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회. 지난 9월 12일 역대 최고급이라는 진도 5.8의 경주 지진이 발생한 이후 일어난 여진 횟수입니다. 특히 12일 지진 후 추석 연휴 직전까지 무려 308회의 여진이 이어져 추석 연휴에 사람들이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이제 한반도는 지진 안전 국가가 아닌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지진 피해까지 매번 벌어지는 위기의 국면에 사람들은 각자도생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목숨을 건 사투를 혹자들은 '박근혜 리스크'라고 부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시스템 없이 주먹구구로 생사람 잡다가 그때가 지나면 잊어버리고 다시 재발하는 형태는 한국의 고질병이긴 했으나 박근혜 정부 들어 병폐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울산 지진을 겪은 이후 이번 경주 지진 때는 뭔가 대응이 달랐을까요?
출처 - 뉴스1
천만의 말씀입니다. 오히려 세월호 참사의 재래였습니다. 이번 경주 지진 당시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한 어른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역사상 한반도에서 가장 강한 지진이 일어난 지난 12일 대구 경북 지역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는 야간자율학습 중이었습니다. 매뉴얼에 따르면 지진이 일어났을 때 선생님들은 신속하게 아이들을 운동장으로 내보내 건물 붕괴 등에 대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수능이란 괴물 앞에서는 지진도 문제가 되지 못하는 걸까요? 지진에 무서워 아우성치는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며 공부하라고 교실에 가둬두기 바빴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그때의 공포를 아이들은 인터넷과 SNS에 쏟아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아이들의 환경은 바뀐 게 없었습니다.
아이들의 아우성과 학부모들의 안부 전화가 빗발치자 대구시교육청이 야간자율학습 중단 조처를 한 건 오후 9시가 훨씬 넘어서였습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한편 지진 발생 시 가장 먼저 정보를 전파하고 사람들을 안심시켜야 할 국민안전처와 기상청 누리집은 다운되어 아무것도 표시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다음 날인 13일 국민안전처의 대처는 그야말로 상식 밖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누리집이 다운된 것과 늑장 대응에 대한 사과는 한마디도 없이 자기들에게 불리한 '유언비어' 차단에 급급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첫 지진 발생 후 2시간 47분이 지나서야 나왔습니다. 국민안전처가 추가 지진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시물을 올렸으나 여진은 300번이 넘게 일어났죠. 더구나 기상청은 13일 여진이 계속 중이나 지진은 사실상 종료라는 공식 발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를 믿고 풍성한 명절을 보내길 바란다"는 말을 했을 때 이승만 전 대통령이 생각났습니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한강철교를 끊고 도망가면서 국민에게는 "정부를 믿고 동요하지 말라"고 했죠.
출처 – 연합뉴스
정부의 거짓말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생각비행은 지난 5월 지진 우려가 있는 경상도 단층 지역에 방사능폐기물처리장과 원전 등 위험 시설이 빼곡하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에너지 전환의 시급성을 말씀드린 바 있죠.
이번 경주 지진으로 방폐장과 원전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5년 전에 이 지역 양산 단층을 활성단층으로 결론 내고도 그동안 숨겨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 2012년 양산단층대를 지진 활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활성단층으로 결론을 내렸으나 이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당연히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은 채 되레 이 지역에 원전을 2개나 더 짓도록 허용했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를 원자폭탄을 경상도 지역에 설치한 셈인데요. 온갖 비리가 터져도 바보 같을 정도로 콘크리트 지지를 해준 지역에 은혜를 원수로 갚은 겁니다. 이건 사드 배치보다도 더한 짓입니다. 실제로 지난 12일 역대 최대 강진으로 월성 원전은 일주일째 A급 비상단계가 발효되어 수동 정지했습니다. 더구나 한국수력원자력은 지진 발생 시 위기 경보 발령에 대한 매뉴얼이 애매해 역대 최대 강진으로 원전이 위험에 처한 상황인데도 1시간이 지나서야 B급 비상 발령을 내렸습니다. 회의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답니다. 이 정도로 무능한 정부이다 보니 대체 뭘 믿고 원자폭탄 옆에 사느냐는 자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역대 최고급 강진과 여진으로 건축물 내진설계의 중요성이 부각되는데 지난 2011년 이명박 대통령 시절,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원회가 국토해양부에서 추진하던 내진설계 규제개혁 방안을 중단시켰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층 이하 신축 건축물까지 내진설계를 의무화하려고 했는데, 비용이 드는 규제라며 대통령 직속 규개위가 철회시켰습니다. 건설사들의 배를 불려주려고 내진설계를 없애버린 것이죠.
출처 - 파이낸셜뉴스
사실 우리나라 건축물들의 내진설계 비율은 기가 찰 정도입니다. 서울시에서는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을 할 수 있게 해놓았는데요.
건축물 내진설계 여부 확인(서울특별시):
http://goodhousing.eseoul.go.kr/SeoulEqk/02_selfdiagnosis/step_1.jsp
굳이 살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전국 건축물 중 불과 7퍼센트만이, 그중에서도 개인주택은 단 3퍼센트만이 내진설계가 돼 있으니까요. 센 지진이 일어나면 우리나라 건물은 그냥 다 무너진다고 보면 됩니다. 심지어 지진 재해 시 대피소 역할을 하는 학교의 내진설계율이 15.8퍼센트 수준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지진 앞에서 우리는 무대책인 셈입니다. 일본 대지진 정도의 강진이 닥치면 그냥 손 놓고 죽는 수밖에 없게 생겼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각자도생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SNS에 재해 시 생존배낭 꾸리는 법 같은 정보가 떠돌더니 이젠 지진 선진국인 일본의 지진대응 매뉴얼에 대한 관심이 치솟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진대응 매뉴얼은 실질적인 대책 대신 "감동적인 휴먼스토리 발굴하라"는 식의 자기네 치부 가리기에 급급한 내용만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JTBC
추석을 앞두고 지지율 상승을 위해 경주 지진 문제를 무시하고 북의 핵실험 이슈만 띄우던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서였는지는 몰라도 경주 지진이 북한 특수부대의 땅굴부대가 경주 지하로 내려와 한 지하 핵실험 때문이라는 찌라시 정보가 추석 연휴에 나돌기도 했죠. 이런 유언비어 유포자나 잡을 일이지 박근혜 정부는 대체 뭐하는 겁니까? 아, 박근혜 정권이 보기에는 이런 것이야말로 감동적인 휴먼스토리겠군요. 그저 한숨만 나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일본 도쿄도는 대도시 강진 등의 재해에 대비한 방재 책자, 《도쿄방재》를 한국어판도 만들어 배포하고 있습니다. 재난 대응 시스템이 '재난 자체'인 박근혜 정부를 믿지 마시고 일본에서 만든 정보라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 도쿄도 홈페이지
사상 유례없는 지진의 진앙인 경주와 인근 경상도 지역은 물론 진동을 감지할 수 있었던 서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이 이러다 대지진이 오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도 400번이 넘은 여진이 일어나자 두려움은 전국적인 공포감으로 확산하는 중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일본 정부 기구인 지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지진 권위자 히라타 나오시 도쿄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0년 내 한국에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관측 최대치인 진도 7.0(한국 기준으로는 진도 10~12)의 지진이 와도 금방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내진설계를 해 현재 건축물의 80퍼센트 이상이 이 기준을 충족한다고 합니다. 그는 한국이 내진설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습니다. 자연이 보낸 울산과 경주 지진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제 지진 재해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닙니다. 적어도 앞으로 지을 건물에 대한 내진설계를 강화하고 실질적인 방재교육부터 시작해야 함이 마땅합니다. 더 이상 가만히 있으라 하지 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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