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반대 27] <비념>이 포착한 제주의 아픔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어제 오후 7시 30분 홍대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비념> 상영회가 있었습니다.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가 주최한 행사에 70여 명의 관객이 참여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관람한 뒤 임흥순 감독의 인사말씀을 듣고 강동균 강정마을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되었습니다.  

비념 홍보용 전단

임흥순 감독이 만든 <비념>은 어떤 다큐멘터리일까요? 전단을 보니 이렇게 설명되어 있군요.

<비념>은 4.3의 진실을 설명하고자 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또한 강정의 현실을 주장하려는 영화도 아닙니다. <비념>은 4.3사건으로 희생된 제주섬과 제주사람들에 관해 읊조리는 작은 기도, 혹은 가만가만 부르는 치유의 노래입니다. 기존 다큐멘터리처럼 서사와 인물에 기대어 관객을 설득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보다는 공간, 사물의 움직임, 바람 부는 풍경, 곤충과 동물 같은 생명들을 보여줌으로써 은유와 상징을 통해 제주의 슬픔에 다가갑니다.

임흥순 감독은 오래 전부터 제주도가 아름다운 광광지면서 동시에 실은 거대한 무덤이고 치유되지 못한 영혼들의 땅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리하여 <비념>의 이미지들은 제주도에 대해 우리가 만들어낸 낭만의 풍경이 아닌 현실에 밀착되어 있는 실제 풍경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명료하게 나눠진 빨강과 파랑의 지난 시대 이념의 색깔도 <비념>에서는 감귤의 주황색으로 곱게 영글고, 푸른 숲에서 따온 녹색으로 따뜻하게 감싸 안습니다.

<비념>은 임흥순 감독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제주섬을 오가며 마음을 벼리고, 2년 4개월 동안 카메라에 제주 구석구석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묻힌 역사와 기억들과 나무와 돌과 바람과 숲을 담았습니다. 바람 한 점, 돌멩이 하나에도 제주섬의 오랜 한숨과 깊은 설움이 묻어 있음을 예민하게 느꼈던 까닭입니다. 더불어 <비념>은 4.3 당시를 기억하는 분들의 이야기와 강정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묘하게 맞닿아 반복되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발견합니다. 4.3은 유령이며, 동시에 강정으로 반복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인 실체입니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4.3의 영혼들과 아물지 않은 기억을 '애도'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비념>이 그러한 간절한 마음, 숨겨진 마음을 불려내는 요령(방울)이었으면 합니다.

1948년 4.3과 2013년 강정을 최초로 함께 다룬 다큐멘터리를 찍은 임흥순 감독은 관객에게 제작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4.3이 어떻게 보면 현재로서의 강정마을로 보여졌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 두 가지를 왜 하느냐 이렇게 얘기하셨지만 제가 봤을 때는 제주 4.3 같은 경우가 제주 과거의 일이라면 강정마을 같은 경우는 제주의 현재 모습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걸 빼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결과적으로 4.3을 이야기하는 것도 현재 제주의 모습을 이해하려고 한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현재가 더 중요한 부분이 있죠. 어쨌든 4.3으로 시작을 해서 강정마을까지 갔지만 더 깊이 있게 들어갈 수 없었던 지점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들로 해서... 이 영화가 매개가 되어서 많은 부분, 또 많은 분들, 또 많은 분야에서 또 다시 현재 제주의 현재를 좀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임흥순 감독, 인사말씀 중에서

이후에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세 번째 파일에는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시는 이유가 4.3 때 안 좋았던 기억들 하고 절차의 타당성에 대한 의심 그 두가지 때문인가요?"라는 관객의 질문에 대한 답변도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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