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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튤립 파동 넘어섰다 - 복마전에 빠진 가상화폐

by 생각비행 2017. 12. 21.

고등학생들의 사기로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50조 원가량 빠지며 가상화폐 시장이 송두리째 흔들렸습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자체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죠. 사건의 발단은 '비트코인 플래티넘'이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새 가상화폐가 분리돼 나오는 것을 '하드포크'라고 하는데, 이 하드포크로 비트코인에서 갈라져 나온 비트코인 플래티넘이 나올 거라는 얘기였습니다. 하드포크가 이뤄지면 기존 가상화폐 보유 수량만큼 추가로 새 가상통화를 얻을 수 있어 수익이 배가될 수 있습니다. 이미 하드포크로 탄생한 비트코인 캐시와 비트코인 골드는 각각 수백만 원대에서 수십만 원대까지 거래되고 있었기에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호재로 다가왔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11일 미국 주식시장의 비트코인 선물 상품 출시와 함께 비트코인 플래티넘 출시예정 소식은 비트코인 가격을 2400만 원대까지 급등시킨 주요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사기였다는 겁니다.


출처 - 한겨레


비트코인 플래티넘 공식 계정에 하드포크가 연기된다는 소식이 올라오더니 놀란 투자자들이 묻는 질문들에 공식 계정이 한국어로 "그러게 누가 사랬냐. 숏 개꿀띠"라는 조롱을 퍼부은 겁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투자자들이 IP 추적을 한 결과 이 공식 계정으로 조롱한 사람은 우리나라 고등학생으로 밝혀졌죠. 전모를 파악하고 보니 해킹 사건이 아니라 이 모든 게 고등학생들이 저지른 사기극이었습니다. 

 

사람들의 항의와 분노가 빗발치자 결국 "죄송합니다. 사실 (비트코인 플래티넘은) 스캠(속임수) 코인 맞습니다. 500만 원 벌려고 그랬습니다"라는 사과문이 올라왔습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 시장은 공황 상태에 빠졌죠. 이날 하루 만에 비트코인 가격은 40퍼센트 폭락했습니다. 500만 원 벌려던 고등학생들의 사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50조 원이 증발한 겁니다. 비트코인 광풍이 부른 정말 웃지 못할 촌극인 셈입니다. 사기를 벌인 장본인인 고등학생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천만 원짜리 게임 아이템 때문에 게임 회사에 조폭이 찾아와 난동을 부리는 세상이니 수십조를 증발하게 한 발칙한 자기네를 죽이러 누가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한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편 1990년대에 〈오늘 같은 밤이면〉이라는 노래로 큰 인기를 구가한 가수 박정운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기도 했습니다. 예전 〈무한도전〉의 토토가처럼 옛날 가수들이 재조명을 받는 프로그램의 영향 때문인가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으나 사실은 그가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한 2000억 대 가상화폐 다단계 사기 사건에 연루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기단은 1년 동안 이더리움을 채굴할 수 있는 채굴기에 투자하면 많은 수익금을 가상화폐로 돌려주겠다고 속여 투자자 2만여 명으로부터 2700억 원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트코인 플래티넘 사기 사건처럼 어이가 없는 점은 이 투자자들이, 아니 이더리움 채굴기를 만들겠다고 사기를 친 다단계 회사라도 채굴기가 아니라 그냥 그 타이밍에 그 돈으로 이더리움을 샀다면 사기가 아니라 대박 사례가 되었을 거라는 점입니다.


출처 - 중앙일보


최근 해킹으로 파산을 선언한 코인거래소 유빗의 경우도 사기와 비슷한 눈초리를 받고 있습니다. 해킹으로 인해 전체 자산의 17퍼센트에 해당하는 코인손실액이 발생해 파산을 선언한 유빗이 알고 보니 사고가 나기 18일 전에 30억짜리 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애초부터 보험 금액을 노린 보험 사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출처 - 뉴시스


이 모든 촌극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를 둘러싼 사기극을 처벌할 명확한 규정이 없는 현실입니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는 화폐나 금융상품 등의 법적 지위가 없어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그렇기에 피해를 보더라도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금융감독원장도 가상화폐 거래를 도박에 비유하며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구제책은 없다고 못 박았죠. 금융상품도 화폐도 아니기 때문에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조심하라는 것뿐이라고 말입니다. 핀테크와 가상화폐 거래는 확실히 구분하겠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유빗 파산의 경우에도 가상화폐는 금융업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회사와 같은 방식으로 파산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며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손실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피해자들이 점점 많이 생기기 때문인지 정부는 내달부터 가상통화거래소에 본인확인시스템을 가동하겠다며 규제를 본격화할 의지를 밝혔습니다.


출처 - JTBC



생각비행이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간략히 설명드렸던 6월 21일, 비트코인 세계 평균 시세는 290만 원대였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를 올리는 현재 세계 평균 시세를 보면 약 2000여만 원입니다. 겨우 6개월 만에 7배가 뛴 겁니다. '그때 투자하기만 했어도...'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람들의 보편적인 심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광풍은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인플레를 고려해도 인류 최대의 거품이었던 '튤립 버블'을 비트코인 광풍이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출처 - 나무위키

 

네덜란드인들의 비정상적인 사랑은 1637년 2월 3일을 기점으로 종말을 향해 치달았습니다. 튤립의 가격이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하더니 투기 거품이 꺼지면서 튤립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네덜란드의 여러 도시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빚을 받으러 다니는 사람과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 간의 말다툼과 야만도주가 성행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채권자인 동시에 채무자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사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의회가 중재에 나서서 "조사가 끝날 때까지 튤립 거래를 보류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했죠. 모든 계약서가 일괄적으로 무효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때 두 부류의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가난에 허덕이며 평생 빚을 갚다가 죽거나 혹은 자살하는 사람과 벼락부자가 되어 떵떵거리며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작은 꽃 한 송이가 빚은 진풍경치고는 그 대가가 너무 혹독했습니다.

 

출처 - 팩트올

 

튤립 파동의 역사를 보면 지나친 투기 행위가 사람들에게 어떤 해악을 끼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모든 거품은 꺼지기 마련입니다. 가상화폐에 과열된 투기 열기가 식을 때의 충격을 우리 경제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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