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관함식이 필요한가요?

대한민국 군이 10년마다 한 번씩 개최하는 국제 관함식이 오는 10일 제주도에서 열립니다. 2008년에는 부산에서 열린 바 있죠. 관함식은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일종의 사열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관함식의 절정은 각국의 군함이 바다에 도열해서 주최국 함선에 예우를 표하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각국 군함들이 주최국인 대한민국의 태극기와 자신들의 국기를 달고 사열하는데, 일본 해군이 일본 국기인 일장기가 아닌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달겠다고 고집을 부렸기 때문입니다. 욱일기가 일본 자위대, 특히 해상 자위대의 군기 같은 것이라는 게 일본의 주장이었습니다.


출처 – SBS 유튜브


이번 관함식만이 아니라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은 피해국인 우리나라,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서는 욱일기나 욱일 문양이 종종 논란이 되곤 했습니다. 욱일기는 메이지유신 직후인 1870년 일장기가 국기로 지정되면서 함께 육군기로 지정된 깃발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햇빛이 뻗어 나가는 모습의 욱광을 배치했다 하여 욱일기라고 불렸으나, 이때를 기점으로 군기로 지정되고 일본제국이 한반도, 만주,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로 침략을 시작하면서부터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출처 - 위키피디아


상징성이나 역사적 맥락을 볼 때, 나치 독일이 사용해서 현재는 세계 도처에서 사용 자체가 불법이거나 금기인 하켄 크로이츠와 동급의 취급을 받아야 할 전범기이지만, 욱일기는 서구권에서 거부감이 크지 않아 문제가 불거집니다. 패전한 일본은 욱일기 사용을 잠시 중단했다가 1954년 자위대 창설과 함께 이를 자위대기로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켄크로이츠는 서구 열강의 반발이 워낙 거셌기 때문에 독일이 사용을 금지하는 법까지 명문화했지만 욱일기의 경우 서구 열강 사이에서 전범기라는 인식이 약해 국제사회에서 크게 문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며 일본은 연합국 점령 상태가 끝나 재무장을 시작했고 미국이 중국과 맞서는 상태가 이어지면서 점차 미국에서도 욱일기에 대한 반감이 줄고 인식 자체가 희미해졌습니다. 이 틈을 탄 일본 내 극우 세력들을 중심으로 욱일기는 공공연히 내세우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서구권과 달리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아시아 각국에서는 반감이 매우 큰 상황입니다. 중국은 2014년 칭다오에서 개최됐던 국제 관함식에 일본을 초청하지도 않았습니다. 욱일기를 달고 올 거면 오지도 말라는 강경책이었죠.


출처 - 서울신문


우리나라 외교부와 해군도 욱일기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처럼 초청을 취소해버리는 외교적 부담은 피하고 싶었나 봅니다. 각 국가의 군함은 치외법권 지역이라 일본 군함은 일본 영토 대우를 받습니다. 실질적으로 초청을 취소하는 게 아니라면 자기네 군함에서 뭘 하든 저지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군이 14개국 군함을 사열하는 좌승함을 일출봉함에서 독도함으로 바꾸는 안을 고려 중이라고 하자 일본이 존재를 부정하는 독도라는 이름이 붙은 함정에 경례해야 하는 상황을 용인할 수 없었기 때문인지 관함칙 참가를 포기하겠다고 통보해왔습니다.


출처 – JTBC 유튜브


결과적으로는 잘 마무리되었다지만 시민단체들은 욱일기를 달고 오겠다는 일본군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개천절을 맞아 열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1355차 수요집회에서도, 뒤이어 열린 청년들의 기자회견에서도 욱일기 반대의 한 목소리가 드높았습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주민회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종교단체 등은 의제를 더 확장해 '관함식'이라는 행사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2018 해군 국제관함식 반대와 평화의 섬 제주 지키기 공동행동은 제주의 군사기지화를 선포하는 해군 국제 관함식에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와 대화의 힘이 필요한 이 시대에 군사력을 과시하는 국제 관함식은 시대착오적이고 세금 낭비인 행사라고 밝혔습니다. 국제관함식은 평화의 섬 제주도를 해군기지로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세계에 인식시킬 것이라고 말입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앞에는 평화로운 제주 바다의 죽음을 상징하는 분향소가 차려졌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욱일기 사용과 일본의 우경화는 논란의 여지 없이 막아야 하는 게 맞습니다. 더 나아가 제주도에서 관함식 자체가 필요한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제주도의 아름다운 경관과 평화라는 가치를 미래 세대에 전하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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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 2018.10.08 23:58 신고

    일본이 전범기를 들고 오는게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습니다. 제 생각에도 관함식에 참석하고 싶으면 전범기가 아닌 그냥 일본기를 하고 오면 될텐데 말이지요. 굳이 그걸 하고 와야 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 2018.10.10 10:30 신고

      욱일기 관련 국민청원이 200건이 넘을 정도입니다. 욱일기를 일본 침략 전쟁과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보는 분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겠지요.

  • 2018.10.10 05:54 신고

    전범기 뿐만 아니라 관함식 자체의 존폐까지.. 생각해볼거리가 많은 거 같아요...!

    • 2018.10.10 10:41 신고

      예. 맞습니다.
      해군이 지난 3월 설명회에서 강정마을회에 ‘갈등 해소’를 위한 차원에서 관함식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강정마을회는 ‘해군기지로 인해 마을 갈등이 심각한데, 관함식 유치를 묻는 것 자체가 또다시 찬반 갈등을 불러올 것’을 염려하며, 국제 관함식의 ‘대규모 군함의 정박으로 인한 어장 오염’과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로 제주도가 군사기지의 섬으로 낙인찍힐 것’을 우려해 관함식 유치 반대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관함식인지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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