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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칠레 외교관의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 윤창중의 재래인가?

by 생각비행 2016. 12. 21.

박근혜 정부 초기에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박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수석 대변인으로 임명되고,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되어 탄탄대로에 오른 것 같았던 윤창중. 그런데 채 3달이 되기도 전에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길에 동행했다가 전격 경질되고 말았죠. 주미 한국 대사관 파견 직원이었던 여성을 성추행하는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었습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저지른 황당한 사건은 어쩌면 그 이후 박근혜 정부의 인사 참사와 지금의 탄핵 정국을 예견하게 해주는 사건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탄핵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의 사람들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국격을 추락시키고 있으니까요. 최근에는 칠레 주재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사건마저 터졌습니다.


출처 - 유튜브



지난 15일 칠레 지상파 방송인 카날13의 시사고발 프로그램 〈En Su Propia Trampa(자신의 함정에 빠지다)〉는 공식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ensupropiatrampa/videos/1147618558619176/ )을 통해 칠레 주재 한국 외교관인 박정학 참사관이 현지 미성년자를 성추행하는 장면이 담긴 예고편을 공개했습니다.


출처 - YTN


예고편에서 박정학 참사관은 대낮에 미성년자에게 성적 표현을 하며 목을 끌어안고 키스하려는 모습을 보였으며, 저항하는 미성년자의 손목을 잡고 강제로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경악스러운 모습도 보였습니다. 〈En Su Propia Trampa(자신의 함정에 빠지다)〉는 프로그램은 함정을 파고 대상자가 걸려드는 장면을 찍어서 보여주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입니다. 예고편에 등장한 미성년자는 배우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 리 없는 박정학 참사관은 계속해서 미성년자를 방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강제로 신체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나중에 프로그램 진행자인 에밀리오가 등장해 "지금 당신이 뭘 하고 있는지 압니까? 당신이 미성년자에게 한 행동들은 한국에서도 칠레에서도 범죄입니다"라고 몰아붙이자 아무 말도 못 하던 박정학 참사관은 에밀리오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허리를 숙이고 손을 붙잡으며 제발 신고하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사정합니다. 이런 장면까지 보고 나면 어떻게 저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외교를 담당하는 참사관으로 일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집니다.



출처 – YTN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박정학 참사관의 미성년자 성추행은 한두 번이 아니어서 현지 교민들 사이에 유명했다고 합니다. 박 참사관을 몰아세운 시사고발 프로그램 역시 실제 성추행을 당한 여학생과 부모가 제보해서 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방송에 출연한 여학생의 부모는 "내 딸도 저런 상황에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출처 - YTN


박정학 참사관은 칠레에서 한국 문화, 그러니까 칠레 10대들에게 인기 있는 한류와 K-POP을 전도하는 담당자였습니다. 이를 이용해 K-POP 그룹의 팬클럽이나 한류 드라마를 좋아하는 10대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준다며 집을 방문해 성추행을 일삼기 일쑤였다고 교민들은 전합니다. 심지어 12살짜리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까지 받고 있으니 무슨 말을 더하겠습니까? 한류와 K-POP에 호감도가 높은 칠레에서 한 사람의 잘못으로 대한민국의 이미지가 실추되다 못해 혐오감마저 주는 이 일을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칠레 교민들은 이전부터 박정학 참사관의 문제를 계속해서 제기했으나 별다른 조처가 없어 이번 사태로 치달았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번 성추행 사건은 박정학 참사관 개인의 범죄가 아니라 대사관과 외교부 전체의 관리와 감독이 소홀했음을 보여주는 일례입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 터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칠레 현지에서는 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었다는 말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현재 칠레 교민들은 가해자와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문자 테러를 당하고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교민들을 살피고 불편을 덜어줘야 할 외교관이 오히려 민폐 덩어리에 범죄까지 일으키다니 박근혜 정부가 어디까지 썩었는지 그 뿌리까지 본 느낌입니다.


출처 - 이뉴스투데이


현재 외교부는 박정학 참사관의 직무를 정지시켰다고 밝히며 조만간 국내로 소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칠레 검찰 당국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는 하는데 외교관의 면책특권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됩니다. 한국에서 형사고발을 포함한 법적 조치와 중징계를 추진한다고 하는데, 윤창중의 전례를 볼 때 과연 제대로 처벌이 될지 의심스럽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윤창중의 성추문 사건으로 시작된 박근혜 정부의 외교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휘청거리며 체면도 잃고 실리도 잃고 말았습니다. 세월호에 탄 국민이 수장되던 시간에 올림머리를 하고 미용 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박근혜 대통령 자신은 비선실세에 휘둘려, 아니 한통속이 되어 국정을 농단하다 탄핵이 된 마당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외교관이 미성년자를 성추행하는 패륜 사건마저 터져 나와 대체 국격 파탄의 끝이 어디인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과연 이게 나라입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있으라'는 말은 세월호 희생자들이 아닌 그들 스스로에게 해야 했을 말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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