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보도

문 대통령 비난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거부하는 나경원의 속내는?

by 생각비행 2019. 3. 14.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한 발언의 후폭풍이 거셉니다. 지난 13일 오전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나 원내대표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2013년 박근혜를 아베와 함께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귀태 후손들이라 지칭한 홍익표 의원은 사과와 함께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바 있죠. 민주당은 물의를 일으킨 나 원내대표에게 사과와 아울러 당직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사실 이번 국회 내에서 한 연설 내용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출처 - 보배드림 베스트글

 

나 원내대표는 일본 자위대 기념행사에 참여한 자신을 친일파라고 비난한 시민을 고발한 바 있죠. 그런 본인이 정작 연일 망언을 쏟아내고도 버티고 있어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고 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근래 도를 넘은 나경원의 망언은 자신의 불안한 존재감을 어떻게든 타개하고자 하는 시도에 불과합니다. 자유한국당 내 나경원 리더십 한계론을 극복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계산적인 행동인 셈이죠. 보수의 연합을 꾀하여 살아남겠다는 의지의 발로라고 할까요?


출처 - 한국일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패착입니다. 국회 윤리위에 제소되었고, 여당은 물론 나머지 야당에게도 맹공격을 받고 있으니까요.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한 것도 한 이유이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나 원내대표의 입장 때문입니다. 지난 11일 나경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딱 하나, 대통령 마음대로 하고 싶은 나라를 만들고 싶은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한 이 내용인 담긴 선거법개혁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려놓을 경우 "의원직 총사퇴를 적극 검토하겠다"라는 무책임한 말도 내뱉었죠. 패스트트랙은 신속처리안건으로서 교섭단체 간 이견으로 법안 심사가 지연될 경우 소관 상임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최대 330일 후 본회의에 법안을 자동 상정하는 제도입니다. 당파 싸움에 찌든 국회를 어떻게든 돌려보겠다는 취지의 제도인 셈이죠. 그러나 '패스트'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거의 1년이 걸리는 제도입니다.

 

출처 - YTN 

 

지난 3월 11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나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담긴 선거개혁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려는 움직임에 거세게 반대하자 여야 4당의 비판이 자유한국당으로 쏟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민들은 패스트트랙에 올려 이참에 자한당 의원 총사퇴 좀 보자며 벼르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해 여야 5당의 합의를 깨고 비례대표 의석을 없애 국회 의석을 270석으로 감축하자는 개편안마저 들이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성난 민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원내각제 개헌 없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찬성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나경원은 17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사람인데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는 게 바로 이런 경우일 겁니다.


출처 - 노무현재단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나경원의 주장은 헌법의 기본 정신을 잊었거나 무시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고칠레오〉에 출연한 박주민 의원의 말대로 나경원이 주장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의원정수의 무한확대와 극심한 다당제를 초래하며, 의원정수는 300석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불문의 헌법 정신에 반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습니다. 제헌헌법에는 남쪽 인구가 대략 2000만 명 정도 되기에 국회의원은 200명 이상 돼야 한다는 표현이 있죠. 적어도 인구 10만 명 당 국회의원 1명은 둬야 한다고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헌법 정신에 따르면 인구가 증가할수록 국회의원 정수도 따라서 늘어나는 게 맞습니다. 또한 최소 200명이라는 하한 규정은 있지만 상한 규정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나경원의 비례대표제 폐지 발언과 의원수 축소 주장은 헌법 정신과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무시 혹은 무지를 드러낸 것입니다.


출처 - 한국일보


심상정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비례대표제를 폐지하자는 자유한국당의 선거제 개혁안은 선거제도 개혁에 어깃장을 놓기 위한 청개구리 안"이라며 패스트트랙을 빨리 하라고 등 떠미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패스트트랙 강행 시 자유한국당이 의원직 총사퇴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한 바에 대해 심 위원장은 "밀린 숙제하라고 하니까 자퇴서 내는 꼴"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한국당의 비례대표 폐지안은 헌법 위반이기도 합니다. 헌법 41조 3항에 비례대표제의 입법 명령 조항이 뻔히 있는데 사법고시를 본 판사 출신 나경원이 누더기 선거제도 개혁안을 들이밀고 있으니 헌법을 잊은 걸까요? 아니면 무시하는 걸까요? 

 

출처 - 노컷뉴스


대통령제를 유지한 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법을 개정하면 대통령 독재국가가 된다는 나 원내대표의 주장도 사실과 다릅니다. 프랑스 정치학자 뒤베르제에 의하면 1위만 뽑는 선거제도에선 유권자들이 사표를 의식해 소수정당을 뽑지 않게 되면서 양당제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했습니다. 나경원과 자한당의 주장과 반대로 현재 선거법으로는 여대야소 국회에서 대통령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출처 - 녹색당

 

지난해 여야 5당이 합의한 선거제도 개편 역시 대통령의 권한을 나누자는 취지를 담아 논의된 것이었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소수정당이 국회에 진입하는 문턱이 낮아지게 돼 다당제로 이어집니다. 양극화된 정치 지형을 개선하고 대통령과 여당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을 막으려면 하루빨리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여 선거제도를 개편해야 합니다.


출처 - 노컷뉴스


내 손으로 뽑을 수 없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폐지하는 것을 전 세계 선진국들이 시행하고 있다는 나경원의 주장 역시 거짓입니다. OECD 가입국 중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지 않는 곳은 5개 나라뿐입니다. 31개 국가는 비례대표제를 전면 도입하거나 한국이나 일본처럼 부분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직 도입하지 않은 5개국 내에서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결국 나경원과 자한당이 주장하는 비례대표 폐지와 제출한 선거제도 개편안은 헌법을 무시하며 비례대표 의원을 없애버리고 영남 위주의 지역구 의원을 늘려 자신들의 배만 불리겠다는 의지 표명에 불과합니다. 나경원의 망언과 자한당의 누더기 법안 제출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머지 여야 4당은 선거제 개혁 패스트트랙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선거제도의 핵심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뜻이 사표가 되지 않고 국회 구성에 정확히 반영되게 하는 것이겠죠. 조속히 선거제도를 개혁하여 내년 총선부터 민의를 정확히 반영하는 정당 구성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