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허가 취소로 무너지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3월 초 하늘을 뒤덮은 미세먼지만큼이나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이 개학 연기 투쟁이라는 미명하에 학부모들을 협박했기 때문입니다. 치킨집 운운하며 유치원이 자기네 사유재산이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며 개학 연기 투쟁이라는 어이없는 사태를 초래한 겁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하지만 한유총의 주장은 전제부터 틀렸습니다. 사립유치원은 학원 같은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입니다. 비영리법인은 수익을 남기면 안 되고 수익성으로 남는 금액은 규정에 따라 적립하거나 반환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유치원은 사립이지만 교육기관인 만큼 각종 공적 혜택으로 운영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니 교육과 아이를 볼모로 장사하지 말란 얘깁니다. 한편 한유총은 마치 국가가 사립 유치원의 땅과 건물을 몰수라도 하는 것처럼 주장했는데, 이 역시 말이 안 됩니다. 헌법은 사유재산을 당연히 인정합니다. 이에 따라 정부나 시에서는 유치원의 건물을 비우고 나가라고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교육기관이면 유치원에 들어가는 사업비와 학부모 납부금을 그 목적대로 쓰라는 것입니다. 유치원을 휘황찬란하게 짓겠답시고 은행에서 끌어들인 대출을 갚는 데 지원금을 쓰지 말고, 그 돈으로 명품 백이나 사치 여행을 다니지 말라는 겁니다. 그렇게 돈을 벌고 싶다면 법인 유치원이 아니라 개인사업자 학원을 차렸어야죠.

 

출처 - 세계일보

 

한유총 소속 유치원 원장은 심지어 급여 책정을 자기 스스로 했습니다. 자기 월급을 알아서 정할 수 있는 신의 직장에서 그것도 모자라 사유재산을 인정해달라고 난리를 쳤던 겁니다. 보통 원장의 보수는 공립교원 최고 호봉인 40호봉 481만 원보다 최소 2배 이상으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죠. 이렇게나 벌면서도 에듀파인을 도입하지 못하겠다고 배짱을 부렸던 건 결국 자기네 검은 잇속을 지키고 싶었다는 얘깁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맡긴 부모님들이 분통이 터지지 않고 배길 수 있었겠습니까?

 

출처 - 세계일보

 

거센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한유총이 매번 집단 휴원 사태를 초래하거나 이번처럼 집단 폐원이라는 실력 행사로 협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드러난 바와 같이 자유한국당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굳은 동맹을 바탕으로 유치원 3법을 이미 무산시킨 바 있죠. 자유한국당은 유치원 대란이 해결될 때까지 유치원 회계관리 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시행하지 말라고 요구했습니다. 대한민국을 망치는 일에는 자유한국당 적폐 세력의 손이 뻗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지난달 25일 한유총은 '교육부 시행령 반대 총궐기대회'를 열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자유한국당 정태옥, 홍문종 의원,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 등이 참석했죠.

출처 - 베이비뉴스

 

또한 지난 3월 2일 자유한국당은 "(교육부가) 밀어붙이기식 정책으로 사회 갈등과 혼란만 유발하고 있다"는 논평을, 지난 3일에는 "아이와 학부모를 볼모로 한 개원 연기라는 파국을 원하는 것은 정작 정부가 아닌지 궁금할 지경"이라는 논평을 내며 개학연기 사태의 원인이 정부에게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자유한국당의 뒷받침 속에서 한유총은 조폭처럼 자기네 지시를 따르지 않으려는 일부 유치원을 협박했습니다. 지난 4일 교육부에 따르면 한유총 지도부가 회원들을 향해 개학 연기에 동참하라고 강요, 회유한 정황이 드러났죠. '혼자 살겠다고 단체를 배신할 때 대가가 얼마나 쓴지 알게 될 겁니다'라며 조폭들의 협박 문구와 같은 내용을 들이밀면서도 정작 한유총 지도부는 개학 연기나 휴업을 개별 유치원이 스스로 결정한다며 오리발을 내밀었죠.


출처 - 경향신문


이처럼 안하무인인 한유총에 대해 교육 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 그리고 학부모 단체가 일제히 분노를 터뜨렸습니다. 학부모들은 그간 한유총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혹여 자기 아이가 피해를 볼까 두려워 혹은 생업이 너무 바빠 한 발 물러서 있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한유총의 기습적인 개학 연기 투쟁으로 그간의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에듀파인 도입 등 정부의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대책을 지지한다는 의견이 80%를 넘어 지난해보다도 더 높아진 것을 보면 이를 알 수 있습니다. 동탄에서는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이 대표로 있는 리더스 유치원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이 준비되기도 했습니다. 유치원을 상대로 한 학부모들이 법적 대응에 직접 나서는 사례는 더욱 늘어날 조짐입니다.


출처 - 뉴시스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관련부처도 한유총의 비정상적인 행태에 대해 강력한 단죄를 시작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전격적으로 한유총 설립 허가 취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한유총의 개학 연기가 실제 이뤄졌기 때문에 지난 3일 경고한 대로 교육청은 강제 해산을 결정한 겁니다. 한유총은 서울시 교육청의 허가를 받아 설립된 사단법인이며 민법 제28조에 따라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저지른 단체에 관해서는 주무관청이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결정을 한 이유는 한유총의 개학 연기 투쟁 등 단체 행동이 불법 행위이자 유아학습권을 침해하는 등 공익을 크게 해하는 행위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또한 교육부는 개학 연기 투쟁 들어간 유치원 239곳에 대해 한유총을 포함 공정위에 신고했습니다. 한유총의 무기한 개학 연기가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사업자 단체의 불법 단체행동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최대 사립 유치원 단체라는 한유총이 개학 연기 투쟁이라는 엄포를 놓았지만 개학을 실제로 연기한 유치원은 전체 대비 6.2%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앞서 한유총은 소속 유치원의 46%인 1500여 곳이 동참할 것이라 자신한 바 있습니다만, 결과는 참으로 초라했습니다. 개학 연기가 확인된 유치원 239곳 중에서 92.5%인 221곳은 자체돌봄 교실의 문은 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조차 하지 않고 아예 문을 닫은 곳은 전국에서 18곳 뿐이었죠.


출처 – 진실의 길


한유총의 무모한 협박질로 하루 동안 낭비된 행정력과 오도가도 못하는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갈팡질팡한 학부모의 마음은 큰 사회적 낭비로 이어졌습니다. 개학 연기 때문에 급히 편성된 긴급돌봄 서비스에 821명이 신청했지만 실제로는 308명이 이용했다고 하니 마지막까지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을 학부모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죠.


출처 - 뉴시스


개학 연기 투쟁 실패 이후 한유총의 결속력이 급격히 와해되는 모습입니다. 한유총 소속 대형 유치원들이 에듀파인을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속속 밝히고 있기 때문이죠. 교육부가 지난 8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를 보면 올해 에듀파인 의무 도입 대상인 원아 200명 이상 대형 유치원 571곳 가운데 473곳(83%)이 도입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한유총이 개학연기 투쟁을 벌인 지난 4일 이전에는 316곳(55%) 수준이었던 데 비해 나흘 만에 157곳이나 늘어난 셈입니다. 한유총의 개학 연기 투쟁을 계기로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퇴소시키고 홈스쿨링을 하는 학부모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유아교육에 대한 전문 지식과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부담 때문에 홈스쿨링을 시도하지 못했던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번 해보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출처 - 세계일보

 

강력한 여론의 반발과 행정처분 앞에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은 개학 연기 투쟁 하루 만인 지난 4일 사과와 함께 개학 연기의 무조건 철회를 밝혔습니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한유총은 강제 해산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사립 유치원 대표 단체라는 위상 자체를 잃게 생겼습니다. 아이와 교육을 볼모로 장난치면 국물도 없다는 교훈을 한유총을 비롯한 악덕 유치원들이 뼈저리게 느꼈길 바랍니다.

출처 - 경향신문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월 4일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을 신속하게 처리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습니다. 3월 임시국회는 개학연기 투쟁을 벌인 한유총을 향한 분노를 동력으로 국회 논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해처럼 유치원과 관련해 완강하게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유치원 3법은 사립유치원 개혁을 완성하는 의미를 지닙니다. 3월 임시국회에서는 꼭 결실을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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