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르는 핵발전소 사고, 얼마나 많았을까?

지난 5월 16일 대전 유성구 한전원자력연료부품동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집진시설 증축공사 중 배관을 절단하다 폭발사고가 일어나 6명이 다쳤습니다. 알루미늄 창틀은 폭발로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나뒹굴었고 폭발 충격으로 깨진 유리 파편은 건물 밖 10미터까지 튀어나가 주차된 차량 위로 어지럽게 떨어졌습니다. 건물 내부는 천장재와 형광등이 분리되어 바닥으로 늘어졌고 벽은 시커멓게 변했습니다. 한전원자력연료가 경수로 및 중수로용 원자력 연료를 생산하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참으로 아찔한 사고였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폭발이 일어난 곳은 방사능 물질과 관련이 없는 곳이어서 사고 직후 방사능 수치를 측정한 결과 정상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동안 기사로 다뤄지지 않은 핵발전소 관련 사고가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이 입수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는 핵발전소 부지 내 핵연료봉 관련 사고가 최소 40여 건이나 있었습니다. 2013년 4월 신고리 1호기에서 핵연료봉 장전 중 연료봉이 찌그러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허용한도를 초과하는 충격을 받아 재사용이 불가능해졌을 정도로 심각한 사고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고가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OPIS)에는 등록되지 않았습니다. 1978년부터 핵발전소 사고 고장 정보를 기록하는 시스템이지만 핵연료봉 사고는 2014년 이전에는 보고할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2014년에 생긴 보고 의무에 따라 핵연료봉 관련 사고 44건 중 2건만 OPIS에 등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방사성 물질 누출 등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핵연료 파손이란 중대한 사고가 났어도 국민은 물론 감독 기관조차 알기가 어려웠다는 얘깁니다.


출처 - 한겨레


또한 핵발전소 노동 환경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노동자의 66퍼센트가 비정규직, 협력업체 직원입니다. 이들의 70퍼센트는 핵발전소 사고 시 방호·방재 매뉴얼을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그래선지 《한겨레》의 칼럼에 따르면 2009년 3월 사용후 핵연료 교체 과정에서 사고가 나 그 수습 과정에서 사람이 폐연료를 집게로 직접 처리하게 했다는 폭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사용후 핵연료는 너무나 위험한 물질이라 10~100만 년 동안 가까이 접근하면 안 되는 고선량의 방사능이 배출되는데, 한국수력원자력은 사람을 들여보내 직접 집어서 나르게 했다는 겁니다. 이 노동자는 4년 전 검찰에서 몸이 아프다고 호소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사고 이튿날 한수원은 은폐 지시를 내리기에 급급했습니다. 사고 관련 이메일을 삭제하고 담당 차장들은 직접 직원들 컴퓨터에 내장된 관련 파일들을 삭제했다고 하죠. 그러면서 피폭된 노동자를 비리 혐의자로 모는 언론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사고 처리 작업 당시 외부로 흘러나갈까 봐 방사선 피폭 선량계를 빼앗고 작업을 시킨 한수원은 이후 진상 규명에서 피폭량이 허용치 내라고 발표하며 사건을 유야무야 덮었습니다.


출처 - 참여와 혁신


핵발전소 안전도 노동의 문제, 권력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깨끗하고 안전하다고 선전하기 바쁜 핵발전소는 3분의 1도 안 되는 정직원들이 방호·방재 매뉴얼조차 교육받지 않은 3분의 2의 비정규직을 주먹구구로 부리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사고가 일어나면 비정규직을 자르고 과오를 덮어씌우는 방식으로 처신해온 겁니다. 과연 우리는 우리가 쓰는 전기를 생산하는 핵발전소와 사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급격히 더워진 날씨 탓에 소비전력량이 폭증하기 시작하는 이때, 진지하게 의문을 품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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