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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세월X> 논란 그리고 대통령의 7시간

by 생각비행 2016. 12. 28.

박근혜 대통령 7시간의 진실

 

지난 주말 세월호가 언론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네티즌 수사대 자로'의 다큐멘터리 〈세월X〉 때문입니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자로를 단독 인터뷰하기도 했죠. 무려 8시간 49분에 달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업로드 지연으로 약속한 공개 시간을 맞추지 못했고, 이에 따라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또한 예정 시간보다 40여 분 늦게 시작하는 등 우여곡절도 뒤따랐습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열리며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모든 것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1057회에서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 대통령 5촌간 살인사건 미스터리〉를 방영했습니다. 방영 직전 편집 원본이 누군가에 의해 삭제되어 백업본으로 겨우 방영된 터라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음모가 여전하다는 의구심이 들게 합니다.

 

최근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대통령의 7시간' 의혹도 마찬가지입니다. 2014년 9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개회하면서 일본 언론과도 마찰을 빚은 이른바 세월호 침몰 당시 사라진 7시간에 대한 소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세월호 침몰이라는 긴박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의 수장으로서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의문을 겨냥한 발언이었죠.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모독 발언이 도를 넘었다"며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사회의 분열을 가져온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이틀 만에(18일) 대검찰청이 미래부, 안행부, 방통위, 경찰청, 포털업체 등과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대응 방안'을 마련했던 일을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년이 훌쩍 지난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그토록 대통령이 감추고 싶어 했던 진실 말입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그날 공식 일정이 없어 관저에 머물렀고, 이 때문에 비서실장이나 안보실장이나 비서관 그 누구도 대통령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서면으로 보고했다곤 하나 제대로 보고되었는지조차 그 누구도 몰랐죠. 이것이 세월호 사고를 참사로 키운 원인입니다. 대통령이 제 할 일을 하지 않았다, 이것이 7시간의 명확한 진실입니다.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한 합리적인 의문을 '괴담'으로 치부하며 입막음을 하려 했던 박 대통령의 이상한 행동들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2016년에 가장 주목받은 책 중에 한 권입니다. 이 책의 결론은 세월호 사고 당시 구할 수 있는 세력이 있었고, 시간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없었던 것은 구조 계획과 이를 수행할 책임자였습니다. 대통령 탄핵과 국정조사로 박근혜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서서히 밝혀지는 지금 이 시점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 세월호 사고가 왜 참사가 되었는지 명확히 보입니다. 제 할 일을 하지 않은 대통령의 7시간을 은폐하기 위해 수많은 합리적 의문이 매몰되었습니다. 대통령 한 사람의 잘못을 덮기 위해 국가 시스템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새누리당이 힘을 실어주고, 진실을 외면한 언론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를 음모론으로 규정하며 어젠다를 돌려버렸습니다. 

 

 

〈세월X〉 다큐멘터리, 무엇을 시사하나?


출처 - 자로 유튜브 채널


대통령의 7시간이 은폐된 지 2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이 시점에 〈세월X〉 다큐멘터리가 공개되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지난 26일 유튜브에 공개된 자로의 〈세월X〉 내용을 두고 의견이 갈릴 수는 있습니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을 잠수함과의 충돌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내용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여전히 음모론으로 치부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습니다. 보충 설명 혹은 비판을 시작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동안 국가 기관이나 언론이 제대로 규명하지 않았던 일을 민간인이 파고들어 끝까지 원인을 추적하고 진실을 규명하려 노력했다는 사실입니다. 〈세월X〉 다큐멘터리는 그 내용의 사실관계를 따지기 전에 사회적 의의와 행간을 읽어내는 비판적 감상이 필요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여론을 환기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기여한 바가 상당하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자로의 바람처럼 더 강력한 세월호 특조위를 만들어 진실을 규명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시점입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세월호 참사 당일 기록과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혔다면 한 시민이 2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9시간에 달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 필요는 없었을 겁니다. 대통령의 7시간을 은폐하려는 세력이 있었기에 인명 구조 자체가 무산됐고, 이후 사고 원인을 규명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막혔습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가장 마음 아파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책임질 국가가, 대통령이 가장 가혹하게 진실을 은폐했다는 것 말입니다.


탄핵심판 절차를 위해 헌법재판소가 세월호 참사 당시 사라진 박근혜의 7시간에 대한 행적을 시간대별로 상세하게 제출하라고 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근혜 탄핵심판 대리인단과 청와대 핵심 참모는 헌재가 요구한 박근혜의 세월호 당일 세부 일정에 대한 자료를 민정수석실 등이 준비했다며 추가할 내용을 보완한 뒤 제출하면 세월호 7시간에 대한 행적이 명쾌하게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그들 외에는 없습니다. 대통령 자신의 퇴진에 대해서, 검찰 수사에 대해서, 심지어 특검에 대해서도 말을 뒤집은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을 누가 믿겠습니까?


출처 - JTBC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7시간 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을 은폐하기 위해 참으로 많은 사람이 동원되었습니다. 초반에는 여성으로서 대통령의 사생활을 인정해달라고 했던 이상한 궤변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있더니, 청와대에서 프로포폴 등 마약류 처방이 관행처럼 계속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근거 없는 일이라고 부인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인명 구조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던 그 시간에 대통령의 올림머리를 한 미용사가 등장했고, 이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당일 7시간 동안 청와대가 아닌 롯데호텔 36층에서 시술을 받았다는 의혹마저 제기되었습니다.

 

IMF 한보사태 이후 19년 만에 구치소에서 진행된 국정조사에서 정호성 부석비서관은 세월호 참사 당일 관저에 누가 있었는지 대통령의 사생활이라 말할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그날 박근혜 대통령이 누군가와 함께 있었다는 건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 되었죠.


출처 - 파이낸셜뉴스


한편 구치소에서 국조특위가 최순실을 신문할 때 독일에서 자기 재산을 찾을 수 있다면 몰수하라며 큰소리치던 최순실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의 행적을 묻는 말에는 신경질을 내며 질문하지 말라고 했다죠. 참으로 이상합니다. 대체 그 7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토록 은폐하려 하는 걸까요?

출처 - 경향신문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밝혀지는 파편화된 사실들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당사자가 아무것도 밝히지 않고 입을 틀어막고 있으니 세월호를 둘러싼 갖가지 음모론이 제기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국정원이 일부러 침몰시켰다는 의혹부터 최순실이 인신 공양을 위해 침몰시켰다는 얘기까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최근에 나온 〈세월X〉 다큐멘터리의 잠수함 충돌설은 그나마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추고 있죠.

 

 

진실 규명에 늦은 시간이란 있을 수 없다

 

〈세월X〉 다큐멘터리는 단원고 학생들이 세월호에서 찍은 주변 풍경을 보여줍니다. 사고가 발생하기 얼마 전까지 자신들의 일상을 담담히 기록했던 이 아이들이 왜, 어떻게 참사에 휘말리게 되었을까요? 

 

출처 - 머니투데이


안타깝게도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의 7시간에 대한 행적은 의문을 남긴 채 2016년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특검과 헌재에서 성역 없이 수사하고 끝까지 사실관계를 다퉈 2017년에는 진실을 밝혀내길 바랍니다. 진실 규명에 늦은 시간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이 진실 규명을 위한 최선의 시간입니다. 이 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힘을 모을 때입니다. 진실을 규명하는 것만이 세월호 참사로 죽어간 국민과 그들을 위해 고난의 길을 걸어온 유족 그리고 거리에서 촛불을 밝힌 우리를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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