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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토플러가 말한 한국의 선택의 기로, 그 후 15년 오늘

by 생각비행 2016. 7. 2.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별세했습니다. 그는 1928년생으로 향년 87세였습니다. 정보혁명을 예견한 대표작 《제3의 물결》을 비롯해 《미래의 충격》 《권력 이동》 《부의 미래》 등 21세기를 예견한 저서를 남겼습니다.


출처 - 이데일리


뉴욕 출신인 앨빈 토플러는 뉴욕대에서 영어를 전공하다가 부인이 되는 하이디를 만났습니다. 이후 자식 없이 60년을 함께합니다. 두 사람은 1950년에 클리블랜드로 이주해 공장에 취직합니다. 토플러는 용접공으로, 부인은 노조 직원으로 일했죠. 훗날 미래학자가 되는 사람의 인생 궤적이라면 좀 특이하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앨빈 토플러는 이때의 경험을 통해 공장 노동자가 사무직 노동자보다 지능적이지 않다는 사회적 통념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출처 - KBS


용접공으로 일하며 노동조합 관련 잡지에 글을 기고하며 문필가로 두각을 나타내던 토플러는 이후 신문기자로 활동합니다. 경제지 《포천》에서는 백악관 정치와 노동문제를 담당했고 기업 경영 관련 칼럼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합니다.


출처 - 교보문고


1970년 현대사회를 통찰한 저서 《미래의 충격》을 내놓으면서 미래학자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1980년 대표작 《제3의 물결》을 내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죠. 앨빈 토플러 때문에 '미래학'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알게 된 분이 부지기수일 겁니다. 토플러는 인류에게 제1의 물결인 농업혁명, 제2의 물결인 산업혁명에 이어 제3의 물결인 정보화 혁명이 일어날 것을 예견했습니다. 정보화시대, 재택근무 등의 용어도 이 책에서 그가 처음으로 사용했죠. 토플러는 1991년 《권력 이동》을 내며 저품질 권력인 폭력, 중품질 권력인 부 그리고 고품질 권력인 지식으로 권력의 3대 원천을 분류하면서 21세기 전 세계 권력투쟁의 핵심은 '지식의 장악'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지식은 권력의 가장 민주적인 원천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죠.

 

출처 - 매일경제

 

앨빈 토플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이기도 했습니다. 1998년 4월 7일 앨빈 토플러는 청와대를 방문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앨빈 토플러에게 실업대책과 벤처기업 육성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초청했기 때문이었죠. 이날 토플러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미국에서도 대기업은 구조조정으로 일자리가 줄었으나 중소기업이 이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결과적으로 고용이 늘었다"며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 위주로 실업대책을 세우고 있는 데 대해 동감을 표시했습니다.

 

한편 토플러는 우리나라의 벤처기업 전망에 대해 "한국에서 생각하는 벤처기업 벤처자본과 미국의 인식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저리대출을 받는 기업, 이익의 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기업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벤처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한 뒤 "미국에서는 아주 소규모이고 유망한 기업을 벤처기업이라 하며 벤처자본이 어느 분야로 이동할 것인지는 결국 시장이 결정하고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최근 인터넷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런 방법을 택할 경우 은행이나 대규모 자본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며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자본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출처 - KBS


18년이 지난 오늘 돌아봐도 생각할 거리가 많은 충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앨빈 토플러는 21세기의 벽두인 2001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부탁을 받고 〈위기를 넘어서: 21세기 한국의 비전〉이라는 보고서를 낸 바 있습니다.

 

21세기에 예견되는 중국 신드롬, 러시아의 개방, 북한과의 분쟁, 아시아의 선도국으로 복귀하려는 일본, 도약하는 인도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또 한 번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고였는데요, 이 보고서는 지금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누리집에서 한국어 번역본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위기를 넘어서: 21세기 한국의 비전(앨빈 토플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 http://bit.ly/175bpnU


이 보고서에서 앨빈 토플러는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으며, 이 선택은 현재뿐 아니라 향후 수십 년 동안 자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견했는데요, 그 선택이란 다름 아닌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종속국가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경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선도국가가 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 선택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하며 한국인이 선택하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 혹은 다른 세력에 의해서라도 선택을 강요당할 것이라고 했죠. 한국이 제1, 제2의 물결인 농업과 산업국가로 빠르게 도약했지만 산업화에 안주하면 안 되며, 혁신적 지식기반 경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만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한국의 대기업 집중이 완화되어야 하고 관료화와 수직적 사회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 조직도 지식 기반 경제에 맞춰 유연하고 수평적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충고했죠. 교육도 굴뚝시대의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조적 능력을 배양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도약에 성공한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경제시스템인 지식 기반 경제에 참여하게 될 것이고, 실패한다면 실업률 증가, 임금 하락 등 많은 고통을 수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출처 - 브릿지경제


그로부터 15년. 그가 가고 난 자리의 한국은 어떻습니까? 앨빈 토플러가 생전에 했던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말처럼 우리 사회는 오히려 산업화 시대로 역행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국민 스스로 이명박과 박근혜 같은 지도자를 뽑음으로써 산업화 시대, 권위주의로 퇴행해 지식 기반 미래 산업의 바탕을 내던져버렸습니다. 죽음의 사업인 4대강, 국민의 고혈을 짜내는 새마을운동 등 삽질의 시대가 다시 시작된 형국입니다. 10년간의 퇴행으로 OECD 국가 중 손꼽을 만큼 높은 빈부 격차, 하늘을 찌르는 실업률, 고착화되는 계급사회, 무능과 불의가 고위직 진출의 스펙이 되는 사회로 질주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앨빈 토플러의 말마따나 미래는 언제나 너무 빨리, 잘못된 순서로 온 게 아닌지 걱정됩니다. 한국의 미래를 생각했던 지성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이때, 우리의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만든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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