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가 박근혜 탄핵을 위한 촛불집회 과정에서 계엄령과 위수령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서울에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가 들어올 계획이었다고 하니 마치 국민을 상대로 전쟁이라도 치르겠다는 생각이었을까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는 못할 망정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계엄령을 들먹인 것을 보면 아직도 암암리에 숨어 있는 정치 군인들이 있는지 의심하게 합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있지도 않은 북한 간첩을 잡는다고, 사회 안정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자신들이 지켜야할 국민에게 총부리를 돌렸던 전두환의 무리와 다를 바가 뭐가 있나 싶군요. 전두환이 기무사의 전신인 보안사 사령관이었던 사실을 생각해 보면 아직도 그들이 활동하고 있나 싶어 섬뜩하기만 합니다.
출처 - 군인권센터
기무사는 박정희와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정치 군인들의 핵심 기관이었습니다. 기무사는 군 안에서도 초법적 기관으로 통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습니다. 투 스타 장군들도 기무사 중령 앞에서 벌벌 떨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니까요. 민주화 이후에도 기무사 개혁이 번번히 실패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각 부대에 대령, 중령급이 파견을 나가 있는데 그들은 파견 부대 상급자의 지휘를 받지 않고 오직 기무사령관의 명령만 듣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군 내부 인사들의 업무는 물론 사생활에 이르기까지의 인사 세평을 임무로 활동합니다. 이 때문에 모든 군 장성이 기무사 앞에 알아서 기게 되었죠.
출처 – MBC 유튜브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몰카나 미행 등을 자행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사찰하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기무사가 세월호 유족을 사찰하고 성향을 분석해 박근혜에게 보고했다는 문건도 폭로되었죠.
출처 - JTBC
암울했던 군사정권을 지나 사회가 민주화되고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21세기가 된 지도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정당성 없는 군사 독재의 단맛을 그리워하는 정치 군인들이 언제든 자신들의 야욕을 드러낼 준비가 되어 있음을 이번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과 세월호 민간인 사찰 문건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박근혜 탄핵 국면과 촛불집회에서 까딱 잘못했다가는 1980년 5월처럼 서울이 피바다가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계엄령과 위수령을 포함해 광주에서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군의 강압적 방식이 모두 나열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출처 – KBS 유튜브
기무사 내부 문건을 보면 심지어 군 지휘계통조차 무시한 위법적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전시나 국가비상사태로 계엄령 발동 시 계엄군 배치를 위해 군 부대를 이동 배치하려면 군령권을 가진 합참의장이 승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사령부 편성표에 의하면 계엄사령관은 합참의장이 아닌 육군참모총장이 맡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군의 위계질서는 한순간에 무너지게 됩니다. 흔히 '육방부'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군의 폐습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출처 - 경향신문
또한 위수령의 위헌 소지에 대해 군의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적시했습니다. 국회가 위수령 무효법안을 제정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재의를 해야 하므로 2개월 이상 위수령 유지가 가능하다는, 국회를 무시하는 초법적인 계획안까지 적혀 있었습니다. 위수령을 지나 계엄령이 선포되면 국회에 병력이 진주하고 국회의원들을 체포·구금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국가의 모든 권력을 자신들이 쥐고 흔들 수 있다는 겁니다.
출처 -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이와 관련해 군 사이에 오간 모든 문건을 즉각 제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기무사 계엄령 수사 관련 독립 수사단을 꾸리되 비육군, 비기무사 출신으로 수사단을 구성하라는 세부적인 지시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당시 상황과 벌어진 사건을 무겁게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역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휘관들에게 계엄문건 확인 후 최단시간 제출 명령을 내렸습니다.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실질적 권한을 가진 국방부 장관이 모두 명령을 내렸으니 이에 불복하거나 태만할 경우 명령불복종으로 항명죄에 해당, 그들은 더 이상 군인이라고 자칭할 수도 없습니다. 멋대로 계엄령 검토를 한 시점에서 국가반란에 준하는 죄를 범한 존재들이긴 합니다만.
출처 - 국민일보
특별 수사단의 조사에 의하면 기무사는 지난해 3월 초 계엄령 문건을 상부에 보고한 뒤 파기했다고 합니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자 문건의 보고를 받았던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이 문건의 원본을 보존하라고 명령했는데도 말입니다. 기무사 눈에는 자신들의 직속 상관인 국방부 장관마저 호구로 보였나 봅니다. 다행히 USB 형태로는 남아 있지만, 문건 파기와 관련해 증거인멸의 혐의도 적용해야 할 판입니다.
출처 – JTBC 유튜브
출처 - 경향신문
기무사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군의 적폐 중에서도 대표적인 기관입니다. 그들의 존속 가치가 더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오히려 존재함으로서 끼치는 해악이 이만큼 크다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난 셈이죠. 이번에야말로 기무사를 해체하고 아직 박멸되지 않은 정치 군인들의 싹을 잘라야 할 것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