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박근혜 하야"
많은 사람이 바랐지만 네이버, 다음을 포함한 대한민국 모든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이 두 단어가 점령한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으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평소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던 사람이나 싫어하던 사람이나 어안이 벙벙하긴 마찬가지였겠죠.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던 최순실의 대통령 연설문 사전 열람 논란을 해명하기 위해 대국민사과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2분이 채 안 되는 녹화본 사과였습니다. 제대로 된 사과라기 보다는 변명에 가까웠지만, 대통령 스스로 청와대 내부문서를 민간인에게 유출한 사실을 인정한 꼴이 됐습니다. 대국민사과마저 최순실의 OK 사인을 받고 한 것이냐는 사람들의 비아냥이 쏟아졌죠.
출처 - 국제신문
출처 - 경향신문
'박근혜의 적은 박근혜'라는 말을 박 대통령은 또 한 번 입증했습니다. 지난 2014년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일명 정윤회 문건을 유출했을 당시 문건유출은 국기문란 행위라며 일벌백계를 주문한 바 있었죠. 박순실에게 문건을 유출한 자신은 어떻게 일벌백계하려나 모르겠습니다. 대국민사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대통령 연설문을 누가 유출했는지 청와대가 나서서 색출 작업을 했는데 말이죠.
출처 - JTBC
대국민사과로 문건유출을 인정한 박근혜 대통령은 현행범으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누구든지 무단으로 청와대에서 생산된 문서의 대외 유출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금고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사과문에서 밝힌 대로라면 비선실세인 최순실은 물론이고 박근혜 대통령도 현행범으로 처벌될 수 있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겁니다. 어떤 의미에서 '최순실 게이트'야 말로 언론에 의해 폭발적으로 까발려진 한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이요, 사회적 충격으로 따지자면 '9.11'에 비견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이건 단순한 권력형 비리가 아니다. 국기문란을 넘어선 국정붕괴"라고 개탄하면서 "이렇게 가면 정말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와 내각 총사퇴, 청와대 비서진 전면 교체를 촉구했습니다. 막장 드라마만도 못한 비선실세의 실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참담했습니다. 드라마에서 이런 시나리오를 썼다면 '현실성이 없어도 정도가 있어야지!'라는 비난을 받으며 방송이 중지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죠.
출처 - 한겨레
최순실 게이트는 덮고 넘어갈 수 없는 박근혜 대통령 본인과 청와대, 즉 박근혜 정권 자체의 비리가 됐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이없는 이유로 탄핵을 당했을 때와 같은 기준이라면 현행범인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이 아니라 하야함이 마땅합니다.
실제로 야당에서는 역풍 우려 속에서도 탄핵안 제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 심지어 다음 대선을 위한 포석으로 집권당인 새누리당마저 비박을 중심으로 탄핵안을 제출할지도 모른다는 루머까지 나돌 정도입니다. 최순실 게이트를 촉발한 JTBC뿐 아니라 보수 종편의 거성인 TV조선까지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의 비리를 폭로하고 있는 상황이니 말 다했죠.
출처 -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신문으로 배우는 실용한자' 연재물에 '하야(下野)'라는 단어를 소개했습니다. 박근혜 정권과 마찰을 빚기도 했던 전력이 있는 〈조선일보〉가 "권력자가 직위에서 물러남"이라는 뜻의 '하야'를 실은 것을 그냥 넘길 일은 아니겠지요.
출처 - 경향신문
지난 4년간 박근혜 대통령의 비문투성이 유체이탈 화법과 "간절히 바라면 우주가 도와준다" "척 보면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 같은 사이비 종교인 같은 말투 뒤에 국정을 농락한 '최순실'이라는 무당이 존재했음을 알게 된 사람들은 수많은 풍자와 조롱을 쏟아냈습니다.
일전에 저희도 소개한 적이 있는 '박근혜 번역기' 개발자는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며 자신은 대체 그동안 누굴 번역한 건가 하며 허탈해했습니다. 다른 누리꾼들도 JTBC가 공개한 최순실 PC에 담긴 자료들을 보면서 지난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추진된 사업들이 얼마나 최순실 개인의 손아귀에 놀아났는가를 파악하고는 혀를 내두르고 있습니다. 일설에 의하면 '창조경제'란 이름이 붙은 정부 사업은 거의 다 최순실의 손을 거쳤다고 합니다. 여기에 투입된 국가 예산만 20조가 넘죠. 천문학적인 혈세가 비선실세 몇몇에 의해 사라진 셈입니다. 흙수저들은 헬조선에서 한 푼 벌기도 힘든데 말이죠.
박근혜의 콘크리트 지지층 중에는 친구에게 연설문 좀 보여준 게 무슨 잘못이냐고 안이하게 생각하는 분도 계시는데, 뭘 모르는 얘기도 정도껏 하셔야 합니다. 대통령은 일국의 대표자이자 공인으로서 그 권한과 책임이 막중합니다. 대통령의 연설문은 국정 철학은 물론 실질적인 경제정책의 기조 또한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는 대통령의 담화문을 발표 전에 입수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금리를 인상한다는 내용이라면 자신의 대출 관계를 미리 정리해 손해를 줄일 수 있을 테고, 재개발 내용이 담겨 있다면 미리 점찍어둔 땅을 살 수도 있을 겁니다. 창조경제를 예로 들어 K팝 엔터테인먼트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내용이 담겼다면 미리 K팝 관련주에 투자해서 시세차익을 노릴 수도 있겠죠. 이처럼 대통령의 연설문은 우리의 삶과 밀접히 연결된 중요한 문건입니다.
출처 - 시사인
진경준의 공짜 주식과 이화여대 사태가 불러온 나비효과는 이제 현직 대통령과 그들의 비선실세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말아먹고 있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헌정 사상 초유의 게이트로 번졌습니다. 제정 러시아를 망하게 한 요승 라스푸틴 사건이 21세기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소리도 나옵니다. 신돈이 왕실을 농락하던 고려시대, 아니 제정일치의 단군 왕검이 다스리던 고조선으로 퇴행한 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하지만 놀라운 건 최순실이라는 봉인은 이제 막 열렸고, 최순실 게이트는 이제 시작이라는 사실입니다. 대체 박근혜 정권은 어디까지 썩어 있는 걸까요? 한시도 눈을 떼지 말고 지켜봐야 합니다. 그리고 행동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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