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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트럼프 당선, 미국이 외면한 현실과 시대적 욕망들

by 생각비행 2016. 11. 11.

2016년은 여론조사 예측과 결과가 어긋난 한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유럽에선 설마 통과될 리 있겠나 싶었던 브렉시트가 현실화되었고 우리나라 여론조사도 지난 4.13 총선 결과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죠. 그리고 설마 했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결과까지 나왔습니다.



미 대선을 지켜보며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도덕성이 결여되고 머리가 텅텅 비었음이 분명한 트럼프의 토론회를 볼 당시만 해도 미 대선 결과는 너무나 분명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당시 대선과 평행이론을 떠올릴 정도로 미 대선에서 익숙한 풍경이 연출되었습니다. 전과 14범의 이명박 후보,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박근혜 후보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 것처럼, TV 토론회를 압도하던 힐러리 후보를 물리치고 보수를 대표하는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으니까요. 더구나 우리나라 국정원이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위해 대선에 불법 개입한 것처럼 미국의 FBI는 대선 투표 전날 무혐의 처리를 할 거면서 트럼프와 힐러리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는 시점에 힐러리의 이메일 사건 재수사를 들먹였습니다.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긴 합니다.




하지만 미국 대선은 별문제 없이 끝났고 미국과 동맹관계인 우리가 그 결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위기감이 드는 지점은 막말과 노골적인 인종차별을 내세우던 트럼프의 대선 행보에 미국의 백인층이 크게 호응했다는 사실입니다. 8년 전 오바마를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선택한 국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번 미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인종차별 이슈가 두드러졌죠.

 

백인 여성들은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힐러리를 지지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과반이 성폭행 혐의와 여성 혐오를 일삼은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죠. 특히 백인 남성들은 교육 수준에 상관없이 트럼프를 대거 지지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무서운 지점입니다. 브렉시트 직후의 영국처럼 고삐 풀린 미국 사회에선 대선 투표 하루 만에 인종차별적 언행을 일삼는 자들이 대폭 늘어났다는 소식이 SNS에 넘치고 있습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부시 대통령이 재선했을 때처럼 세계 언론들은 트럼프 당선에 충격을 받은 심정을 1면에 쏟아내기 바빴습니다. 영국의 《데일리 미러》는 '대체 그들이 무슨 짓을 한 건가?'라며 자유의 여신상이 비탄에 빠진 표정을 1면으로 선정했습니다. 프랑스 《리베라시옹》은 트럼프의 실루엣에 연쇄 살인마 영화 제목이기도 한 '아메리칸 싸이코'를 덧붙였습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영국의 《더 선》은 유명 TV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에피소드를 방영했던 것에 착안해 표지를 꾸몄습니다. 만화 같은 현실이란 건데, 〈심슨 가족〉 제작진은 인터뷰를 통해 2000년도 방영 당시 작품 속에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한 이유는 자신들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현실이 상상을 능가하는 상황이 도래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KKK단 등 미국 내 극우단체들은 물론 해외의 극우파들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소식에 샴페인을 터뜨렸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신속히 트럼프의 당선을 축하했으며 프랑스의 극우정당 대표인 마리 르펜을 필두로 독일, 이탈리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의 극우정당과 독재자가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하는 메시지를 타전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출처 - 경향신문

출처 - 한겨레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공약을 보면 아시겠지만 극우정당과 독재자들이 환영할 만합니다. 미국과 세계가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위기 속으로 빠져들 위험이 있습니다.

 

1. 이민정책 : "불법 이민자는 대거 추방한다"

 

● 미등록 이주자 200만명 추방 실시. 

● 안전하게 이민 심사할 수 없는 국가는 이민자 받지 않는다

● 미국과 멕시코 사이 장벽 세우겠다 

● 무슬림은 미국 입국 금지 (보류)



2. 경제정책 : "법인세, 세금 최대 폭으로 낮춘다"

 

● 법인세(35%→15%) 낮추어서 기업들이 돈 벌 수 있는 환경 만든다

● 세금 낮추어서 고소득층이 사회에 더 투자하도록 하겠다

● 불필요한 규제 대폭 폐지 

● 금융개혁법 '도드-프랭크법(금융기관 부실 막기 위한 개혁법)' 폐지 


3. 의료정책 : "오바마케어 없애겠다"

 

● 국가건강보험 '오바마케어' 철폐한다

● 건강보험을 자율시장경쟁 체제로 회귀



4. 무역정책 : "미국 이익이 우선이다"

 

● 북아메리카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 환태평양동반자협정 철회

● 멕시코와 중국에 관세 요구 

● 중국 견제(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부당한 이득 가져가는 것 방지)



5. 환경정책 : "파리기후협약? 철회한다"

 

● 파리기후협약(세계 각국 탄소 배출량 규제 규범) 철회 → 화석에너지 산업 부흥

● 미국 내 석유 시추 작업 허용



6. 대북정책 : "김정은과 햄버거 먹으며 핵 협상하겠다"

 

●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추가 제재를 가한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강한 압박을 가한다



7. 한국 외교 : "한국, 무임승차 안보 그만해라"

 

● 한국을 포함해 '안보 무임승차' 지양

● 우리 정부에 주한 미군 유지비용 분담금 더 요구



8. 그 외 외교 전반 : "미국 안전이 우선"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 혹은 무력화 

● 러시아와 친선 외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는 '중립' 유지 


트럼프는 당선되고 난 뒤 자신의 공약에서 멕시코 이민자 입국 금지 같은 막말들을 슬그머니 지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미국 사회에서 문제가 될 겁니다. 애초 그의 공약이 진실이 아니었다는 얘기가 되며, 이는 신뢰할 수 없는 말을 내뱉는 사람으로 비쳐 그에게 4년간 대통령직을 맡겨둘 수 있겠느냐는 반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미국도 그간 일자리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제조업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은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 모릅니다. 이들은 원래 민주당의 지지자들이었죠. 클린턴은 노동계급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반면 트럼프는 중국과 멕시코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을 공공연하게 얘기했습니다. '미국 이익 최우선'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미국 내 노동자에게 통했다고 보면 되겠죠. 사실 노동문제는 민주당 내에서 클린턴보다 버니 샌더스가 강점이 있었죠. 그 때문에 샌더스가 트럼프와 대결했다면 분명히 이겼을 것이라는 뒤늦은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무튼 트럼프 자신은 어떤 의미에서 욕망에 충실했고, 동시대 사람들의 밑바닥에 숨겨진 욕망을 충실히 대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틀린 건 알지만 그래도 차별하고 싶다. 미국은 백인의 나라다.” 전문가 그룹과 언론은 어쩌면 너무나도 천박해서 이 사실을 무의식 중에 외면했고, 그 결과 이런 파국이 온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들은 더러운 진흙탕이더라도 현실의 욕망을 더 냉철하게 파악했어야만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보자.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에게 고작 3퍼센트 정도 뒤처진 그의 지지도를 그의 존재 혹은 능력만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온갖 자극적이고 강경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쏟아내는(심지어 트럼프는 강간 혐의로 무려 세 번이나 기소된 적이 있다) 그를 향한 지지는 미국은 물론 유럽, 아시아에서 등장하고 있는 극우를 향한 환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자국 우선주의’라는 플래카드가 가득 펼쳐진 열렬한 환영 말이다. 그런데도 시대는 트럼프를 어쩌다 등장한 또라이 대통령 후보쯤으로 치부한다. 2016년 10월 3일 현재 《뉴욕타임스》를 통해 탈세 혐의가 폭로되면서 트럼프는 가장 심각한 곤경에 처했다. 모든 언론이 탈곡기가 되어 트럼프를 파렴치한 탈세범으로 낙인찍고 탈탈 털어대고 있다.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탈세가 가능한 우리 시대의 시스템에 대해서는 묵인한 채 말이다. 장담한다. 어디선가 트럼프와 같은, 아니 더 정교하고 악랄한 방식으로 탈세하고 있는 수많은 탈세왕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모든 왕들》(김진, 생각비행) 서문 중에서


생각비행이 펴낸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모든 왕들》이란 책에서 저자는 시대의 욕망을 등에 업은 트럼프를 단순히 '또라이'로 취급하는 것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고 경고했습니다. 개인의 능력은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공존합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세상의 왕들의 뒤에 시대적 욕망이 똬리를 틀고 있다는 점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실제로 과거 오바마를 찍었던 민주당 텃밭에서 백인 상당수가 트럼프를 찍었고, 저학력 백인들은 트럼프 지지층으로 대거 돌아섰습니다. 심지어 멕시코 이민자들을 노골적으로 모욕했음에도 라틴계 이민자들은 2012년 동향의 밋 롬니에게 줬던 표보다도 더 높은 비율로 트럼프를 지지했죠. 유색인종과 여성 중 많은 수가 힐러리를 외면한 반면 백인 표가 트럼프에 집중된 것이 무엇보다 대선 향방을 갈랐습니다. 논리와 합리가 실종되고 뿌리 깊은 인종 갈등에 기반을 둔 부정적 감정이 들끓었던 것이 이번 미국 대선의 실상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문제를 미국이 어떻게 풀어낼지 잘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번 미 대선으로 간선제인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2000년 부시-앨 고어 대선의 재래였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 승자독식 간선제이기 때문에 득표수보다 선거인단 확보를 많이 하는 것으로 승패가 결정됩니다. 

 

2000년 득표수에서 앨 고어는 부시를 앞섰으나 선거인단 확보를 더 많이 한 부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논란이 일었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득표수는 힐러리 클린턴이 조금 더 앞섰는데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으니까요. 이 때문에 미국의 대통령 선거제도는 민의를 왜곡하기 때문에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의 의미가 이번에 재확인된 셈입니다. 이로 인해 각 지역에서 대선에 불복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브렉시트 후 독립을 재주장하는 스코틀랜드처럼, 캘리포니아 주도 미국 연방 탈퇴인 캘렉시트를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미국을 만들까요? 블룸버그 통신은 그의 공약인 해외 보복 관세, 인프라 확충, 이민자 추방 등을 실행할 경우 물가를 상승시키는 인플레이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대통령과 상하원 과반을 차지한 공화당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처지입니다. 이번 대선 승리는 트럼프 개인의 인기 덕분이며 사실 많은 부분의 대선 공약이 공화당 입장과 상반되기 때문입니다.



설마 2016년이 끝나갈 무렵 인터넷에서 인기를 얻던 이 지옥의 6자회담 이미지가 현실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내년으로 바짝 다가온 우리나라 대선에서 이번에는 제대로 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겠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일단 우리 내부의 문제부터 풀어야 합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활짝 연 지옥문을 닫아야 합니다. 국가적 위기 앞에서 야권은 뜻을 모으지 못하고 당의 이익만을 계산하고 있습니다. 민심을 읽지 못하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의 심판을 면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 자격을 잃었습니다. 스스로 권좌에서 물러나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비선실세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을 흔들고 대한민국을 농단한 이들을 좌시해선 안 될 일입니다. 그간 권력의 앞잡이로 일해왔던 검찰이 '견검' '섹검'이나 '겁찰'의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제대로 된 수사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밖에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내일 대한민국 국민은 민중총궐기를 통해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천명해야 합니다. 이제는 행동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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