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연일 새롭게 폭로되고 있는 최순실, 아니 '박근혜 게이트'를 보고 있노라면 저런 천박한 인간들이 대한민국을 이끌고, 저런 기생충 같은 이들이 국민의 혈세를 빨아먹고 있었기에 서민들의 삶이 팍팍했나 싶어 힘이 빠지고 열이 뻗칩니다. 아마도 국민 대부분이 그렇게 느끼기에 IMF 직격탄을 맞은 시점의 김영삼 전 대통령보다도 적은 5퍼센트라는, 사실상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 대통령 지지율이 나온 거겠죠.
대통령답지 못한 대통령과 막돼먹은 주변 인물들에 분노한 감정을 안고 주말마다 광화문 혹은 지방, 국외 도시의 시위 현장을 찾으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현 시국은 국가적 위기라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시민 사회는 이를 견뎌내고 극복할 힘이 충분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평화로운 시위 현장도 그렇고, 업계를 가리지 않고 연일 새로 태어나는 패러디와 풍자의 힘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 예정된 민중총궐기를 앞두고 힘을 모을 겸 한번 살펴보실까요?
출처 - 유튜브
우선 유튜브 시대에 걸맞게 악마의 편집으로 재구성된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라며 피해자 코스프레, 동정표 요구 감성팔이에 지나지 않아 안 하느니만 못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내용을 재편집하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대하는 박 대통령의 솔직한 속마음을 폭로하는 듯한 새로운 대국민담화를 만들어냈죠.
출처 – JTBC
이 대국민담화는 큰 인기(?)를 끌며 또 다른 패러디를 양산했습니다. 동정표를 위한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를 패러디한 내용입니다. 이미 유체이탈한 박근혜 번역기를 만든 적이 있는 누리꾼들답게 이번에는 이 문구를 넣어 자동으로 패러디 뉴스특보를 생성할 수 있도록 한 '대국민 담화 패러디짤 생성기'까지 만들어졌습니다. 누리꾼들 각자의 센스가 더해져 SNS상에 박근혜 패러디가 풍년을 이뤘습니다.
출처 - 뉴스1
이 밖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총리 임명 문제로 국회를 방문한 날, 〈음악의 신〉의 한 장면을 끌어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풍자 자료로 만드는 등 방송 화면을 이용한 풍자가 적잖이 보였습니다.
출처 - YTN
지금까지 대통령 비리에 침묵하고 있던 방송들이 일제히 풍자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무한도전〉 〈옥중화〉 〈막돼먹은 영애씨〉 〈비정상회담〉 등등 한두 방송이 아니었습니다. 최순실의 '오방낭'이나 박 대통령의 "온 우주가 도와 꿈이 이루어진다" 같은 표현,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시 비리 등이 패러디의 대상이 되었죠.
출처 - 유튜브
다른 한편 최순실을 모른다고 부인해왔던 새누리당과 부패 권력자들에게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을 하라는 의미에서 20년 전 드라마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동영상은 1996년에 종영된 TV 드라마 〈제4공화국〉의 한 장면인데요, 김재규가 박정희에게 '최태민-박근혜 관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장면입니다.
시청률이 33퍼센트가 넘은 드라마에 등장했던 내용을 몰랐다면 서민의 삶에 관심이 없던가 멍청한 것일 테고, 이런 사실을 알고도 침묵했다면 눈 가리고 아웅 한 것이니 양심이 없는 것일 테죠. 박근혜 대통령을 올바르게 보좌하긴커녕 호가호위해왔던 이들이 공직자였으니 대한민국이 헬조선이 된 게 아니겠습니까?
출처 - 경향신문
《경향신문》 [서민의 어쩌면]이란 코너에서 단국대 의대 교수이자 기생충학을 연구하는 서민은 "다년간 기생충을 분류해온 사람으로서 한자리에 모인 박대통령의 측근들을 분류"했습니다. 그러고는 "이 기준대로라면 박 대통령의 측근 중 간신이자 망국신이 아닌 이는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평소 촌철살인의 필봉으로 세태를 풍자해온 서민 교수답게 이번에도 속 시원한 글을 올렸더군요. (참고: 임숭재·십상시·허수아비형···박근혜 측근 분류법)
출처 - 경향신문
풍자는 사회를 지배하는 모순과 불합리에 대해 조롱, 멸시, 분노, 증오 등의 정서를 섞어 비판하고 고발하는 표현 양식입니다. 하층민이 즐겼던 탈춤, 판소리, 인형극, 민요 등은 풍자를 예술로 승화시킨 좋은 예입니다. 풍자는 대상과 세태를 조롱하거나 냉소하기도 하고, 비꼬거나 조소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이런 표현 양식을 통해 웃음으로 현실을 극복합니다.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거죠.
우리의 전통을 살피면 사회 격변기에 하층민 사회에서 풍자문학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성을 볼 수 있는데요, 이는 지도층의 허위를 폭로하고 생생한 현실을 드러내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서민들은 풍자를 통해 권력의 횡포를 비판하고 고발함으로써 핍박받고 억울하게 사는 하층민의 삶의 실상을 극명하게 드러내고자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왜 이렇게 풍자와 패러디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지 그 이유를 모르는 당사자들이 아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출처 - 뉴욕타임스
Heng on the Choi Scandal in South Korea(뉴욕타임스) : http://www.nytimes.com/2016/11/07/opinion/heng-on-the-choi-scandal-in-south-korea.html
우리 사회의 문제가 이제는 외국 언론, 방송의 풍자 대상으로 등장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미국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뉴욕타임스》는 지난 6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조롱하는 만평을 실었습니다. 박근혜의 머릿속은 텅 비었고 그 안에서 최순실이 조종하고 있는 그림입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박근혜와 비선실세 최순실이 미국 만평에까지 등장해 국격을 떨어뜨리고 대한민국 국민을 창피하게 하는 뼈아픈 현실입니다.
박근혜는 더 이상 대통령이어서는 안 됩니다. 최순실과 그 부역자들의 국정농단을 낱낱이 조사하고 그들이 축적한 재산을 모두 환수해야 합니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모른 척한 새누리당 의원들도 모두 정치판에서 몰아내야 합니다. 패러디나 풍자가 일회성 감성 폭발에 그치지 않고 진짜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이 사태를 계속 주시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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