 대상으로 삼는 추태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출처 - SBS


이처럼 단톡방과 연루된 성폭력은 권력층, 연예계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 만연한 상태입니다. 프로젝트를 잘하기 위해, 팀 내 단합을 유지하기 위해, 큰 계약을 성사시켰거나 계약을 따내기 위해서라는 등등 갖은 명목으로 소위 '2차'를 외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연달아 터지고 있는 사건들을 특정 권력자나 유명인의 부패 문제로만 인식할 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왜곡된 남성들의 성문화에서 찾을 때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요?

 

출처 - 경향신문

 

나는 그런 일을 한 적 없으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라고 말할 때가 아닙니다. 비정상적인 성문화에 대해 이제 모두가 그건 틀렸다고, 더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해야 할 때입니다. 공수처 설립은 그 시작점이 되어야 합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도 있듯이, 권력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정상적인 성문화의 변화 같은 일상의 변화도 아울러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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