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방해하는 불법주차 차량, 6월부터 밀어버린다

겨울철 화재로 심심찮게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곤 합니다. 제천 화재 참사는 우리 사회에 안전에 대한 관심을 크게 증폭시켰습니다. 화재 시 적절한 대응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웠죠. 2층 창문을 깨야 했다, 깨면 가스 폭발 위험이 있었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그 와중에 무엇보다 큰 분노를 자아낸 건 소방차를 가로막은 불법주차 차량이었습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발생한 곳은 앞의 도로 폭이 10여 미터에 불과한 이면도로였습니다. 화재 신고가 접수된 후 소방차는 6~7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그 앞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을 치우는 데만 30분을 허비했습니다. 만약 그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화재를 조기에 진압했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며 안타까움을 표하는 분이 많습니다.

 


이런 마음에 공감한 분이 많았는지 작년 12월 말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소방차가 출동중에 불법 주차된차량을 손상시키거나 밀어버려도 소방관들이 책임 안지도록 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해외처럼 불법주차 등으로 소방 활동을 방해하는 차량을 부숴버리거나 밀어버려도 소방관들이 책임지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죠.

 

실제로 제천 화재 참사 현장에서 마지막까지 길목을 막고 있던 흰색 승용차를 두고 전전긍긍하는 소방관들을 보다 못한 시민들이 차 유리를 직접 깨고 차를 옮기기도 했습니다. 소방기본법에 주차차량이 방해될 시 제거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차량 주인들이 소방관에서 배상하라고 소송을 거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소방관의 화재 현장 대처가 미진했던 게 사실입니다.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행정 절차와 소송에 휘말릴 것을 생각해 차라리 소방관 개인 돈으로 배상해버리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하죠. 화재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의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예산이 전혀 책정되어 있지 않았으니 오죽했겠습니까? 이런 소방관들의 상황과 처우에 분노해선지 청원 마감을 3일 남긴 현재 청원 참여자가 5만 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출처 - 조선일보


인터넷에 자주 공유되는 사진인데요,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화재 현장에서는 화재 진압을 우선시합니다. 화재 진압에 방해가 되는 것은 용납하지 않죠. 소화전 앞에 주차된 차가 있다면 유리창을 깨고 호스를 연결하는 일은 일상다반사이고, 화재 현장 길목에 주차되어 방해가 되는 차는 소방차로 밀어버리곤 합니다. 그게 설사 경찰차라 할지라도요. 화재를 막기 위해 벌어진 피해에 대해 소방관은 전혀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출처 - JTBC


제천 화재 참사의 충격이 컸던 탓인지 그나마 지난 10일 소방 안전 관련 법안이 처리되어 우리나라의 상황도 개선될 예정입니다. 소방 현장에 불법주차된 차량들은 올해 6월부터 철퇴를 맞게 되었습니다. 소방차의 긴급 출동을 가로막는 차량을 훼손 우려와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치울 수 있도록 한 소방기본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소방관 개인이 보상 소송에 휘말리지 않도록 손실보상심의위원회를 만들어 정당한 주차 구역의 차량에겐 보상을 하되, 불법주차라면 보상받지 못합니다. 또한 소방차 전용 구역에 일반 차량을 주차하거나 전용 구역 진입을 가로막는 행위에 대해서는 기존 20만 원의 5배인 100만 원으로 과태료를 올렸습니다.


출처 – 세이프타임즈


하지만 이런 법적 개선보다 중요한 것은 소방관의 처우 개선과 시민의식 개선입니다. 소방관의 처우 개선은 국회에서 다뤄야 할 일이니 우리가 당장 어쩔 수 없다곤 하지만 시민의식을 우리가 각자 마음먹으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일입니다. 올해 강릉소방서 경포 119 센터 소방관들은 정초부터 어이없는 일을 겪었습니다. 1월 1일 오전 6시에 경포해변 해돋이 행사에 한전지원을 위해 구급차 등을 몰고 출동했다가 7시 40분쯤 복귀하자 소방서 차고 앞을 불법주차 차량 10여 대가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방대원들이 차에 남겨진 전화번호로 일일이 전화를 해서 40여 분을 허비한 끝에 차고에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제천 화재 참사가 난 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 대체 무슨 생각들인지 모르겠습니다. 올해는 적어도 이런 미개한 불법주차를 하지 않도록 우리 각자의 의식부터 개선해야겠습니다. 시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밤낮없이 고생하는 소방관들을 최소한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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