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보도

이젠 창조북풍까지, 심각한 청와대 총선 개입

by 생각비행 2016. 4. 12.

중국만큼 지독하다는 초미세먼지를 뚫고 주말에 사전투표를 하신 분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총선이나 대선 국면에 거리 곳곳에서 인기 있는 노래를 개사한 선거송이 흘러나오고 희한한 복장으로 괴상한 춤을 추는 후보들과 선거운동원 혹은 지지자들과 마주치는 건 아주 한국적인 풍경인지도 모르겠군요. 참, 티브이를 틀면 나오는 한국적 풍경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건 어쩌면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북풍'입니다. 총선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전가의 보도인 북한 이슈를 꺼내 들어 대대적으로 뉴스에 흘려보냈습니다. 시기도 이슈도 너무나도 노골적이어서 보수층의 표를 노리는 총선용 행보라는 걸 삼척동자도 다 알 정도입니다.


출처 - JTBC



총선 앞두고 이례적인 집단 탈북 긴급 발표


지난번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 등지를 잇달아 방문해 청와대의 총선 개입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보수 언론에서조차 거론될 정도였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들이댄 잣대였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탄핵을 10번은 당했을 거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이번 4.13 총선 승리를 위한 청와대의 개입이 노골적입니다. 한마디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막 가고 있습니다.


4.13 총선 사전투표 바로 전날 공교롭게도(?) 박근혜 정부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주무부인 통일부의 반대 의견조차 묵살하고 강행했다고 하지요. 총선 국면에 긴급 기자회견이란 형식으로 발표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정부 주도의 대북 제재로 인한 북한 내부 동요 분위기를 강조하려는 꼼수임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결국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목적일 따름입니다.


출처 - 한겨레


집단 탈북 사건 공개를 기점으로 박근혜 정부의 부처들은 휴일 내내 개성공단 폐쇄를 강행한 대북 제재가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보도자료들을 내며 보수층의 표심을 자극했습니다. 통일부와 외교부가 일요일에 비공개 기자간담회까지 동시에 열 정도였죠. 문제는 이런 탈북 사실 발표 자체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겁니다.

 

우선 긴급 기자회견이란 말처럼 예정에 없던 회견이 시작 30분 전에 갑자기 기자단에 공지됐습니다. 탈북했다는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한국 입국이 지난 7일이었다고 하는데, 바로 그다음 날 사실을 공개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탈북자가 한국 정부에 보호를 요청하면 해외 공관 등에 임시 수용한 뒤 입국시킨 뒤 국정원 등의 합동 신문을 거쳐 탈북민으로 보호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집단 탈북 사실을 그대로 언론에 공개해버렸습니다.

 

출처 - SBS


이런 행보가 총선을 의식한 쇼라는 것이 분명해지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습니다. 지난 11일 오전 박근혜 정부는 북한에서 대남 공작업무를 담당하던 북한군 대좌와 해외 주재 외교관이 2015년 11월 탈북해 국내에 들어온 사실을 공식 확인해주었습니다. 북한 고위급 인사인 데다 직접적인 군사, 외교 관련자의 탈북 사실을 반년 동안 일언반구 없이 묵히고 있던 정부가 민간인의 탈북 사실을 마치 북한 정권이 붕괴라도 한듯 대대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는 모습이 한 편의 촌극을 방불케 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자기네 대북 정책에 대한 자화자찬이 필요했다면, 민간인보다는 대좌 쪽이 더 나은 선택지였을 텐데 왜 그랬을까요? 청와대는 이번 탈북 발표에 정부의 총선 개입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굳이 밝혔지만, 지금껏 공개하지 않던 사실을 총선을 이틀 앞둔 시점에 공개하는 데에 달리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군요. 방귀 뀐 놈이 성내는 법이지요.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법이고요.


 

탈북자 인권은 무시하고 모든 발표는 청와대가 지시


집단 탈북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청와대의 총선 개입도 문제지만, 그간의 원칙을 무시하고 탈북자들의 정체를 일방적으로 까발렸다는 점이 사실상 더 큰 문제입니다.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이 한국으로 오는 과정이나 이들의 신원과 관계된 내용은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런 정보가 드러날 경우 확보된 탈북 루트가 막힐 수 있고, 북한과 우리나라 그리고 관련국 사이에 외교적 마찰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탈북자들의 사생활 노출이 무엇보다 위험한 까닭은 이들의 정체가 특정될 경우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 친척, 친구들에게 위협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8일 박근혜 정부가 단행한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탈출 사실 공개는 지금까지 지켜졌던 원칙과 관례를 깡그리 무시한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원칙대로라면 자세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러기도 전에 청와대는 이들의 탈출 동기, 시점, 심지어 그들의 사진까지 빠짐없이 언론에 제공하고 말았습니다. 탈북자들의 인권과 북한에 있는 이들 가족의 위험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서 말입니다. 대북 제재 정책의 실효성을 입증하고 이를 통해 보수층의 표를 얻으려는 청와대의 행보는 참으로 비열하기 짝이 없습니다.

 

출처 - 국민일보


《한겨레》가 취재한 결과 이번 집단 탈북 긴급 기자회견은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가 통일부의 집단 탈북 공개 브리핑에 대해 청와대의 지시로 갑작스럽게 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관련 기사: 〈청와대의 ‘창조 북풍’, 너무 구려요〉)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집단 탈북 사실을 공개하면 북쪽에 남은 가족의 신변이 위험해지며 탈북 사실을 비공개로 해온 전례에도 어긋난다며 반대했지만, 박근혜가 권좌에 앉아 있는 청와대는 탈북자쯤 쓰고 버릴 카드패로 생각했는지 공개를 강행했다죠. 

 

출처 - 미디어오늘

 

세월호에서 우리 아이들이 죽어갈 때, 7시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조차 밝히지 않았던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아무런 상관없는 탈북자들을 과연 사람으로 보았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대남공작 업무를 담당한 대좌와 해외 주재 외교관의 탈북을 확인해준 국방부조차 총선 시기에 군이 왜 이러느냐고 묻는 기자들에게 "우린들 그런 말 하고 싶어서 했겠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고 합니다. 청와대가 까라니까 깠다는 말인 것이죠. 이런 숱한 정황으로 볼 때 청와대의 총선 개입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보아야 할 듯합니다.



집단 탈북 국정원 개입? 총선 현명한 선택해야


박근혜 정부의 발표와 달리 AP통신은 이런 사실이 불분명하다고 보도했습니다. 국내 언론에는 중국 지린성 옌지의 한 식당에서 집단 탈출했다고 보도되었으나 AP통신은 아시아에 있는 북한 식당들에 전화를 돌려본 결과 베트남 다낭의 크라운 플라자 호텔 북한 식당을 제외하고는 모두 멀쩡히 영업하고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베트남의 식당조차 2주 전에 영업을 중지했다며 이 식당이 집단 탈북과 관련이 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했습니다. 이와 같은 AP통신의 보도 내용을 볼 때 박근혜 정부가 대북 제재 효과를 운운한 것이 새빨간 거짓말이었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는군요.

 

실제로 2013년에 반년 가까이 개성공단의 가동을 중단했을 때도 폐업한 식당이 한 군데도 없었죠. 그런데 대북제재 시행 두 달도 안 된 현 상황에서 북한의 식당들이 줄줄이 폐업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죠. 애초에 북한식당은 UN 안보리의 대북제재 대상조차 아니니까요.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라며 싸이의 〈강남스타일〉부터 송중기의 〈태양의 후예〉와 같은 문화 콘텐츠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숟가락을 얹더니 이제는 아예 '창조북풍'까지 만들어내는 지경에 도달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서두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어떻게든 선거에서 이기고자 북한을 이용한 협잡과 거짓 정보가 선거철마다 판을 치는 상황은 지겹게 보아온 풍경입니다. 허황한 이야기가 지겹게 반복된다는 건 적어도 여권에서는 이런 짓이 먹힌다고 보고 있다는 소리겠죠. 언제까지 내버려둬야 합니까? 이번 총선부터는 북풍 따위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투표로 증명해 보입시다. 4월 13일,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으로 선거판을 바꿔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세월호 침몰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엄청난 희생자를 낸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의 진실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풀리지 않는 의혹만 무성할 뿐입니다. 그날의 진실에 관해 밝혀진 게 없기에 슬퍼하는 이들에게 잊으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위 표에서 드러나듯 세월호 관련 주요 정책·과제에 대해 새누리당은 응답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특조위 활동 개시 시점에 대해 국민의당은 재논의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이 살아 있다면 이번 총선에서 첫 주권을 행사할 수 있겠지요. 이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댓글