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에서 반만년 이어진 대한민국이 단일 민족의 나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20세기를 지나 21세기를 맞이한 대한민국에서 단일 민족의 환상이 깨진 지 오래입니다. 국제간 교류가 활발해져 외국인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습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얼마 전에 있었습니다.
출처 – 서울대동초등학교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대림에 있는 대동초등학교는 올해 신입생 72명이 전원이 다문화 학생이라고 합니다. 서울에서는 첫 사례라고 하는데요, 대동초등학교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교생의 62.4%가 다문화 학생일 정도로 원래 다문화 학생 비율이 높긴 했지만 신입생 전원이 다문화 학생인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입학생 중 다문화 학생이 50.7%였던 걸 보면 매우 늘어난 겁니다.
출처 – YTN 유튜브
이는 중국 교포들의 선호와 한국 학부모들의 기피가 맞물려 일어난 현상으로 풀이됩니다. 중국 교포 사이에서 대동초등학교는 명문교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 교포 학생이 많은 편이어서 아이들이 적응하기 쉽고 이들을 위한 수업 환경도 다른 학교에 비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대동초등학교는 다문화 예비학교로 지정돼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한국어 특별학급이 갖춰져 있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다문화 학생이 많기 때문에 교포들이 안심하고 자식을 학교에 보낼 수 있다고 하죠.
한편 다문화 학생이 많다 보니 지원 정책과 학사의 초점이 다문화 교육에 맞춰져 있어 상대적으로 한국 학생들이 역차별의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한국 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전학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죠. 학교 현장에서도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의 초등학교인 만큼 우리나라 정규 교과과정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들 때문에 교사와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더운 날씨에 웃통을 걷어붙이고 나다니면 안 된다는 등의 문화적인 차이까지 반복해서 가르쳐야 하다 보니 하루하루가 입학식 같다며 피로감을 호소하는 교사도 많습니다.
중국 교포가 많은 영등포, 구로, 금천구의 초등학교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동초등학교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다른 학교에서 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가 많고 부담이 커 교사들이 다문화 학생이 많은 학교 근무를 꺼린다고 말합니다. 일각에서는 다문화 학생 쏠림 현상으로 이 학교들이 다문화 격리구역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죠.
출처 – YTN 유튜브
모든 선생님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누구보다 다문화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할 선생님까지 편견에 빠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머니가 베트남 출신인 전학생을 당연하다는 듯이 "야, 다문화!" 하고 부르는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한국어가 서툴러 숙제를 제대로 못 한 다문화 학생을 한국인 학생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선생님도 있습니다. 이는 비단 동남아시아나 중국 교포의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닙니다. 일본 전학생에게 일본놈, 쪽바리라며 모욕을 주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학부모들의 편견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일부 한국인 학부모들은 이주민 가정에 대한 편견으로 자녀들에게 외국에서 온 친구랑 가까이하지 말라는 주의를 주는가 하면, 학부모 정보 공유 단톡방에 외국인 학부모를 초대하지 않는 사례도 비일비재합니다.
출처 - 서울신문
다양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지만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아직도 편견에 빠져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차별을 하는 겁니다. 다문화라는 테두리 안에 사는 이주민들은 제도적인 차별보다 더 무서운 게 인식의 차별이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출처 - 서울신문
서울시와 시교육청은 지난해 영등포, 구로, 금천구를 묶어 교육국제화특구 지정을 추진했는데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닥쳐 무산됐습니다. 다문화 학생이 많은 특징을 살려 제2외국어 교육 강화 등 교육과정 자율성 부여를 하려고 했는데 특권 교육으로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주장에 밀려 무산된 겁니다. 글쎄요. 학교 구성원의 특성을 무시한 채 모든 아이가 똑같은 교육만 받게 되어 있는 현재 교육체계야말로 잘못된 게 아닐까요?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것을 계기로 학생들의 특성에 맞춰 이제는 개별적이고 자유로운 교육 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단군 설화를 보면 아버지인 환웅은 하늘에서 내려왔고, 어머니인 웅녀는 마늘과 쑥만 먹은 지상의 곰이었죠. 이런 이야기가 보여주는 게 무엇입니까? 천상계와 지상계의 조화이자 신, 인간, 자연이 어우러지는 이상적인 세상의 모습 아닐까요? 바야흐로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야 하는 세상이 열렸습니다.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이자 교육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실천한다면 더 좋은 다문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