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의 대한항공 갑질에 온 국민이 혀를 내둘렀는데 이번에는 아시아나 항공에서 기내식 갑질 문제가 터졌습니다. 7월 1일 아시아나 항공의 기내식 공급 차질에 따른 비행기 출발 지연 사태가 2일에도 이어졌습니다. 이날도 기내식을 싣지 못해 출발이 늦어지고 일부 항공기는 기내식 없는 상태로 이륙하는 황당한 상황이 속출한 거죠. 여름 성수기가 시작되는 첫날부터 승객들은 길게는 3~5시간이나 도착이 늦어져 환승 비행기 탑승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현장 승무원들은 잇따르는 승객들의 항의를 감당하며 굶은 채로 승객들에게 라면과 간식을 제공하는 상황입니다.
비행기 승객들에게 기내식이란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음식이 아니라 추억으로 남길 작은 이벤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돈을 내고도 밥을 먹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현장 승무원들은 자신들의 잘못이 아닌데도 연신 사과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로 인해 자칫 또 다른 안전 문제가 벌어지지는 않을지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 아시아나 기내식 공급 부족 사태가 언제 끝날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기내식을 싣지 않고 비행기가 이륙한 경우는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죠.
출처 - 한겨레
이번 기내식 갑질 사태는 아시아나의 오너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금호타이어 대주주 지분을 되찾기 위해 무리한 짓을 밀어붙이다 벌어진 일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아시아나의 기내식 공급 업체는 7월 1일부로 기존의 루프트한자 소속 LSG스카이셰프코리아에서 소규모 기내식 업체인 샤프도앤코로 바뀌었습니다. 원래는 아시아나의 모회사인 금호홀딩스가 중국 하이난 항공과 합작한 회사 게이트고메코리아가 담당할 일이었는데 이 공장에 불이 나서 시간을 맞추지 못하게 된 겁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나가 단기 계약으로라도 기존 기내식 공급 업체인 LSG와 계약을 연장했다면 큰 문제 없이 해결됐겠죠. LSG는 15년 동안 아시아나에 기내식을 차질 없이 공급한 회사였으니까요. 실제로 LSG는 화재로 인해 밀린 3개월 동안 기내식 공급을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시아나는 LSG에 기내식을 자신들의 신규 업체를 통해 납품하라고 통보합니다. 호구가 아닌 다음에야 기존 업체가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 리가 있나요? 협상이 결렬되자 아시아나는 하루 2만 5000개의 기내식이 필요한데도 생산력이 3000개에 못 미치는 업체를 선정하고서는 무조건 공급하라고 갑질을 벌였습니다. 당연히 첫날부터 공급에 차질이 생기죠. 단기 공급 하청 업체 사장은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맙니다.
출처 – JTBC 유튜브
기내식 공급업체와 하청 납품 업체 사이의 계약서를 보면 15분 늦으면 수수료 100%가 깎이고 30분 지나면 음식값의 절반을 삭감한다고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불공정 계약 때문에 엄청난 압박을 느낀 납품 하청 업체 사장은 “안 되는 일을 되게 하라 한다. 내가 다 책임져야 할 것 같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전형적인 대기업의 갑질 때문에 벌어진 사태이며 안타까운 죽음입니다.
출처 - JTBC
애초 LSG와 연장 계약이 결렬된 것도 아시아나의 모 회사인 금호홀딩스의 수상한 강요 때문이란 얘기가 많습니다. 아시아나는 LSG에 1600억 회사채를 사주면 계약을 연장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이를 LSG가 공정위에 제소하자 아시아나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합니다. 그런데 이 1600억은 공교롭게도 새로운 기내식 합작 회사를 함께 만든 중국 하이난그룹이 매입한 금호 홀딩스의 회사채 규모와 일치한다고 하죠. 결국 아시아나는 하이난과의 합작 회사를 통해 기내식을 공급하라고 강요한 겁니다.
이는 명백한 불공정거래 및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입니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물론 국세청도 금호아시아나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몇 년간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의 갑질 사태가 국민의 분노를 들끓게 하더니 아시아나의 갑질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셈입니다. 아시아나는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요? 아시아나의 모 회사인 금호홀딩스 박삼구 회장이 최근 몇 년간 회사들을 사고팔면서 자금 부족으로 금호타이어에 대한 지배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려고 무리하게 돈을 끌어모으면서 생긴 사달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도 결국 오너 일가의 능력 부족과 욕심 때문에 생긴 문제를 애꿎은 직원들과 협력 업체들이 떠안은 셈입니다.
출처 - 한겨레
아시아나 승객들은 돈을 내고도 밥을 못 먹고, 승무원들은 자신들의 잘못이 아닌데도 대신 욕을 먹어야 했고, 기내식 협력 업체 사장은 갑질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까지 했습니다. 이런 엄청난 사태에 대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4일이 되어서야 마지못해 사과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혐의에 대해 오해라는 변명을 일삼았습니다. 심지어 기내식 대란을 초래한 현장 책임자는 사태 첫날 상무로 승진해 사내에서도 이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일은 기내식 대란이 터진 첫날 박삼구 회장의 딸이 금호리조트 상무로 임명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전까지 경영은커녕 회사 자체를 다녀본 적이 없다고 하죠. 그런데도 박삼구 회장은 사과는커녕 이제 여자도 회사를 다니며 인생 공부가 필요하다며 예쁘게 봐달라는 참으로 어이없는 소리를 해댔죠. 상무라는 자리에 올라가 보지 못하고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이 전국에 얼마나 많은데, 아무런 경력이 없는 사람이 갑자기 상무가 되다니 오너 일가에 의한 대기업 경영의 전횡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출처 – CBS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것이죠. 부품도 돌려막는다는 내부 고발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죠. 비행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정비, 안전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얘긴데, 정말 사실이라면 대한항공뿐 아니라 아시아나 역시 모 회사까지 정밀조사해야 하겠죠. 아시아나 직원들은 6일 광화문에서 첫 집회를 열고 박삼구 회장의 갑질과 비리를 폭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대한항공이 죽 쑤고 있을 때 노를 저어도 모자랄 판에 똑같은 길을 가고 있는 아시아나, 참으로 한심합니다. 우리나라 대기업과 오너 일가에 대한 대수술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될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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