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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비리, 실세 정조준 가능한가?

by 생각비행 2016. 10. 13.

1999년 우리나라 뮤직비디오 상을 휩쓴 이승환의 <당부>, 이별을 겪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듣게 되는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 년>, 역사왜곡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15년째 명성황후의 이미지로 남아 있는 조수미의 <나 가거든>, 그 이후로 빅뱅의 <거짓말>, 이효리의 <유고걸>, 싸이의 <행오버>까지, 이 쟁쟁한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뮤직비디오 감독이 차은택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2016년 10월, 한국 뮤직비디오의 거장 차은택은 또 하나의 유명세를 치르게 됩니다. 박근혜 정부의 비리 중 하나인 미르재단의 행동대장이라는 혐의인데요, 이미 여러 정황 증거가 나왔습니다. 미르재단 사무실 임대차 계약서를 차은택 감독의 후배가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비리 논란이 일었을 때 사퇴한 미르재단 이사들이 모두 차은택의 지인들이었습니다.


출처 - YTN


이처럼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비리 의혹의 중심에는 박근혜 정권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로 빼곡합니다. 이 때문에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신이 내린 재단'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지요. '신'을 보호하려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둘러싼 의혹의 중심엔 박근혜와 최순실이 있습니다. K스포츠 2대 이사장 정동춘은 최순실의 단골 스포츠마사지센터 원장이었습니다. 초대 이사장이었던 정동구는 한 달 만에 사임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토로했죠.


출처 - 연합뉴스


미르재단에는 앞서 언급한 차은택이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그는 인천아시안게임 영상감독, 밀라노 엑스포 전시관 영상감독, 창조경제추진단장,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 등을 지내며 각종 감투를 돌려썼습니다.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 김형수 교수는 차은택의 은사이고, 사무총장에서 팀장에 이르기까지 각종 인사가 차은택의 지인이나 추천으로 임명됐습니다. 미르재단 이사인 김영석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때 입은 한복의 디자이너입니다. 이 한복을 최순실이 주문했다고 알려져 있죠.

 

국가 차원의 문화 스포츠 육성이 동창회를 하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아는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재단을 만들 수 있는 건지 의아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 수석, 현재 정책조정 수석이 기업들로부터 800억을 끌어오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더해졌습니다. 전경련은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설립됐다고 발뺌하고 청와대는 개입설에 선을 그었지만, 이미 재단 설립과 관련된 녹취록과 문서가 공개되었습니다. 미르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 관계자는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이 전국경제인연홥회, 전경련에 이야기해서 전경련이 일괄적으로 개별 기업에 출연금을 할당해 미르재단에 출연한 것이라고 진술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가 재단의 실질적 주인인 기업들에 불과 나흘의 시간을 준 채 수십억에 달하는 출연금 납부를 독촉한 사실이 문서로도 드러났죠. '갑질'하기로 유명한 대기업들한테서 돈을 받는 을의 처지인 재단이 비상식적인 단기간에 수십, 수백억 원을 내라고 독촉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최저임금 몇백 원에도 죽는소리를 하는 대한민국 대기업들을 생각할 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죠. 이는 재단들의 배후에 대기업들이 감히 거스를 수 없는 권력이 존재하기 때문이겠지요.


출처 – JTBC


그런데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향후 3~5년간 기업의 정기후원금 등의 명목으로 400억가량을 더 모금할 계획이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재단 설립부터 사업 계획, 운영 과정 등 전 과정이 불투명한데 1200억 원대 재단이 광속으로 허가를 받고 설립될 수 있었던 데에는 '뭔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게 당연한 일이겠지요. 박근혜 대통령 퇴임 후의 호구지책을 위한 '비자금 조성처'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재단들의 시작, 조성 과정, 출범까지 너무나 비상식의 연속이다 보니 의혹의 눈길을 피해갈 수 없었기 때문일까요? 전경련은 돌연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해체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해버린 박근혜 대통령의 뜬금없는 사태 해결법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 같군요. 초록은 동색이니까요.


출처 - 아시아경제


이 때문에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논란부터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비리 의혹 등에 이르기까지, 독재시대 때 아부하는 기관으로 전락하고 만 전경련을 해체해야 마땅하다는 해체론부터 검찰수사 촉구까지 전경련이 한국 기업들의 대표로 존립할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재계 입장을 대변하기는커녕 정권 눈치만 보며 호구처럼 돈이나 대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건, 정윤회 문건 사건, 이석수 특별감찰관 사건 때처럼 사실상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에 해당하는 발언을 해 이번 재단 비리를 어영부영 넘길 태세입니다. 검찰은 이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비리 의혹을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배당해 사실상 수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샀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수세에 몰린 박근혜 정부와 전경련 대기업들은 증거 은폐에 나섰습니다. 미르재단 특혜 의혹을 담은 공공기관 공개 보고서가 국회의 문제 제기 직후 정부 홈페이지 첨부 파일에서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VIP(박근혜 대통령) 관심사라고까지 표현되었던 보고서인데 말이죠.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재벌기업에서는 의혹이 불거진 지난 9월 28일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관련 서류를 일제히 파기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청와대 개입 의혹과 재단 모금과 운영 과정의 위법 행위를 은폐하기 위한 것일 테지요. 우리나라에서 증거 인멸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지만, 미국 같으면 훨씬 큰 벌을 받을 수 있는 중범죄에 해당합니다.

 

출처 - 뉴시스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을 급히 해체하고 새로운 통합 재단을 설립하겠다는 전경련의 앞길은 그리 순탄치 않을 전망입니다. 재단 재설립과 재단 잔여 재산 이관을 놓고 벌써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으며, 재단 설립 인허가권을 가진 문체부도 통합재단 설립 승인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 비리는 여기서 끝이 아닐 겁니다. 이 모든 의혹의 배후에 있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일인자'라는 소릴 듣는 최순실을 정조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우리가 끝까지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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